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손 -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에서 찾은 자본주의 문제와 해법
김근배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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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과 양조장 주인, 그리고 빵집 주인의 자비심benevolence 때문이 아니라 그들 이기심their own interest에 대한 그들의 고려 때문이다."(p.158) 여전히 인용되는 <국부론>의 구절이다. 애덤 스미스는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개인의 이기심과 분업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화되어 사회적 부를 증진한다고 보았으며,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장려하여 국방, 치안 등의 공공재를 제외한 국가의 간섭을 배제한 야경 국가론을 주장했다고 누누이 배웠다. 21세기 현재도 교육 현장을 비롯하여 언론, 토론 방송 등에서 회자되고 있지만, 자유방임주의자, 시장만능론자의 대명사로 부각된 탓에 그의 전반적인 사상이나 주장의 정수는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다. 정작 당대를 살았던 인간 애덤 스미스에 무지한 채, 후세인들의 입맛과 자의적 해석으로 화석화된 애덤 스미스만을 만났다. <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손>은 제목 그대로 애덤 스미스를 다룬다. 경제학의 아버지, 자유방임주의의 맥락에서 '인용'된 사상가의 족적이 아니다.


텍스트(text)를 이해하기 위해선 컨텍스트(context)를 알아야 한다. 한 사상가를 제대로 조명하려면 그의 생애와 당대의 사회, 역사적 배경이 전제돼야 한다. 특히 애덤 스미스가 주장한 경제 원리는 18세기 중상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담겨 있다. 당시 중상주의는 국가의 부가 화폐, 금, 은 등의 귀금속의 보유량으로 인식했고, 상인, 제조업자들의 이익을 국가적으로 보호, 장려하였다. 오히려 "당시에는 대다수 사람들이 경제적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동업조합법, 도제법, 거주법과 같은 악법이 경제적 약자들의 경제적 자유를 제약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미스는 이를 철폐하여 대다수 국민에게 경제적 자유를 줄 것을 주장했다." (p.22) 또한 국부란 귀금속의 총량이 아닌 노동의 연간 생산물이며, 분업 등으로 생산성이 향상되면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리라 예측하였다. 즉, 국부의 증가는 사회 생산성 향상과 후생 증가다.


특히 <도덕감정론>을 논의하지 않고는 애덤 스미스를 제대로 알 수 없다. 원래 명망 있는 도덕철학자였던 그는, 윤리의 원천은 인간이 선천적으로 가진 동감(同感)에 있고, 이것이 발전하여 내면에 '공정한 관찰자'(impartial spectator)의 개념을 설정한다. 마치 공자가 <논어>에서 말한 역지사지의 정신인 서(恕)가 연상된다. 앞서 빵집 주인은 이기심(selfishness)이 자기이익(self-interest) 추구로, "타인과 동감하면서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다. 신중하게 타인의 피해를 주지 않는 정으로운 방법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p.159) 동감 안에는 공정성, 정의감 등 다양한 도덕 판단이 내제되어 있으므로, 단순히 자기이익 추구를 현대 경제학의 합리적 인간, 즉 이윤극대화, 효용극대화를 추구하는 인간형으로 간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 말미에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은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신고전경제학파, 신자유주의자가 합리적 인간형을 전제하면서 도출한 시장의 자기조절능력, 최적화의 개념과는 다른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경제적 기득권층의 카르텔을 제약하고, 모든 계층이 누릴 수 있는 공감에 바탕을 둔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장려하며, 그 과실을 사회 전반이 누리는 사회를 바랐다.  <애덤스미스의 따뜻한 손>은 "사상을 직접적으로 읽지 않고 사회적 '통념'에 의해 피상적으로 이해"했던 그의 사상을 조명한다. '애덤 스미스에 대한 11가지 오해'(p.21)를 조목조목 밝힌다. 마치 스미스가 시장만능론자, 자유방임주의, 개인의 이기심, 기업의 이윤극대화, 자본가의 이익 우선, 금융시장 자유화의 사상적 원류로 이해했던 '통념'을 친절하게 바로잡는다. 이러한 오해는 케인지언으로 분류되는 폴 사무엘슨이나 신자유주의 대부 밀턴 프리드먼처럼 경제학의 거두들마저 학파를 가리지 않고 잘못된 인용을 하였으니, 어쩌면 일반 독자들에겐 당연하겠다. 고전 명작은 모두가 알지만 읽은 사람은 드문 작품이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국부론>, <도덕감정론>도 빼놓을 수 없다. 심각한 문제는 사상을 '통념'과 자의로 해석하고, 이를 근거로 여론과 사회적 담론을 호도하는 관행이다.


