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힘들었겠다 - 외롭고 지친 부부를 위한 감정 사용설명서
박성덕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대뜸 생각했다. 제목 참 잘 지었네. 부부 문제는 대화가 우선이라고 하지만, 실상 제 3자의 입장에서 부부 간의 대화를 보면 문제 있는 커플은 티가 난다. 나는 대화를 하고 있는데 상대방이 이해를 못한다며 하소연한다. 진짜 답답한 사람이 있다. 반면에 대체로 그런 말을 하는 쪽도 문제다. 대화를 한답시고 강요를 하거나, 내 말이 옳다는 전제로 설득시키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대화를 풀라 함은 내 뜻대로 하자는 것이 아니라 아내, 혹은 남편의 말을 들어보라는 뜻이다. 서로 공감하고 입장을 이해해보자는 취지다. 부부 관계는 토론 석상에서 벌이는 논쟁이 아니다.



"당신, 힘들었겠다". 부부 관계에서 이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아닐까. 문득 생각했다. 책을 펴기 전에 많은 감정이 오갔다. 저자 박상덕 소장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우리나라 최초로 정서중심적 부부치료를 도입했다고 한다. EBS <생방송 60분 부모>나 <남편이 달라졌어요> 전문 패널, 현재는 <달라졌어요> 책임 전문가로 참여 중이다. 사실 EBS나 부부 프로그램은 시청을 안 한다. 책을 통해 알았다.



책은 부부 간의 공감 정서에 중점을 둔다. "다른 another 사람은 다른 different 사람" 이라는 것.(p.19) 다름을 애착 유형으로 푼다. "애착이란 '정서적 친밀감'이고. 친밀감을 나누는 대상은 다른 말로 '애착 대상'이라고 한다. 하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아상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에 대한 신뢰"(p.28)다. 애착 관계는 대체로 부모와 아이 간의 관계를 통해서 생성된다.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과 친밀감을 경험했다면 '안정형'으로, 학대나 방임, 상처를 받았다면 '불안형' 또는 '회피형'으로 구체화된다.



결국 성장 환경과 살아온 경험이 다른 부부는 애착 유형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자존감의 높낮이, 대화와 문제 해결의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다름을 인정하고 저 인간은 원래 저런 인간이니 상종을 말아야 할까. 다행히 아니다. 관계가 정서를 만들기도 한다. "인간은 서로 협력할 때 정서적 안정감을 회복할 수 있다." 매사추세츠 대학교 에드 트로닉 교수의 말이다. "행복의 요체는 관계"라고 일리노이 대학교 에드 디너 교수는 말한다.(p.150) 톨스토이의 격언이 떠오른다. 행복한 가정은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이랬던가. 행복한 가정 밑바탕에는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관계. 즉, 서로가 알게 모르게 좋은 교감 작용을 한다. "새로운 방법과 이해를 바탕으로 노력을 하면 '항상성'은 깨지고 '변형성'이 일어난다."(p.202)



다음은 "부부의 사랑을 재구성하는 7가지 법칙"이다. 지극히 상식적이지만 파 보면 심오하다.


1. 누구도 성숙한 상태로 결혼하지 않는다.

2. 사람은 반드시 변한다는 것을 믿는다.

3. 남자도 정서에 익숙해져야 한다.

4.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고 착각하지 말라.

5. 애착을 유도하는 대화법을 활용하라.

6. 접근하고 반응하라.

7. 배우자의 편이 되어주라.



반면에 "가정을 불행하게 만든 지침들"도 있다.


1. 잡은 물고기 먹이 주지 않는다.

2. 가족 문제는 담장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

3. 기싸움에서 절대 지면 안 된다.

4. 아내를 사랑하고 자랑하면 팔불출이다.

5. 자녀를 사랑하면 버릇이 없어진다?



<당신, 힘들었겠다>는 부부 서로가 다른 성장 환경에서 자라서, 다른 애착 유형이 생기고, 다른 행동, 다른 대처를 하는 행위를 인지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물론 외도 행위 등 그 자체로 배우자에게 심각한 트라우마가 되는 잘못이 있다.)그리고 서로가 정서를 이해하고 교감을 통해서 좋은 관계 형성을 목표로 한다. 새롭고 유익한 관계로의 변화. 그 변형성에 주목한다. "당신, 힘들었겠다"는 그 문을 여는 주문이 아닐까 싶다.  책을 통해 정서중심적 부부치료를 맛볼 수 있었다.

"당신, 힘들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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