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선(禪)을 말하다 - 전 세계가 사랑한 프랑스 최고 문학으로 만나는 선 선(禪)을 말하다
시게마츠 소이쿠 지음, 오상현 옮김 / 스타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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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읽은 책도 적지 않지만, 너에게서처럼 커다란 감동을 받은 책은 많지 않았다. 그러기 때문에 네가 나한테는 단순한 책이 아니라 하나의 경전이라고 한대도 조금도 과장이 아닐 것 같다. 누가 나더러 지묵紙墨으로 된 한두 권의 책을 선택하라면 <화엄경>과 함께 선뜻 너를 고르겠다."(법정, <무소유>, p.116)


故 법정 스님이 스무 번을 넘게 애독했고, 이처럼 경탄한 책은 바로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이다. 1943년 출간되어 평단의 극찬을 받았고, 더러는 동화이자 더러는 철학적 단편으로 남녀노소의 사랑을 받았다. 270여 개의 언어, 방언으로 번역되었고, 최소 8천만 부 이상 판매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법정스님을 비롯하여 많은 지성인과 명사들이 극찬한 책으로 짧은 이야기에 사막 속 오아시스 같은 깨달음이 가득하다.


과연 법정스님이 <어린왕자>에게 받은 감동과 깨달음의 정체는 무엇일까. 저서 <무소유>에서 직접 쓰신 "어린왕자에게 보내는 편지'로 간략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지만, "행간에 쓰여진 사연"과 "여백에 스며 있는 목소리까지도" 읽을 수 있었다는 이심전심까지 가늠키는 어렵다.

<어린왕자 선을 말하다>로 선禪의 시각에서 어린왕자를 바라보고, 불교적인 깨우침을 얻어보면 유익한 단서가 될 것이다. 저자 시게마츠 소이쿠는 전직 대학교수이자 영문학자, 번역가로서 현재 임제종에 귀의하여 다양한 강의, 지도 등으로 선禪의 세계를 알리는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서구권에서는 '젠Zen' 으로 알려질 만큼 일본을 통해 선문화가 알려졌는데, 저자는 세계인들에게 올바른 깨달음과 수행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린왕자>는 선禪의 세계와 맞닿아 있었다.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사물을 정확하게 볼 수 없단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야." (p.112) 라는 사막여우의 말은 선종의 특징인 '불립문자不立文字'와 통한다. 보아뱀 속의 코끼리, 상자 속의 양, 사막 속 오아시스의 존재를 감지하는 희망, 마치 하나의 동그라미 그림인 일원상一圓相에서 '무한대의 둥근 거울과 같은 부처의 지혜'를 상징하는 대원경大圓鏡을 깨닫는 심안心眼'의 세계다.


"별이 아름다운 이유는 거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꽃이 있기 때문이에요."( p.155) 어린왕자는 말한다. 존재의 존엄성, 불성佛性은 보이지 않는다. 물질적이고 정량적인 가치 체계에서 벗어나 눈에 보이지 않는 존엄성과 정성적 가치를 깨닫는 과정이기도 하다.


어린왕자는 사막 장미밭에서 수천 송이의 장미를 보고 좌절한다. 마치 깨달음의 과정을 열 가지 그림으로 표현한 십우도十牛圖의 제 8그림 인우구망人牛俱忘의 단계이자 <반야심경> 구절인 색즉시공色卽是空에 비유할 수 있다. 존재는 개별성을 잃고 무無로 돌아가며, 일시적인 현상에서 본질적인 동일성(眞如)을 깨닫는 경지다. 자기별의 한 송이 장미는 장미밭의 장미와 다르지 않음을 슬프지만 깨닫는다. 인연과 현상의 차이점에서 평등과 동일성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러나 어린왕자는 여우를 만나 우정을 쌓고, 공즉시색空卽是色의 세계를 깨닫는다. 여우는 말한다. "네가 너의 장미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네가 장미를 위해서 엄청난 시간을 들였기 때문이야. ....자신이 마음의 인연을 맺은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해. 너는 너의 장미꽃을 소중히 여겨야 해." (p.112) 만물은 동등한 존엄성을 갖고 있지만,  지금 여기서 인연을 맺고 존재하는 것은 기적이며, 개성의 발현이다. 이는 십우도의 "제9그림 반본환원 返本還源, 모습이 있는 그대로 비치" (p.108)의 단계다. 평등하지만 각각의 개성을 유일한 존재로서의 가치를 발현하는 것이다. 저자는 젠 개체성(Zen Individuality)이라 표현한다.


