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엄청난 영화들이 다가 온!다!

 

2017년 여름. 

 

관객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예정작들이 동시에 개봉합니다. <택시운전사>, <덩케르크>, <군함도>처럼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거나, <신과 함께>처럼 원작을 영화화하여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세계적인 캐스팅과 전작 괴물을 연상케 하는 SF 소재물인지라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택시운전사>나 <군함도>는 상영 이후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사회적으로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리라 예상됩니다. <택시운전사>가 그린 5.18 민주화 운동, <군함도>가 재현한 하시마 섬 조선인 징용 문제.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관객뿐 아니라 독자도 설레는 여름입니다. 애초에 관객과 독자는 따로가 아니라 어폐가 있지만요. 유명한 원작이 어떻게 영상화되는지 직접 확인하고, 영화를 통해 책을 찾아보는 계기가 되겠네요. 올 여름은 영화와 책을 가까이 하면서 무더위를 보내야겠습니다.

 

 

 

 

1. 택시운전사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믿보 송강호 님의 신작 <택시운전사>. 택시 기사가 독일 기자를 5.18 광주 현장에 데려다 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실제 독일 기자인 위르겐 힌츠페터는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벌어진 참상을 카메라에 담았고, 고인의 유언에 따라 손톱 등의 유품이 광주 망월동 묘지에 묻혀 있음. 송강호 씨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배우. 맨부커 인터네셔널 수상자 한강 작가는 5.18 사건을 배경으로 한 소설 <소년이 온다>로 각종 문화계 지원에서 배제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짐. 송강호 씨는 <변호인> 이후 실제 몇 년간 캐스팅이 뜸했다고 밝혔는데, <택시운전사>로 그분들 보시기엔 미운 털의 정점을 찍을 듯.

 

<설국열차>,<관상>,<변호인>,<사도>,<밀정>을 극장 관람해서인지 이번 <택시운전사>를 보지 않으면 무언가 관람 목록에 오점을 남기는 기분이 듭니다.

 

 

 

 


 

2. 신과 함께

 

파괴왕 주호민 작가의 웹툰 영화화, 화려한 캐스팅 <신과 함께>. 웹툰 연재 당시 화제를 일으키며, 일본에 리메이크 판이 연재됨. 영화화가 발표된 후에 독자들의 기대를 받았고, 배우 캐스팅 소식으로 이슈가 됨. 지옥을 관장하는 각종 대왕들 캐스팅이 화려해서 보는 재미를 더할 것이라 합니다. 우리나라 토속 신화의 무대와 지옥 대왕들을 어떻게 특색 있게 살릴지 궁금해 집니다.

 

 

 

 

 

 

 

3. 군함도

 

한수산 작가 원작의 화려한 캐스팅 -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 <군함도>. 군함을 닮아 군함도라 불린 하시마 섬에 강제 징용 당한 조선인들. 그들의 목숨 건 탈출기.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신청하여 공분을 일으킴. 결국 등재됨.

 

 

 

 

 

상영 이후 다시금 강제 징용 조선인들의 참상이 재조명되었으면 합니다.

 

 

 

 


 4. 옥자

 

괴물, 설국열차 봉준호 감독, 틸다 스윈튼, 릴리 콜린스 등 캐스팅 <옥자>. 강원도 산골에서 소녀 미자와 사는 괴물 옥자. 그에 얽힌 이야기. 세계적인 감독 봉준호 작품. 세계적인 캐스팅. SF 설정 등이 벌써부터 관객의 기대치를 높여놓음.

 

옥자 비주얼이 정말 궁금합니다.

 

 

 

 


5. 덩케르크

 

우리나라에서 사랑받는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덩케르크>. 트레일러 소개 당시에도 많은 관심을 모음.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명한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영화화. 나치 독일의 폭격 속에서도 1940년 몇 십만 연합군을 철수시킨 덕분에, 전쟁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실화. 소재도 소재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됩니다. 희망이 무기. 생존은 승리. 2차 트레일러에 나온 문구들이 예비 관객을 설레게 하네요.

 

놀란 감독은 가급적이면 CG 등을 안 쓰기로 유명합니다. 영화뿐 아니라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가 기다려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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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힘들었겠다 - 외롭고 지친 부부를 위한 감정 사용설명서
박성덕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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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대뜸 생각했다. 제목 참 잘 지었네. 부부 문제는 대화가 우선이라고 하지만, 실상 제 3자의 입장에서 부부 간의 대화를 보면 문제 있는 커플은 티가 난다. 나는 대화를 하고 있는데 상대방이 이해를 못한다며 하소연한다. 진짜 답답한 사람이 있다. 반면에 대체로 그런 말을 하는 쪽도 문제다. 대화를 한답시고 강요를 하거나, 내 말이 옳다는 전제로 설득시키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대화를 풀라 함은 내 뜻대로 하자는 것이 아니라 아내, 혹은 남편의 말을 들어보라는 뜻이다. 서로 공감하고 입장을 이해해보자는 취지다. 부부 관계는 토론 석상에서 벌이는 논쟁이 아니다.



