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이재명을 만났다
최인호 지음 / 씨스케이프(이맛돌)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이재명 성남시장은 언제나 핫(hot)했다. 촛불 정국 이전부터 SNS로 활발히 소통했고, 성남시 부채를 청산하여 청년 배당을 비롯한 복지 정책을 시행했다. 반면에 밥 먹듯이 행정감사를 받았으며 포퓰리즘 논란이 떠나지 않았다. 한 시의 기초자치단체장이면서 끊임없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현재는 안희정 지사 돌풍이 거세진 탓에 주춤하지만, 촛불정국 이후로는 한때 예비 대선후보 지지율 2위를 달성했다. 일각에선 전투형 노무현. 또는 노무현 반, 트럼프 반. 스스로는 한국의 샌더스로 불러달라고 한다. 독특한 행정가이자 정치인이다. 


 

저자 최인호 씨는 학창 시절에 알았다. <단어는 외롭지 않다>라는 영단어 어원을 설명한 책이었다. 학창시절 마르크스 전집을 번역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영어 강사여서 눈길이 갔다. 실제로 베스트셀러였다. 한편으론 영어 강사로 활동중이지만 왜 마르크스 해설서나 인문교양서는 저술하지 않는지 궁금했다. 영어 강사로서 능력도 좋지만 인문학 소양도 접하고 싶었다.



<어느날 이재명을 만났다>는 제목대로 최인호 씨가 만난 이재명 시장이라 관심이 생겼다. 최인호 씨가 쓴 인문 사회 분야 저서인데다 이재명 시장을 다뤘기 때문이다. 천편일률적인 대선 후보 에세이와는 다를 것이란 기대였다. 물론 이 책은 저자가 왜 이재명 시장에게 감명을 받았고, 그에 대한 전망을 담았으며, 그와 관련된 비판을 반박한다. 2016년 10월 29일 청계광장 연설부터 시작해 12월 19일 소망을 담은 맺음말로 끝난다. 집필 기간을 봐도 마치 열정에 타올라서 쓴 것 같다.



청계광장 연설. 이재명 시장이 유력 대선 후보로 거듭난 연설이다. 윤상원을 열사라고 언급했다. 고 윤상원 시민운동가는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에 도청을 지킨 마지막 시민 중 한 명이었다. 2011년 광주 광산구청 구보 표지 모델이었고, <임을 위한 행진곡> 주인공이었지만 기성 정치인들이 언급하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이재명 시장은 그를 언급했다. 비록 이재명 시장은 5.18 그 자리에 없었지만, 성경에서 나중된 자가 먼저된 자로 거듭난다를 말하며 민주화 정신을 이어받았다는 평가다. 그리고 저자는 소회한다. "그것은 시였다. 분노의 시, 고발의 시, 규탄의 시, 그리고 무엇보다 위로의 시였다."



저자가 바라보는 이재명 시장은 과거 지도자들과 다르다. 촛불이 거세질까, 혹은 촛불이 사그라들까 걱정하는 지도자들 기저에는 대중을 대상화하는 시선이 있다. 민주적 관점이 아닌 동원 대상, 지도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시장은 대중의 시선에서, "새로운 시민혁명의 전범"이 되는 자리에 있었다고 분석한다. 이슈가 되었던 '장수풍뎅이 연구회', '민주묘총', '사립돌연사박물관' 깃발은 "탈조직 탈이념 탈노선의 깃발"이라고 평한다.



그렇기에 이재명 시장은 민중의 언어로 말하고, 단호하고 명료한 표현을 한다. 설사 돌직구 때문에 공격적이고 포퓰리즘이라고 비난받지만. 책에 유독 언어 사용에 대한 분석이 많다. 하버마스의 <의사소통언어이론>에 근거한다. 비합리적 의사소통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촛불 집회는 "대한민국 최초로 합리적 언어가 비합리적 언어를 몰아낸 사건"으로 규정한다. 특히 '이재명이 탄핵 정국에서 사용한 표현들'과 '박근혜가 탄핵 정국에서 사용한 표현'들을 비교 대조하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저자는 "모호한 비합리적 언어로 현상을 포장하고 유지하는 것이 지배자와 기득권의 특기"고, 조지 레이코프는 "상대편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치려면 상대편의 언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한 맥락을 인용한다. 이재명 시장은 이제껏 정치인의 두루뭉술한 언변과 궤를 달리한다는 것이다.