법정 스님이 사랑한 <어린왕자>는 독자에 따라 다양한 철학과 관점으로 깨달음을 주는 텍스트이기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선종의 깨달음과 수행 과정이라는 관점은 값진 경험이었다. 어린왕자의 여정은 보이지 않는 가치, 맹목적인 일상과 타성에 젖지 않은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험이었다. <법구경>은 "자기야말로 자기 자신의 주인이다. 그 외에 누가 주인이겠는가?" (p.78)라고 한다.


또한 색즉시공의 진여眞如와 공즉시색의 소중한 인연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었다. "생각해 보면 이 세상의 만남은 모두 '일기일회(一期一會)입니다. 인생에서 단 한 차례의 만남입니다. 무엇이든 단 한 차례만의 만남입니다. 지금 이곳에 있는 나는 다음 순간에는 별다른 내가 되기 때문입니다. 한순간 한순간 그때 그때 그것으로 완결되기 때문입니다. 이 한순간의 무게를 차분히 실감하고 한순간의 다시없는 소중함에 대해 생각할 때, 만남과 이별이 지니는 깊은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p.175)


<어린왕자 선을 말하다>를 통해 <어린왕자>를 한결 깊이 음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사물을 정확하게 볼 수 없단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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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정리의 힘 - 세계의 엘리트가 매일 10분씩 실천하는 감정회복습관
구제 고지 지음, 동소현 옮김 / 다산3.0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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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정신적 건강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근로시간 1위, 자살률 1위 등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서점가에선 <미움 받을 용기>를 비롯한 심리학 서적이 장기간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차지하였다. 국민들은 스트레스를 비롯한 정신적 문제에 구체적인 해결법을 갈망한다.


반면에 사회 차원의 정서적 이해력과 정신 건강 관리는 낙제점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음주, 자극적인 쾌락에 의지하지만, 일시적인 도피이자 역효과를 일으키기 쉽상이다. 반면, 외국은 '사회정서학습', 즉 "자신의 정서와 장단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원만한 대인 관계를 형성하고 책임 있는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교육하는 과정"(p.48)이 학교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는 전무한 실정이다.


<감정 정리의 힘>은 정규 교육 과정이나 사회에서 배우지 못한 '감정 정리 습관'을 다룬다. 감정회복습관 트레이닝이란 긍정심리학자 일로나 보니엘 박사가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미국심리학회는 "역경이나 고난, 심한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 적응하는 정신력 및 심리과정"으로 정의하였다.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들은 정서적 회복력, 완충력, 적응력이 높다. 이러한 차이를 단순히 선천적인 능력으로 치부하지 않고 훈련을 통해 성장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감정회복습관 트레이팅이다.(p.16~19)


감정회복습관은 세 가지가 있다. 부정적인 감정의 연쇄를 끊어내기, 감정회복근육 단련하기, 성찰하는 습관이다. 습관을 정착시키는 일곱 가지 테크닉을 소개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책의 장점이다.

구체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기분전환을 하는 법, 악영향을 미치는 고정 관념들을 인식하고 관리하는 법을 통해 감정의 연쇄를 끊어낸다.  또한 감정회복근육은 자기효능감 높이기, '강점' 살리기, '서포터'만들기, 감사와 긍정의 감정 키우기를 통해 단련시킨다. 마지막으로 과거의 힘들었던 체험에 의미 부여하기로 성찰하여 외상 후 성장(PTG, Post Traumatic Growth)을 이루기를 권한다.


우리나라는 부정적 감정 관리를 단순히 감상적이고 기질적인 문제, 혹은 정신력이 부족하다고 치부한다. 실제로 많은 국민들이 유용한 해결책을 몰라서 신경성 질병과 업무 능력 감소, 삶의 질 저하에 시달린다.반면에,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이나 조직관리 차원에서 세계적으로 감정회복습관이 주목받고 있다. 경제 위기 이후 사회, 조직의 변화와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정신적인 트레이닝이 절실해진 것이다. 특히 글로벌 리더, 엘리트 사이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건전한 감정 관리법은 주체적인 삶의 설계와  정신적인 회복탄력성, 완충력 향상, 즉 정신력 증진에 유용하다. <감정정리의 힘>은 다양한 부정적인 감정과 관리법을 분류, 분석하여 독자들에게 필요한 노하우를 제공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유연하고 합리적인 사고, 스트레스 관리로 정신력 증진, 의욕과 활력이 활성화된다고 밝힌다.


