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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창의성을 찾아서 - 8일간의 창의성 수업
모기룡 지음 / 글로세움 / 2016년 5월
평점 :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이 부럽다. 입시를 비롯한 각종 시험은 이해력과 암기력을 주로 활용하는데, 막상 사회생활에서 업무를 하고 기안을 작성하려면 창의력이 필요하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 태반이다.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이 절실하다.<잃어버린 창의력을 찾아서>는 창의성이 무엇이며, 어떻게 개발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설정이 독특하다. 2030년 대한민국 X 연구소에서 만든 인공지능 아트만이 세계 최초로 튜링테스트를 통과한다. 이후 임상 심리 실험이 계획되고 피험자를 선발하였고, 남들보다 소심하고 우울기는 있지만 평범한 심리학 전공 대학생 윤진호가 뽑힌다. 인공지능 아트만은 윤진호에게 8일 간의 창의성 수업을 제안하고, 윤진호는 아트만에게 배우기 시작한다. 그들의 수업은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로 익숙한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차용한다. <미움받을 용기>에서 교외의 철학자는 인공지능 아트만으로, 그를 찾아온 청년은 윤진호인 셈이다. 한창 화제였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로 인공지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늘었는데, 책은 근래 최장기 베스트셀러가 차용한 스토리 전개 방식, 인공지능이라는 소재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제목마저 프로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떠오른다. 처음에는 실소가 나왔지만, 읽다 보니 빠져들었다.
책은 창의성을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한다. 창의성의 정의부터 심리학, 인문학, 종교, 뇌과학 등 여러 학문적 관점으로 살펴보고, 논의를 통합해 나간다. 나아가 주술을 사용하여 고 스티브 잡스를 만나서 그의 창의력 비법을 알아보는 여정까지, 학문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토리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마지막에는 반전까지 있다.
무엇보다 책의 가장 큰 매력은 특정 이론에 입각한 창의력과 단계, 증진방안을 이야기하지 않고 광범위한 관점을 융합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점이다. 단순히 실용적인 발명, 문제해결력을 넘어 철학적이고 전인격적인 담론을 풀어나간다. 예컨대, 인문학이 어떻게 창의성을 증진하는지 당위적 호소를 넘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자유의지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복잡계를 다루고, 뉴런의 노이즈 현상으로 뇌가 소성을 통해 결정론을 반박하는 내용을 실었다. 그리고 주인공 윤진호가 창의적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융과 아들러의 심리학, 운명과 우연, 간주관성(intersubjectivity)과 같은 개념을 통해 전인격적 성찰까지 나아간다.
<잃어버린 창의성을 찾아서>는 창의성이란 "'혁신'과도 관련이 있고, 남들이 잘 생각해내지 못하는 것(새로우면서 좋은 것)을 만들어내는" (p.38) 것이라는 단순한 개념으로 출발하여, 다양한 학문적 관점과 철학적인 담론을 전개한다. 저자는 창의성의 조건으로 유연한 사고, 열린 마음, 모순의 통합, 우연에 대한 긍정을 꼽고 있다. 의미심장하다. 자기계발, 심리학에 국한된 내용을 원하는 독자에겐 지나치게 포괄적이다. 그러나 애플, 구글과 같은 세계 굴지의 선도기업이 인문학 인재를 뽑는다고 하여 국내 기업들이 형식적으로 뒤쫓는 행태. 정작 대학교 인문학 관련 전공은 취직이 어려워 통폐합, 선발 인원을 감소하고 있는 실정 속에서, 과연 진정한 창의성과 창의적 역량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해 보는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