기성 언론의 평가와는 달리, 이재명 시장을 "노동을 존중하는 보수"라고 규정한다. <국부론>의 견지에서, "기득권을 비호하는 정부의 검은 손을 없애서 정상으로 돌아가는 자본주의 사회로 만들어야 나라가 부유해지고 국민이 잘 살게 된다."는 논지다. 가수 한영애 씨의 <조율> 한자락과 함께, "어떤 음도 맞는 게 없는 작금의 대한민국에서는 여하한 '조율'도 '혁명'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재명 시장의 주된 비판이 포퓰리즘, 공격적 언사인데, 저자는 이러한 행위들은 이른바 현직 대통령이 말했던 비정상의 정상화를 부르짖는 포효로 본 것이다.



<어느날 이재명을 만났다>는 이재명 시장을 지지하는 저자의 염원을 담았다. 공정사회, 합리적 사회, 민주국가에 맞는 리더로서 이재명을 바라본다. 물론 독자 입장에선 비판적으로 살펴야 한다. 5.18 민주화 운동 고 윤상원 시민운동가와 반독재 운동, 촛불 집회 열기를 담았으니, 내용이 뜨겁다. 덩달아 그 열기를 탄 이재명 시장을 거론히니, 자칫 이재명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뜨거워질 수 있다.

인문학적 시각에서 세태를 바라보는 역량은 책의 장점이다. "우리가 남이가", "그러니 대통령이 돼서 해보겠다는 게 아니겠습니까."라는 비합리적 언설이 지배하는 사회었다. 과거 우리나라 정치 적폐를 그대로 답습했다. 국민을 대상화하는  어용 문화, 동원 문화를 버리지 않았다. 정권을 비판하는 문화예술인, 시민 집회의 배후를 캐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기에 급급했다. 관제 데모로 맞섰다. "장수풍뎅이 연구회"는 구태 정치에 대한 시민의 풍자다. 세태를 모르고 대통령과 측근들은 얼마나 독재와 구태 정치의 향수에 젖어있었는가. 그러나 민도(民度)는 높아졌고, 잘못된 유산을 답습하는 대통령과 지도체체를 용납하지 않았다. 촛불 민심이다.



이번 대선이 기다려진다. 4,19 혁명 이후 민주화 바람은 군사정변으로, 서울의 봄은 12.12로 귀결되었다. 87년 항쟁 호헌철폐 이후 노태후 정권이 출범했다. 광우병, 4대강 반대 촛불 집회가 거셌지만 박근혜 정부가 뒤를 이었다.  구태와 적폐 정치를 답습한 정권은 탄핵 심판을 받고 있다. 현대사 초유로 대통령이 합법적으로 탄핵 당하는 사태가 예견된다. 과연 국정농단 촛불 정국은 얼마나 갈 것이고, 어떻게 귀결될까. 정치교체든, 정권교체든 현명한 선택이 요구된다. 국민들의 열기와 기대에 그나마 부합할 만한 대리인, 정치 세력이 절실하다. 다시금 적폐 공화국이냐 민주 공화국이냐다. 비록 이재명 시장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어느날 이재명을 만났다>가 주목한 리더의 덕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책에 나온 참고서적.


칼 포퍼, <열린 사회와 그 적들>

조지 레이코프,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조지 레이코프, <프레임전쟁>

애덤 스미스, <국부론>

하버마스, <의사소통행위이론>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7-02-22 0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곧 다가올 대선을 위해 후보들이 열심히 홍보하는 건 좋은데, 여기에 편승한 서적들이 나오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반기문 전 총장의 경우처럼 대선 후보를 둘러싼 변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대선 후보를 소개하는 책이 남발하는 추세인데, 생각보다 내용이 허접한 책이 있을 겁니다.