현재 그의 사상은 세계적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바람직한 시장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지침서로서 <도덕감정론>, <국부론>을 언급하고, <논어> 등 유교 사상과 유사점을 흥미롭게 조명하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 대두되었다. 그러나 금융과두제와 재벌 카르텔은 공고화되었고, 빈부 격차는 심화되고 있으며, 약자들의 경제적 자유는 위축되고 있다. 스미스는 생산성 향상이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서 사회 복지가 증진된다고 하였지만, 현실은 1970년대 이후 생산성 상승분보다 임금 증가분은 미미하다. 저자 김근배 교수는 이 점에서 '오늘날 신자유주의는 과거 중상주의와 같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애덤 스미스에 대한 '통념' 바로잡기에 나섰다. "통념을 깨고 보면 애덤 스미스의 손이 보입니다. 경제적 약자도 포용하는 따뜻한 손 말입니다. 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손은 병든 이기심의 자본주의를 구할 동감의 손입니다." (p.352) 화석화된 애덤 스미스가 아닌, 이제는 진정한 애덤 스미스를 만나야 한다. 동감에 기반을 둔 따뜻한 자본주의. 그가 바라던 세상을 이해하는 시간은 값진 경험이었다.

"통념을 깨고 보면 애덤 스미스의 손이 보입니다. 경제적 약자도 포용하는 따뜻한 손 말입니다. 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손은 병든 이기심의 자본주의를 구할 동감의 손입니다." (p.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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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덕 신부의 하나님 나라 - 지금 우리 사회에서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가기 위하여
대천덕 지음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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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대천덕 신부의 이름은 낯익다. 성공회 사제로서 성공회대학교의 전신인 성 미가엘 신학원의 원장으로 재직하였고, 강원도 태백에 초교파적 수도원인 예수원을 설립하여 참신앙과 공동체 생활에 평생토록 노력하였다. 특히 <진보와 빈곤>을 쓴 헨리 조지의 토지공개념 제도를 성경적으로 해석하여 사회정의를 구현하고자 했던 기독교도로 유명하다. 대한민국 조지스트 중에 빼놓을 수 없는 분이다. 개인적으로 가톨릭 신자지만 풍문으로만 듣던 그의 신앙과 사회정의에 관한 사상이 궁금하였던 차에 <대천덕신부의 하나님나라>를 접하게 되었다.


책은 총 3부로, 1부.' 미성숙한 신학의 위험'은 성경이 말하는 성숙한 신앙은 무엇이며, 미성숙한 신앙의 모습과 원인에 대해서 살펴본다. 2부. '성경적 경제의 기초 원리'는 조지스트였던 신부의 경제관이 드러난다. 3부. '그리스도인은 사회문제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는 기독교도의 사회의식 환기와 이웃과 함께 하는 마음가짐, 영적 교제인 '코이노니아'의 활성화를 주장한다.


대천덕 신부의 말처럼, 그리스도 안에서 나오는 신앙, 선악을 명확히 분별하는 성숙한 사고와 어린아이와 같은 단순한 태도, 실천하는 삶에 무심했던 듯하다. 십자가를 지는 것보다 기복에 가까운 '아편 신학'(p.40~41)이 아니었나 싶다. 미성숙한 신앙의 원인으로 '성경 번역의 문제', '균형 잡히지 않는 찬송가의 영향',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는데, 번역의 문제가 인상적이었다. 'evangelia'는 '기쁜 소식'이지 복음이 아니었다. 복은 자아중심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또한 복음화, 전도를 뜻하는 'evangelize'는 가르친다는 의미가 아니라 '증거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진정한 전도는 남을 가르치지 않고 스스로 증거가 되는 삶이다. 그러니 믿음에는 실천이 따라야 한다.