그러나 자기계발서의 셩격과 실용적인 처방 위주로 구성된 나머지, 학술적 깊이를 바란다면 아쉬움이 든다. 일곱 가지 테크닉은 실제로 긍정심리학, 로고테라피, 트라우마, 아담 그랜트의 '기브 앤 테이크' 분류, 인간관계와 조직심리학 등 다양한 심리학적 이론에 기반하고 있다. 이러한 바탕이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어서 테크닉들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는 피상적으로 여겨질 우려가 있다. 반면에, 책의 노하우가 단순히 자기게발서의 짜집기거나 저자의 개별적인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부정적인 기억과 감정이 끊임 없이 괴롭히고, 오늘도 나의 삶과 학교, 직장에서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면 감정관리습관을 익힐 필요가 있다. <감정정리의 힘>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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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력 Mind Effect - 마음의 변화로 원하는 결과를 만드는 힘
이주아 지음 / 라온북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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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저 계급론', 'N포 세대'는 불안한 현실을 대변하는 단상들이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에서 다뤘던 '지위로 인한 불안'과 미래에 대한 걱정은 끊이질 않는다. 이와 비례하여 심인성 질환을 호소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정신 건강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심력>은 현대인들이 심력心力을 길러서 올바른 정체성을 가지고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기를 권한다. "심력이란 말 그대로 마음의 힘, 마음이 가진 힘을 의미한다."(p.31) 책은 자기계발, 심리학, 영성, 명상법과 테라피 등 다양한 관점에서 마음을 조명하고, 심력을 키우는 6단계 트레이닝을 제시한다.  실제로 저자 이주아 한국심력키움연구소 대표는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스스로를 개선하기 위해 전문적으로 관련 연구를 하기 시작했고, 여러 기업과 기관에서 강의하는 등 코칭과 상담 지도에 매진하고 있다.


이주아 대표는 심력을 키우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주체적으로 삶의 방향과 가치를 결정하게 되며, 더욱 잠재력을 발휘하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자기의 본모습대로 살아가게 되니 인간관계도 한결 편안해 진다.


구체적으로 6단계 트레이닝은 다음과 같다.

<기초편> 

제 1단계 : 릴렉스(Relax) - 이완

제 2단계 : 리플렉트(Replect) - 돌아봄과 치유

<심화편>

 제 3단계 : 리셋(Reset) - 재설정

<훈련편>

제 4단계 : 리플로우(Re-flow) - 깨어 있기

제 5단계 리트레이닝(Re-training)-     훈련과 습관

제 6단계 : 리크리에이트(Re-create) - 재창조

현대인들은 불규칙하고 자극적인 생활, 스트레스로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있다. 불안감과 걱정으로 진정 원하는 삶의 방향을 개척하지 못한다. 6단계 트레이닝은 몸과 마음의 항상성을 회복하고,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며 삶의 관점을 바꾸는 방법이자, 진정한 정체성을 찾고 나와 주변 환경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저자는 심력은 정체성의 크기에 비례한다고 한다. 정체성이란 외부의 자극과 끊임 없이 변화하는 생각과 감정의 상태가 아닌, 캘리포니아대학교 로버트 딜츠 교수가 명명한 6가지 신경학적수준 항목에서 최상위인 초정체성이다. 이는 메타인지의식, '자신이 아는 것을 아는 능력'이자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관조자이다. 초정체성을 통해 진정한 자아와 천성(天性)을 깨닫고 타성에 젖은 자아상을 넘어서 스스로가 자신을 선택하고 설계할 수 있다.


"심리학자 칼 융(Carl Jung)은 "무의식을 의식화하지 않으면 무의식이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하게 되는데, 우리는 바로 이런 것을 두고 운명이라고 부른다."(p.203)고 했고, 현대 물리학은 에너지와 물질이 하나이며 교감한다는 진실을 밝혔다. 한창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시크릿>의 '끌어 당김의 법칙'은 이를 자기계발화시켰다. 마음 에너지와 우주 에너지의 교감을 통해 염원을 이루는 동인으로 삼는 것이다. <심력>은 바로 심층적인 마인드 컨트롤로 자신의 삶과 환경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다뤘다.


<심력>으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고, 깨어 있는 정신으로 진정한 나를 발견하며, 나아가 스스로 원하고 선택하는 삶을 개척하는 노하우를 배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단순한 동기부여를 넘어 구체적인 처방을 제시하는 자기계발서, <심력>을 추천해 본다.