캐모마일 2017-02-22 08:52   좋아요 1 | URL
네. 말씀에 공감합니다.
천편일률적인 대선 후보 에세이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후보가 대선 전에 책을 출간하는 것이야 관행이니 제가 뭐라 할 수 없습니다만,
지금처럼 사회비판적 열기가 뜨거운 상황에서
허투루 책을 출간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7-02-22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23 0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 손에 쏙, 웨스트민스터 소요리 문답 - 곁에 두는 일러스트 북
강한나.강지나 그림 / 마음지기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웨스트민스터 소요리 문답집이란?



기독교 신자에게 유명한 교리서다. 요리(要理)는 교리 중에서도 중요한 내용을 뽑은 핵심 교리를 말한다. 웨스트민스터 요리 문답은 196개 문답을 담은 대요리 문답집, 107개를 담은 소요리 문답집 두 가지다. 1643년 7월 1일 영국 의회의 소집으로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6년 가까운 종교 회의 끝에 신앙고백서, 대요리, 소요리 문답집이 만들어졌다.(편집 후기 참조)



문답집 구성



제1 문답은 문 : "사람의 주된 목적은 무엇일까요?"(What is the chief end of man?) 답 : "사람의 주된 목적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그분을 영원토록 즐거워하는 것입니다"(Man's chief end is to glorify God, and enjoy him forever.),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 고린도전서 10장 31절"이다.



<내 손에 쏙, 웨스트민스터 소요리 문답>은 문답마다 영어 원문, 그리고 관련 성경 구절을 덧붙이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파스텔 색연필 톤의 일러스트를 수록했다. 가독성을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소요리 문답은 1. 하나님의 존재와 인간의 존재 목적을 시작해서, 2. 창의, 위격,섭리 등 기독교 신앙의 개념들,  3. 십계명의 각 계명과 요구하는 것과 금지하는 것들, 4. 구원과 예식, 5. 주기도문 해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독교 신앙 입문을 위해 배워야 할 교리들이다. 신앙을 간단히 정리하고 싶은 독자에게도 도움이 되겠다.



후기



개인적으로 개신교 언어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 있다. 단어가 어딘가 낯부끄럽고 마치 구한말 어투가 떠올라서다. 개역개정판 출간으로 나아졌다고 하지만, 과거 문익환 목사님의 공동번역성서 등에 비하면 고루해 보인다. 물론 교단의 사정이 있겠지만, 개신교 교회를 떠나 가톨릭 신자가 된 경위에는 거부감이 한 몫을 했다. 그것도 지금은 냉담 신자가 되었다.



신앙 생활 당시에도 정통 신앙서보다 <젤롯>같은 기독교 자체를 탐구하는 교양서나 수메르 신화, 비교종교학적 관점에 눈길이 갔다. 다양한 시각에서 신앙을 바라볼 수 있었지만, 한편으론 정통 신학 지식은 많이 부족했었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 문답을 보면서 다시금 되새겨 보았다. 신자나 냉담 중인 신자, 혹은 비신자라도 기독교 신앙을 배우고 싶다면 문답집을 추천해 본다. 군더더기 없이 정리된 덕분이다. 교리를 받아들일지 말지는 개인적인 신념의 영역이겠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와 문자에 관한 최소한의 수학지식 처음 시작하는 교양 수학
EBS MATH 제작팀 지음, 염지현 글, 최수일 감수 / 가나출판사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4년 미국의 한 취업 사이트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최고의 직업으로 '수학자'가 뽑혔어요. 통계학자, 보험계리사와 같은 수학 지식이 필요한 직업들이 그 뒤를 이어 상위 5위 안에 있었어요."(p.15) 수학자가 월가에서 각광을 받은지 꽤 됐다. 경영학 전공자보다 수리 모형을 바탕으로 한 예측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렸기 때문이다. 물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로 금융 공학에 대한 회의가 일어났지만, 여전히 수학자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수와 문자에 관한 최소한의 수학지식>의 장점은 첫째, 이과 비전공자에게 수학적 개념의 연원을 철학과 함께 알려준다는 것, 둘째, 거듭제곱, 소수, 분수 등 학창 시절 배웠던 수학 지식이 어떻게 응용되어 세계를 혁신했는지를 알려주는 점이다.