기독교도의 실천은 종교적 의식뿐만 아니라 사회정의를 추구해야 한다. 신부는 헨리 조지의 토지세가 기독교적 경제 정의에 부합한다고 보았다. 레위기 25장에 나오는 희년禧年의 해는 50년마다 땅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법이다. 소유권을 분배, 위임할 수 없다면 현실적인 방안이 토지세이다. 대지주제도는 주님의 법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이웃나라 시돈의 바알법을 따른 것으로 신앙에 맞지 않는다. 또한 가난한 자를 위해 임하신 그리스도와 부자들에게 즐겨 베풀고 나누라는 말씀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한다. 그리고 희년을 지키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도시를 떠나 농촌에 정착하기, 지방 토지신탁 사단법인 운영, 혹은 키부츠 같은 공동체 활성화 등 9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대천덕 신부가 소천한 현재도 부동산이 사회적 문제다. 집값, 전세대란 등으로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팍팍해지고, 조물주 위의 건물주라는 우스갯소리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비록 신부의 희년 경제론을 실현하지 않더라도, 크리스천이 이러한 경제와 이웃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성경적 삶이라는 가르침은 영적인 삶의 실천이 사회정의와 밀접한 것임을 깨닫게 했다. "교회의 책임은 그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영적, 경제적 필요를 채워줄 성령의 교제인 '코이노니아'를 제공하는 것이다."(p.175~176)라는 의견도 인상 깊었다. 성숙한 신앙을 추구하며 크리스천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삶. 신부의 모든 의견에 수긍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핵심은 되새겨볼 가치가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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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창의성을 찾아서 - 8일간의 창의성 수업
모기룡 지음 / 글로세움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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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이 부럽다. 입시를 비롯한 각종 시험은 이해력과 암기력을 주로 활용하는데, 막상 사회생활에서 업무를 하고 기안을 작성하려면 창의력이 필요하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 태반이다.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이 절실하다.<잃어버린 창의력을 찾아서>는 창의성이 무엇이며, 어떻게 개발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설정이 독특하다. 2030년 대한민국 X 연구소에서 만든 인공지능 아트만이 세계 최초로 튜링테스트를 통과한다. 이후 임상 심리 실험이 계획되고 피험자를 선발하였고, 남들보다 소심하고 우울기는 있지만 평범한 심리학 전공 대학생 윤진호가 뽑힌다. 인공지능 아트만은 윤진호에게 8일 간의 창의성 수업을 제안하고, 윤진호는 아트만에게 배우기 시작한다. 그들의 수업은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로 익숙한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차용한다. <미움받을 용기>에서 교외의 철학자는 인공지능 아트만으로, 그를 찾아온 청년은 윤진호인 셈이다. 한창 화제였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로 인공지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늘었는데, 책은 근래 최장기 베스트셀러가 차용한 스토리 전개 방식, 인공지능이라는 소재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제목마저 프로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떠오른다. 처음에는 실소가 나왔지만, 읽다 보니 빠져들었다.

책은 창의성을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한다. 창의성의 정의부터 심리학, 인문학, 종교, 뇌과학 등 여러 학문적 관점으로 살펴보고, 논의를 통합해 나간다. 나아가 주술을 사용하여 고 스티브 잡스를 만나서 그의 창의력 비법을 알아보는 여정까지, 학문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토리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마지막에는 반전까지 있다.


무엇보다 책의 가장 큰 매력은 특정 이론에 입각한 창의력과 단계, 증진방안을 이야기하지 않고 광범위한 관점을 융합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점이다. 단순히 실용적인 발명, 문제해결력을 넘어 철학적이고 전인격적인 담론을 풀어나간다. 예컨대, 인문학이 어떻게 창의성을 증진하는지 당위적 호소를 넘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자유의지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복잡계를 다루고, 뉴런의 노이즈 현상으로 뇌가 소성을 통해 결정론을 반박하는 내용을 실었다. 그리고 주인공 윤진호가 창의적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융과 아들러의 심리학, 운명과 우연, 간주관성(intersubjectivity)과 같은 개념을 통해 전인격적 성찰까지 나아간다.


<잃어버린 창의성을 찾아서>는 창의성이란 "'혁신'과도 관련이 있고, 남들이 잘 생각해내지 못하는 것(새로우면서 좋은 것)을 만들어내는" (p.38) 것이라는 단순한 개념으로 출발하여, 다양한 학문적 관점과 철학적인 담론을 전개한다. 저자는 창의성의 조건으로 유연한 사고, 열린 마음, 모순의 통합, 우연에 대한 긍정을 꼽고 있다. 의미심장하다. 자기계발, 심리학에 국한된 내용을 원하는 독자에겐 지나치게 포괄적이다. 그러나 애플, 구글과 같은 세계 굴지의 선도기업이 인문학 인재를 뽑는다고 하여 국내 기업들이 형식적으로 뒤쫓는 행태. 정작 대학교 인문학 관련 전공은 취직이 어려워 통폐합, 선발 인원을 감소하고 있는 실정 속에서, 과연 진정한 창의성과 창의적 역량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해 보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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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신뢰의 힘 - 자유롭고 강한 마음의 비밀
랄프 왈도 에머슨 지음, 박윤정 옮김 / 타커스(끌레마)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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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랄프 왈도 에머슨의 저서가 근래 몇 년간 다시금 재발간되고 있다. 자기 신뢰, 내면의 힘, 독립심을 강조한 미국 근대 사상가의 저작들이 반갑다. 수저 계급론, N포 세대와 같은 신조어가 생길 만큼 경제적 불안과 불평등에 대한 인식, 담론이 활발해졌다. 사회적 해법이 우선이지만 개인적 삶의 동기 부여도 필요하다. 단순한 힐링은 지쳤다. 노력 타령도 지겹다. 타성에 휘둘리는 삶, 한편으론 아집과 독선. 그 중용인 건강한 자기 신뢰와 자존감이 필요하다.