심력이란 말 그대로 마음의 힘, 마음이 가진 힘을 의미한다.(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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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 대화 - 아리스토텔레스의 "변론술"에서 찾은 설득의 기술
다카하시 겐타로 지음, 양혜윤 옮김 / 라이스메이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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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은 오랜 숙제다. 일상에서 남을 설득시켜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고, 상대방의 억지와 궤변을 간파하고 적절히 응대하고 싶다. 화술 관련 자기계발서를 찾아도 성에 차지 않는다. 그렇다면 기본에 충실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리스토텔레스의 <변론술>은 화법에 관한 고전 중의 고전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로 '모든 학문의 시조'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업적을 남겼고, 언술과 수사학 분야에서 그의 논리학, 시학, 변론술은 아직도 인용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당시 소피스트들이 정의와 논리에 중점을 두지 않고 이기기 위한 궤변과 감정에 호소하는 법에 치중하는 것을 비판했고, 올바른 화법을 고민하여 <변론술>을 집필하였다. <지지 않는 대화>의 저자 다카하시 켄타로는  자기계발서의 취지에 맞게 그의 변론법을 간단하고 실용적으로 풀어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변론술』이 오랜 역사 속에서 전해내려오는 '화법'에 관한 책 가운데 가장 핵심적이며", "현실의 토론 과정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고"(p.17) 있다.


책에 따르면, 변론술이란 "특별한 지식이나 전문용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설득은 "상대방의 납득이 계속 쌓이면서 최종적으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주장이 납득되는(즉 설득되는) 것" (p.33)이다. 납득은 이미 상호간에 당연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사항인 상식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상식과 상식의 연결고리를 논리적으로 발전시켜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것이 변론술의 핵심이다.


본인에게 당연한 상식이고 정당한 논리가 상대방에겐 먹히지 않을 수 있다. 이 사실을 모른 채, 나는 옳았는데 상대방의 억지에 당했다고 핑계를 해도 이미 상황은 지나갔고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또한 상대방이 짐짓 거짓으로 상식을 무시하고 자신에게 유리하기 위해 화제를 돌리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래서 변론술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득은  1. 화자의 인품, 2. 청자의 기분 3. 내용의 올바름으로 판가름 난다고 한다. 물론 내용의 올바름을 가장 중요하게 다룬다. 그러나 현실에선 토론의 승패는 주변의 청중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고, 내용의 당위성보다 지지를 많이 얻는 쪽이 유리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실제  토론석상에서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논리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발언이 넘치는 이유다. 화자의 인품, 청자의 기분과 같은 감정적 요소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현실주의적인 철학관이 드러난 대목이다.



책은 내용의 올바름 측면에서 '토포스'를 설명한다. 토포스란, "주장이나 반론을 하기 위한 설득 방법의 패턴"으로, 저자는 "설득을 위한 필승의 이야기 패턴"(p.61)이라고 말한다. 사전에 상식이라 생각되는 정의(定義)를 전제하거나, 반대·비교·대조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 겉치레 하는 상대를 비꼬는 방법,(본심과 포장의 토포스), 유리한 면을 강조하는 법(선악의 토포스), 억측과 있을 수 없는 일을 가지고 설득하는 방법 등 다양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알려 준다.



물론 부수적이라고 전제하였지만, 청자의 감정을 이용하는 법과 화자의 인성을 훌륭하게 어필하는 방법 등은 일상생활에서 유용한 팁이었다. 단순히 남을 설득하기 위한 방편만이 아니다. 상대방의 궤변과 억지스러운 인신공격을 꿰뚫어 보고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다. 억지와 비논리에 한번쯤 휘둘려 본 독자들에겐 솔깃하게 들린다.


2,500년 전의 그리스 철학자의 화술이 현재까지 알게 모르게 활용되고, 아직도 다양한 자기계발서의 기초가 되는 점은 놀랍기 그지 없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변론술>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목마른 현대인들을 해갈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이 들어 있지만, 내용이 난해하여 접하기 어렵다. <지지 않는 대화>는 자기계발서에 충실하게 <변론술>을 소개한다. 말발을 세우고 남을 설득하고 싶은 독자, 억지스런 논리와 궤변에 한번쯤 당해본 독자들은 일독해볼  만한 책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변론술』이 오랜 역사 소에서 전해내려오는 `화법`에 관한 책 가운데 가장 핵심적이며", "현실의 토론 과정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고"(p.17)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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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왜 쓰는가
제임스 A. 미치너 지음, 이종인 옮김 / 예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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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가 베스트셀러다. 독자들은<상실의 시대>, <1Q84>, '다자키 쓰구루' 등  그의 독특한 작품 세계의 원천을 궁금해 하고, 하루키스트로 칭해질 만큼 열렬한 팬심을 드러낸다. 하루키뿐 아니라 유명 작가와 그의 작품론은 독자의 호기심을 일으킨다.