시험을 위해 공식을 외우고 정답 맞추기 계산에 급급하다가 놓쳤던 사실들이다. 소수만 해도 그렇다. 소수(素數)는 자기 자신만을 약수로 하는 수다. 소수를 찾는 방법은 에라스토스테네스로부터 시작된다. 지도에 위도와 경도를 처음 표시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로, '에라토스테네스의 체'라는 방법을 고안하였다. 유클리드는 소수가 무한함을 증명하였고, 에라토스테네스처럼 하나씩 지워가며 찾기에는 부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7세기에 이르러, 페르마 수와 이를 보완한 메르센 소수가 정리되었다. 현재는 컴퓨터가 메르센 소수 공식으로 소수를 찾고 있다.



1977년 미국 MIT 수학자들이 소수의 원리로 암호화 방식을 만들었는데, 이를 RSA 암호라고 부른다. 소인수분해가 어려운 두 소수의 곱을 이용해 암호를 만드는 원리다. 일정한 규칙을 가진 단순한 암호는 쉽게 간파되었기 때문에, 규칙성 없는 수의 성질을 이용하여 새로운 암호법을 만든 것이다.  학창시절 이걸 왜 배워야 하나, 쓰잘데기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은행 사이트를 이용할 때마다 쓰는 공인인증서 암호화에도 소수의 원리가 쓰였던 것이다.



병원에서 찍는 CT에는 연립일차방정식의 원리가 쓰인다.  A4 용지가 210mm X 297mm인 이유는 경제성 떄문이다. 반으로 접어도 같은 비율을 유지하니 종이 허실이 줄어들었다. 1:루트2 공식으로 비율을 정했다. 피타고라스는 유리수로 음악의 비밀을 탐구했고, 베토벤의 월광소나타가 조화로운 화음으로 구성되는 원리가 되었다.



수학은 철학과 과학 발전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0과 음수는 개념 자체로 신학적 논쟁과 터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길게는 몇천 년을 이어온 수학의 역사를 단순히 공식으로 암기하고 문제 풀이에만 국한해서 쓰다 보니, 공식 속에 담긴 인류의 진보와 위대한 혁신은 온데 간데 없어져 버렸다. 죽은 수학만을 배운 것이다. 옛날 하이틴드라마에 나오는 대사, "수학 공식을 외워서 어디에 쓰나요?" 그러나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음악부터 시작해서, A4 용지, 디지털 암호, 기상예보까지 안 쓰이는 곳이 없다. <최소한의 수학지식>은 살아있는 수학을 만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이 아닐까. 인류 문명의 발전에 공헌한 수학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P.S 퀴즈 문제. 뜻 혹은 공식을 맞춰보세요.


1. 로마 카이사르 황제는 브루투스에게 암살당하기 전, 키케로에게 암호를 적어보냈다.


QHYHUWUXVWEUXWXV


2. 아인슈타인의 사랑방정식


LOVE = 2□ + 2△+2 · + 2V + 8<


3. 니카라과 공화국에서 1971년 인류 역사를 바꾼 열 가지 공식을 기념한 우표를 만들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7-02-19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 개의 퀴즈가 책에 나오는거죠? ^^

캐모마일 2017-02-19 12:40   좋아요 0 | URL
책에 퀴즈는 안 나오지만 인상적인 내용을 퀴즈로 만들어 봤습니다.^^
1번은 소수 이전에 단순한 암호화 사례입니다.
2번은 아인슈타인이 강의 중에 사랑을 공식으로 표현할 수 있나는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3. 유표가 아니라 우표인데 오자가 있네요..ㅜ.ㅜ
아프리카 니카라과 공화국에서 인류 역사를 바꾼 열 가지 공식을 기념한 우표를 발매했습니다. 독특해서 기억에 남네요.ㅎㅎㅎㅎ
 

 

올 여름! 엄청난 영화들이 다가 온!다!

 

2017년 여름. 