에머슨은 19세기 미국의 작가, 사상가로 하버드대학 신학부를 졸업하여 목회의 길을 걸었으나, 기존의 교회와 반목하여 미국의 독자적인 근대철학인 초월주의 운동을 이끌었다. 이성주의적 관념론에 기반을 둔 사상개혁운동으로 당시 미국의 사상,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영국의 정신적 영향에서 벗어난 '지적 독립'으로 평가받는다. 종교적 아집과 형식주의를 비판하고 직관과 개인의 역량을 강조하였다. 칼라일, 소로우, 호손 등 당대의 지식인들과 교류하였으며 다양한 강연을 비롯하여 여러 저서를 남겼다.


<자기 신뢰의 힘>은 에머슨의 수필집, 연설문 중에서 사상적으로 중요한 부분, 명언을 발췌하여 실었다. 곁에 두고 부담 없이 읽기 편하지만, <자기 신뢰>, <역사>, <자연> 등 그의 주요 작품들을 주제별로 추린 덕분에 내용의 깊이가 있다. 사상과 철학이 담긴 글귀들로 감명과 본보기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자기 신뢰와 주체적 삶의 태도로부터 시작하여 진리, 영혼과 자연 등 형이상학적 주제까지 일목요연하게 분류한 것이 장점이다.


에머슨은 자기 신뢰를 바탕으로 행동하는 삶을 지향했다. 사회가 발전하고 문명이 발달할수록, 반면에 인간 개개인은 관습과 타성에 젖은 삶, 본성적 능력을 잃어버린 객체적 삶으로 변질되는 것을 우려하였다.


"질투는 무지의 결과이고, 모방은 자살행위이며, 좋든 싫든 자신에게 주어진 몫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활한 우주가 좋은 것들로 가득 차 있어도, 자신에게 맡겨진 땅 한 뙈기를 스스로 애써 경작하지 않으면 곡식 한 알도 얻을 수 없다." (p. 38)

"자신의 삶을 주요 교재로 삼고, 책은 주석처럼 이용해야 한다. 그러면 역사의 여신이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결코 내리지 않는 신탁을 그에게 내려줄 것이다." (p.111)


그렇다고 아집과 방종의 삶을 가르치지 않는다. 보편적 이성을 본질로 하는 이성주의적 관념론을 근본으로 하지만, 세계의 현상은 이원적으로 보았다. 자연은 양극성을 가지고 작용, 반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지나침은 모자람을 부른다. 만족과 절제 또한 미덕이다. 비록 도가 사상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지만, 처세의 관점에서는 노자老子, <주역周易>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모든 지나침은 모자람을 부르고, 모자람은 지나침의 원인이 된다. 단맛 속에는 반드시 쓴 맛이 있고, 악 속에도 선이 숨어 있다. 즐거움을 담는 그릇인 재능을 남용하면 반드시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른다. 그러나 이 재능을 절제하면 그 보상으로 무병장수한다." (p.96)


"우리는 더없이 높은 존재가 인간의 영혼 속에 존재함을, 지혜도 사랑도 아름다움도 힘도 아닌 것, 이 모든 것의 총합이자 하나인 보편적인 본질이 존재함을 알게 된다. 이 보편적 본질이 만물의 존재 목적이자 원인임을 깨닫는다." (p. 168)

"자연은 약과 같다. 해로운 일이나 어울림 때문에 망가진 몸과 마음을 원래의 상태로 회복시켜준다." (p.186)


<자기 신뢰의 힘>을 통해 에머슨의 사상과 철학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단숨에 완독하지 않고 하루에 몇 장씩 읽어나가며 음미해 보기를 권한다. 비록 근대 미국의 초월주의 관념론에 입각한 세계관에는 이견이 있지만, 스스로 믿음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실천하는 삶, 자연과 더불어 진리를 추구하는 태도는 충분히 귀감이 될 것이다.


