혼몽의 집
김형수
떠벌이 복서 무하마드 알리가
죽음의 링에서
그 집을 발견했다
맞고 터지고 정신을 잃다보면
들어가 쉬고 싶은 방문이 보인단다
나, 지금 그 앞에 와 있다
시대의 슬픈 관능 위에서
더불어 궁핍했던 지상의 촉수觸手들아
아프고 병든
인간들의 극장에서
맹인가수처럼
우리는 노래했다
세상의 혼란과 사랑의 목마름을
저 완강한 삶의 공허 앞에
주저앉은 사람을, 인생을, 이별을
이제는 목도 쉬고
듣는 이도 없다
나도 들어가 편하게 눕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하마드 알리가
링 위에 누우며 했던 말을 떠올린다
너를 먼저 보내고 싶었는데
내가 와서 이렇게 기다리는구나
초등학교 4학년 때 권투 글러브를 낀 주먹에 맞아본 적 있다. 단 한방으로 나는 기절했다. 그 둔중한 충격은 아직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만화에만 있는 줄 알았던 반짝이는 별, 빙글빙글 돌아가는 눈 나도 봤다.
아무리 때리고 맞는 것이 일인 권투 선수라지만 수없이 얻어터져서 쓰러지면 저런 문이 보일 것 같다. 그냥 의식을 놓고 들어가 쉬고 싶은 문 말이다. 무하마드 알리는 죽도록 맞고 쓰러졌을 때 저 문을 보았단다. 그는 그것을 ‘혼몽의 집’이라고 이름 지었다.
시인도 권투선수와 다르지 않다. 혼란한 세상의 펀치, 목마른 사랑의 어퍼컷, 완강한 삶이 날린 라이트 훅 모두 맞았을 것이다. 그리고 또 같은 펀치를 맞은 사람들을 위해 노래도 불렀을 것이다. 이제 시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제발 ‘너를 먼저 보내고 싶었는데/내가 와서 이렇게 기다리는구나’라는 말이 단지 알리의 말에 그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