 

관객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예정작들이 동시에 개봉합니다. <택시운전사>, <덩케르크>, <군함도>처럼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거나, <신과 함께>처럼 원작을 영화화하여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세계적인 캐스팅과 전작 괴물을 연상케 하는 SF 소재물인지라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택시운전사>나 <군함도>는 상영 이후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사회적으로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리라 예상됩니다. <택시운전사>가 그린 5.18 민주화 운동, <군함도>가 재현한 하시마 섬 조선인 징용 문제.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관객뿐 아니라 독자도 설레는 여름입니다. 애초에 관객과 독자는 따로가 아니라 어폐가 있지만요. 유명한 원작이 어떻게 영상화되는지 직접 확인하고, 영화를 통해 책을 찾아보는 계기가 되겠네요. 올 여름은 영화와 책을 가까이 하면서 무더위를 보내야겠습니다.

 

 

 

 

1. 택시운전사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믿보 송강호 님의 신작 <택시운전사>. 택시 기사가 독일 기자를 5.18 광주 현장에 데려다 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실제 독일 기자인 위르겐 힌츠페터는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벌어진 참상을 카메라에 담았고, 고인의 유언에 따라 손톱 등의 유품이 광주 망월동 묘지에 묻혀 있음. 송강호 씨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배우. 맨부커 인터네셔널 수상자 한강 작가는 5.18 사건을 배경으로 한 소설 <소년이 온다>로 각종 문화계 지원에서 배제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짐. 송강호 씨는 <변호인> 이후 실제 몇 년간 캐스팅이 뜸했다고 밝혔는데, <택시운전사>로 그분들 보시기엔 미운 털의 정점을 찍을 듯.

 

<설국열차>,<관상>,<변호인>,<사도>,<밀정>을 극장 관람해서인지 이번 <택시운전사>를 보지 않으면 무언가 관람 목록에 오점을 남기는 기분이 듭니다.

 

 

 

 


 

2. 신과 함께

 

파괴왕 주호민 작가의 웹툰 영화화, 화려한 캐스팅 <신과 함께>. 웹툰 연재 당시 화제를 일으키며, 일본에 리메이크 판이 연재됨. 영화화가 발표된 후에 독자들의 기대를 받았고, 배우 캐스팅 소식으로 이슈가 됨. 지옥을 관장하는 각종 대왕들 캐스팅이 화려해서 보는 재미를 더할 것이라 합니다. 우리나라 토속 신화의 무대와 지옥 대왕들을 어떻게 특색 있게 살릴지 궁금해 집니다.

 

 

 

 

 

 

 

3. 군함도

 

한수산 작가 원작의 화려한 캐스팅 -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 <군함도>. 군함을 닮아 군함도라 불린 하시마 섬에 강제 징용 당한 조선인들. 그들의 목숨 건 탈출기.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신청하여 공분을 일으킴. 결국 등재됨.

 

 

 

 

 

상영 이후 다시금 강제 징용 조선인들의 참상이 재조명되었으면 합니다.

 

 

 

 


 4. 옥자

 

괴물, 설국열차 봉준호 감독, 틸다 스윈튼, 릴리 콜린스 등 캐스팅 <옥자>. 강원도 산골에서 소녀 미자와 사는 괴물 옥자. 그에 얽힌 이야기. 세계적인 감독 봉준호 작품. 세계적인 캐스팅. SF 설정 등이 벌써부터 관객의 기대치를 높여놓음.

 

옥자 비주얼이 정말 궁금합니다.

 

 

 

 


5. 덩케르크

 

우리나라에서 사랑받는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덩케르크>. 트레일러 소개 당시에도 많은 관심을 모음.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명한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영화화. 나치 독일의 폭격 속에서도 1940년 몇 십만 연합군을 철수시킨 덕분에, 전쟁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실화. 소재도 소재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됩니다. 희망이 무기. 생존은 승리. 2차 트레일러에 나온 문구들이 예비 관객을 설레게 하네요.