"당신, 힘들었겠다". 부부 관계에서 이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아닐까. 문득 생각했다. 책을 펴기 전에 많은 감정이 오갔다. 저자 박상덕 소장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우리나라 최초로 정서중심적 부부치료를 도입했다고 한다. EBS <생방송 60분 부모>나 <남편이 달라졌어요> 전문 패널, 현재는 <달라졌어요> 책임 전문가로 참여 중이다. 사실 EBS나 부부 프로그램은 시청을 안 한다. 책을 통해 알았다.



책은 부부 간의 공감 정서에 중점을 둔다. "다른 another 사람은 다른 different 사람" 이라는 것.(p.19) 다름을 애착 유형으로 푼다. "애착이란 '정서적 친밀감'이고. 친밀감을 나누는 대상은 다른 말로 '애착 대상'이라고 한다. 하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아상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에 대한 신뢰"(p.28)다. 애착 관계는 대체로 부모와 아이 간의 관계를 통해서 생성된다.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과 친밀감을 경험했다면 '안정형'으로, 학대나 방임, 상처를 받았다면 '불안형' 또는 '회피형'으로 구체화된다.



결국 성장 환경과 살아온 경험이 다른 부부는 애착 유형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자존감의 높낮이, 대화와 문제 해결의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다름을 인정하고 저 인간은 원래 저런 인간이니 상종을 말아야 할까. 다행히 아니다. 관계가 정서를 만들기도 한다. "인간은 서로 협력할 때 정서적 안정감을 회복할 수 있다." 매사추세츠 대학교 에드 트로닉 교수의 말이다. "행복의 요체는 관계"라고 일리노이 대학교 에드 디너 교수는 말한다.(p.150) 톨스토이의 격언이 떠오른다. 행복한 가정은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이랬던가. 행복한 가정 밑바탕에는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관계. 즉, 서로가 알게 모르게 좋은 교감 작용을 한다. "새로운 방법과 이해를 바탕으로 노력을 하면 '항상성'은 깨지고 '변형성'이 일어난다."(p.202)



다음은 "부부의 사랑을 재구성하는 7가지 법칙"이다. 지극히 상식적이지만 파 보면 심오하다.


1. 누구도 성숙한 상태로 결혼하지 않는다.

2. 사람은 반드시 변한다는 것을 믿는다.

3. 남자도 정서에 익숙해져야 한다.

4.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고 착각하지 말라.

5. 애착을 유도하는 대화법을 활용하라.

6. 접근하고 반응하라.

7. 배우자의 편이 되어주라.



반면에 "가정을 불행하게 만든 지침들"도 있다.


1. 잡은 물고기 먹이 주지 않는다.

2. 가족 문제는 담장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

3. 기싸움에서 절대 지면 안 된다.

4. 아내를 사랑하고 자랑하면 팔불출이다.

5. 자녀를 사랑하면 버릇이 없어진다?



<당신, 힘들었겠다>는 부부 서로가 다른 성장 환경에서 자라서, 다른 애착 유형이 생기고, 다른 행동, 다른 대처를 하는 행위를 인지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물론 외도 행위 등 그 자체로 배우자에게 심각한 트라우마가 되는 잘못이 있다.)그리고 서로가 정서를 이해하고 교감을 통해서 좋은 관계 형성을 목표로 한다. 새롭고 유익한 관계로의 변화. 그 변형성에 주목한다. "당신, 힘들었겠다"는 그 문을 여는 주문이 아닐까 싶다.  책을 통해 정서중심적 부부치료를 맛볼 수 있었다.

"당신, 힘들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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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력 SOS - 반드시 성공하는 금연, 다이어트 비법
이중석 지음 / 순수와탐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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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가벼운 심리교양서나 뇌과학에 기반한 자기계발서를 자주 읽는다. 예컨대, 전자는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 관련 에세이, 프로이트 혹은 융 심리학 입문 같은 류고, 후자는 베스트셀러를 거쳐간 <습관의 힘>, <트리거>, <그릿> 등이다.  신간 <심리학 SOS>는 후자인데, 저자 약력이 독특하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삼일회계법인 회계사로 일했고, 그 후에 벤쳐기업 CEO를 역임했다. 이른바 회계사 엘리트 코스의 정석을 밟아왔다. 저자는 왜 의지력을 십 년간 연구하고 책으로 엮었을까. 결실이 궁금했다.