<작가는 왜 쓰는가>의 저자 제임스 A. 미치너는 생소한 작가였다. 그러나 <남태평양 이야기>로 1947년 퓰리쳐상을 수상했고, 평생 40여 권의 책을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다. 미국 시민으로서 최고의 명예인 '자유의 메달' 명단에 올랐다.



책은 문학 비평서나 논문식의 작품론이 아니라, 자전적 성격의 에세이다. 저자가 작가의 길에 어떻게 들어섰는지, 영향을 미친 인물, 작품들에 관해서 솔직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그의 독특한 삶과 사고 방식이 드러나 있다.



"즉 문학적 가르침을 받아들여 결실을 볼 무렵의 결정적 순간에 도달한 문학청년에게는 반드시 어떤 결정적인 책이 찾아온다느 사실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문학청년은 폭넓은 책을 읽어야 하며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압도되지 않아야 한다. 나는 이런 무명의 책들을 읽고서도 문학적으로 눈을 떠 어떤 잠재적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라. 이 세상의 어떤 문학 평론가가 내게 이런 사소한 작품들을 읽어보라고 권했겠는가!"(p.122~123)



그에게 영향을 미쳤던 다른 작가들에 대한 일화와 평론을 실었다. <노인과 바다>의 어니스트 헤밍웨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마거릿 미첼, <딜라일라>마커스 굿리치, <티파니에서 아침을> 트루먼 커포티 등 한국 독자들에게 익숙한 고전 작가와 비교적 생소한 이름도 있다.



"나는 헤밍웨이가 일종의 주술사라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발자크가 사용한 기술, 플로베르, 톨스토이, 디킨스가 즐겨 쓴 기술들을 모두 활용하기 때문에 그의 작품들은 실제보다 더 훌륭해 보이는 떄가 많았다."(p1.62)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둘러싸고 잘못 알려진 사실들에 대하여 바로잡을 필요가 있는데, 특히 저자의 탄생 75주기인 지금이 적절한 때인 것 같다."(p.201)



마지막으로 3부 '나이들어 가는 한 작가에 대하여'에서는 자작시를 수록하였다. 그의 감성과 철학이 녹아 있다. 다음은 그의 작가 인생을 잘 표현한 구절이다.


"그리하여 나는 매일 밤 쉼 없이 자갈길을 걸어가노라.

 꾸준히 탐구하는 자는 언젠가 광명을 발견할 날이 있으므로." (p.287)


<작가는 왜 쓰는가>를 읽으면서, 작가란 무엇인가를 숙고하게 되었다. 특히 작가로서의 신념과 회고(p.101~123)는 진솔하고 구체적이다. 소설을 읽는 관점의 깊이를 더하고 싶은 독자나, 작가지망생은 참고할 만하다.  일반 글쓰기에도 적용되는 내용이다.


"소설을 구성해나가는 데 자극적인 주제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무엇인가 특별한 것에 대한' 소설은 늘 실패로 끝난다."


"위대한 소설은 작가가 외롭게 인간의 경험을 탐구하는 데 서 얻어진 것이지 학술적 조사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독자의 주의를 끄는 제일 좋은 방법은 훌륭한 주제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다. 독자의 주의를 계속 끌려면 무엇보다도 이야기에 진실성이 있어야 한다."


"과도한 상징과 부자연스러운 은유는 천재 작가 혹은 문예 창작과 학생들이나 사용하는 것이다."


"늘 자기 기준으로 생각하여 글을 쓰라. 만일 어떤 책을 쓰려고 하는데 그 내용이 내게 재미있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재미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다양한 작가와 작품에 대한 평은 더러는 처음 접하고, 더러는 익숙하고 읽어본 것들이었다. 제임스 미치너가 받은 영향과 그의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내는 비평이 솔깃했다. 다시금 음미해보고 싶다. 지금은 고인이 된 세계적인 노(老)작가의 자전적 문학 일대기를 통해, 문학 독자로서 혹은 작가로서 한층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위대한 소설은 작가가 외롭게 인간의 경험을 탐구하는 데 서 얻어진 것이지 학술적 조사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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