 

놀란 감독은 가급적이면 CG 등을 안 쓰기로 유명합니다. 영화뿐 아니라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가 기다려 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 힘들었겠다 - 외롭고 지친 부부를 위한 감정 사용설명서
박성덕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대뜸 생각했다. 제목 참 잘 지었네. 부부 문제는 대화가 우선이라고 하지만, 실상 제 3자의 입장에서 부부 간의 대화를 보면 문제 있는 커플은 티가 난다. 나는 대화를 하고 있는데 상대방이 이해를 못한다며 하소연한다. 진짜 답답한 사람이 있다. 반면에 대체로 그런 말을 하는 쪽도 문제다. 대화를 한답시고 강요를 하거나, 내 말이 옳다는 전제로 설득시키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대화를 풀라 함은 내 뜻대로 하자는 것이 아니라 아내, 혹은 남편의 말을 들어보라는 뜻이다. 서로 공감하고 입장을 이해해보자는 취지다. 부부 관계는 토론 석상에서 벌이는 논쟁이 아니다.



"당신, 힘들었겠다". 부부 관계에서 이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아닐까. 문득 생각했다. 책을 펴기 전에 많은 감정이 오갔다. 저자 박상덕 소장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우리나라 최초로 정서중심적 부부치료를 도입했다고 한다. EBS <생방송 60분 부모>나 <남편이 달라졌어요> 전문 패널, 현재는 <달라졌어요> 책임 전문가로 참여 중이다. 사실 EBS나 부부 프로그램은 시청을 안 한다. 책을 통해 알았다.



책은 부부 간의 공감 정서에 중점을 둔다. "다른 another 사람은 다른 different 사람" 이라는 것.(p.19) 다름을 애착 유형으로 푼다. "애착이란 '정서적 친밀감'이고. 친밀감을 나누는 대상은 다른 말로 '애착 대상'이라고 한다. 하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아상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에 대한 신뢰"(p.28)다. 애착 관계는 대체로 부모와 아이 간의 관계를 통해서 생성된다.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과 친밀감을 경험했다면 '안정형'으로, 학대나 방임, 상처를 받았다면 '불안형' 또는 '회피형'으로 구체화된다.



결국 성장 환경과 살아온 경험이 다른 부부는 애착 유형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자존감의 높낮이, 대화와 문제 해결의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다름을 인정하고 저 인간은 원래 저런 인간이니 상종을 말아야 할까. 다행히 아니다. 관계가 정서를 만들기도 한다. "인간은 서로 협력할 때 정서적 안정감을 회복할 수 있다." 매사추세츠 대학교 에드 트로닉 교수의 말이다. "행복의 요체는 관계"라고 일리노이 대학교 에드 디너 교수는 말한다.(p.150) 톨스토이의 격언이 떠오른다. 행복한 가정은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이랬던가. 행복한 가정 밑바탕에는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관계. 즉, 서로가 알게 모르게 좋은 교감 작용을 한다. "새로운 방법과 이해를 바탕으로 노력을 하면 '항상성'은 깨지고 '변형성'이 일어난다."(p.202)



다음은 "부부의 사랑을 재구성하는 7가지 법칙"이다. 지극히 상식적이지만 파 보면 심오하다.


1. 누구도 성숙한 상태로 결혼하지 않는다.

2. 사람은 반드시 변한다는 것을 믿는다.

3. 남자도 정서에 익숙해져야 한다.

4.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고 착각하지 말라.

5. 애착을 유도하는 대화법을 활용하라.

6. 접근하고 반응하라.

7. 배우자의 편이 되어주라.



반면에 "가정을 불행하게 만든 지침들"도 있다.


1. 잡은 물고기 먹이 주지 않는다.

2. 가족 문제는 담장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

3. 기싸움에서 절대 지면 안 된다.

4. 아내를 사랑하고 자랑하면 팔불출이다.

5. 자녀를 사랑하면 버릇이 없어진다?



<당신, 힘들었겠다>는 부부 서로가 다른 성장 환경에서 자라서, 다른 애착 유형이 생기고, 다른 행동, 다른 대처를 하는 행위를 인지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물론 외도 행위 등 그 자체로 배우자에게 심각한 트라우마가 되는 잘못이 있다.)그리고 서로가 정서를 이해하고 교감을 통해서 좋은 관계 형성을 목표로 한다. 새롭고 유익한 관계로의 변화. 그 변형성에 주목한다. "당신, 힘들었겠다"는 그 문을 여는 주문이 아닐까 싶다.  책을 통해 정서중심적 부부치료를 맛볼 수 있었다.

"당신, 힘들었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