"질투는 무지의 결과이고, 모방은 자살행위이며, 좋든 싫든 자신에게 주어진 몫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활한 우주가 좋은 것들로 가득 차 있어도, 자신에게 맡겨진 땅 한 뙈기를 스스로 애써 경작하지 않으면 곡식 한 알도 얻을 수 없다." (p.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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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협상이 어려운가 - 오늘도 협상에 데인 당신을 위한 거래의 심리학
로렌스 서스킨드 지음, 박슬라 옮김 / 청림출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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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력은 사회생활의 꽃이다. 직접적인 거래 혹은 영업에 종사한다면 필수고, 간접적으로 대인 관계와 팀워크에 유용할뿐더러 실무력까지 더욱 인정받는다. 협상을 못한다면 다른 능력도 저평가된다. 달리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이른바 대가 세고 처세가 뒷받침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남에게 휘둘리기 일쑤고 실적까지 빼앗기는 부류가 있다. 예컨대,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 지능 이론에서 개인간 지능(interpersonal intelligence, 상대방을 파악하고 적절히 대처하는 능력)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협상력과 개인간 지능이 낮다며 평생 낙담하며 살기에는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속담처럼 뛰어나다 한들 더 잘난 사람에게 당하기 마련이다. 협상력 증진은 누구에게나 숙제다.


<아직도 협상이 어려운가>의 저자 로렌스 서스킨드는 하버드 로스쿨 부학과장이자 로스쿨 협상 프로그램의 공동 창시자이다. 난해한 각종 분쟁을 해결하는 합의형성기구 설립자 겸 최고지식경영자로 다양한 협상, 교육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책은 제로섬 게임 혹은 윈루즈(win - lose) 전략에서 나아가 현대 사회의 협상 트렌드인 윈윈(win-win) 전략에 기반한다. 두루두루 만족하게 하는 타협법, 상호이익의 원론적인 당위성을 주장하지 않는다.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이익을 관철하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6가지 원칙을 통해 상대에게 휘둘리지 않고 만족스러운 협상 전략을 제시한다. '협상 파트너의 위임 사항과 우선 목표를 흔들어라'. '상대에게 만족스럽고 당신에게는 더욱 만족스러운 패키지 거래를 제시하라', '조건부 협약으로 더 많은 몫을 챙겨라', '상대 협상가가 내게 유리한 거래안을 갖고 돌아가게 만들어라' , '예고된 재난을 사전에 차단하라', '조직의 협상력을 향상시켜라' 등이다.


단계별 원칙별로 다양한 전략과 방법론을 다룬다. 말이 통하지 않고 비합리적인 상대와 대면할 때 협상의 교역지대(trading zone)로 끌어들이는 법, 혹은 전혀 협상 의지를 갖지 않을 경우 대처하는 법은 실제 테이블에서 유용하다. 내 조직이 원하는 이익의 하한선, '예고된 재난'(추후 시장조건 등 제반 상황의 변화와 분쟁 가능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유동적인 시각에서 내가 양보할 수 있는 그 외의 옵션을 바탕으로 나와 상대방, 그의 '뒤테이블의 배후실권자'(조직의 결정권자)를 만족하게 하는 전략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테이블에 올려진 파이를 분배하는 제로섬의 관계를 넘어서 근본적으로 파이를 키우는 가치 창출의 시각이다.


타협은 배트나(BATNA,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 협상 결렬 시 내가 가진 차선책) (p.61) 보다 못한 전략적 입장이라는 견해가 인상적이다. 유연한 관점으로 상호 이익을 지향하지만, 목적과 이익에 관해선 단호한 태도다.


<아직도 협상이 어려운가>는 협상, 거래 테이블을 마주하는 관계자들에게 가치 창출이라는 넓은 시각과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다만 일상생활의 처세를 배우고 싶은 독자를 초점으로 하지 않는다. 물론 간접적인 통찰에 도움을 준다. "관계를 해치지 않고도, 하나를 주고 둘을 챙길 수 있다"는 일거양득의 하버드 협상 프로그램을 접할 기회였다.

 

상대에게 만족스럽고 당신에게는 더욱 만족스러운 패키지 거래를 제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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