'SOS'는 널 구해주겠어! 식의 흔한 자기계발서 너스레가 아니라, ​Simulation - Observation - Selection ​모형의 약자다. 모형에 따르면, "의지력은 내적 욕구의 발화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그에 대응할 행동 계획을 지속적으로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P.127) 의지력은 일반적으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처럼 "어떠한 일을 이루고자하는 마음을 꿋꿋하게 지켜나가는 힘", 즉 인내하는 힘으로 이해되거나, 만족 지연 능력 혹은 경제학에서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를 재는 할인률의 개념으로 설명된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피상적이고 실제 도움이 되지 않는다.(의지력에 접근하는 잘못된 길)


저자에 따르면, SOS 모형은 인류 의식의 진화에서 온 키워드다. 생물학적으로 뇌의 형태가 발달한 시기는 5억 년 전이다. 당시엔 무의식이 지배했다. 반면에, '이성의 뇌'인 전두엽이 현재의 형태를 갖춘 것은 불과 20만 년 전이다. 과연 무엇이 힘이 셀까. 5억 년을 지배한 본능과 무의식이다. 인간의 전통은 지킬 박사보다 하이드에 가깝다. 그러니 통제 강박에서 벗어나 의식의 프로세스를 이해해야 한다.(3장 당신 잘못이 아니다)

 

SOS 모형은 인류가 의식을 진화하는 데 중요한 발화점이 된 "자기 관찰"(observation)과 "시뮬레이션"(simulation) 능력에 주목한다. 결국 무의식과 본능에 반하여 무언가를 계획하고 실천하는 힘은 의식에서 나온다. 구체적으로 관찰은 트리거(방아쇠 효과)로 유명한 '자각 훈련', 수잰 세거스트롬 심리학 교수의 '멈춤 - 계획 반응', 불교에서 '깨어있기' 혹은 '마음챙김'으로 설명한다.(5장 하이드를 관찰하다) 시뮬레이션은 이케가야 유지의 '마트료시카 구조'와 '리커전', 몬터규 박사의 '앞선 모형', 심리학에서 '실행 의도'와 '만약에 계획'으로 풀어낸다.(6장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다)7장 '의지력의 본질과 SOS 연습 모형'으로 종합한다.



기대 이상으로 학술적이다. <시크릿> 식의 단순한 자기 암시 또는 다른 자기계발서 류의 무한 긍정을 생각한다면 조금 놀라게 된다. 뒷면에 주석이나 '더 읽을거리'에 나온 참고서적들을 보면 얇은 책으로 엮은 것이 신기해진다. 얇은 두께는 새해에 가볍게 읽고 의지력을 다시금 불살라 보라는 저자의 배려였을까. 그러나 알짜배기 개념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어서 오히려 분량이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장기로 비유하자면 이렇다. 차, 포와 같은 좋은 기물들을 엮었는데, 단순히 행마법은 이런 것이다 하고 넘어간 격이랄까. 물론 개념 소개가 주가 아니다. 저자가 고심한 끝에 개발한 실전 장기 포석인 SOS을 설명하기 위한 근거였으니 할 말은 없다. 의지력이란 주제나 뇌과학에 관심이 많다면 다양한 개념과 책을 만나는 촉매체가 되겠다. '더 읽을거리'와 주석을 참고하면 좋다.

의지력은 내적 욕구의 발화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그에 대응할 행동 계획을 지속적으로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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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2-12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보고 싶었던 책인데 서평 잘 읽었습니다~^^
세번째 문단에 인류의 역사가 5억년이라고 되어있는데 오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ㅎ

캐모마일 2017-02-12 15:42   좋아요 0 | URL
아 네 조언 감사드립니다. 확인해보겠습니다. ㅎㅎㅎㅎ

캐모마일 2017-02-12 15:46   좋아요 1 | URL
인류 역사가 오억 년이 아니라 생물체에서 뇌의 형태가 발생하여 무의식이 생긴지가 오억 년 전이었다고 나와있네요. 덕분에 큰 실수 수정합니다. 휴...(안도의 한숨)

고양이라디오 2017-02-13 01:01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ㅎ 덕분에 저도 더 자세히 알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둔황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9
이노우에 야스시 지음, 임용택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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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신영복 교수의 <담론>을 읽으면서 이노우에 야스시 작가를 알게 되었다. 책에 야스시작가의 소설  <공자>를 소개하는데, 한국 독자에겐 생소할지 모르나 일본 국민작가로 자국내 문학상은 물론 노벨상 후보에 거론될 정도의 문호라고 한다. 특히 <시로밤바>같은 자전적 소설과 <둔황>,<공자> 등의 역사물이 유명하다.



둔황(敦煌)은 옛 실크로드 중국 간쑤성에 위치한 막고굴로, 20세기 초 다량의 불교 경전과 문화 유산이 대량 발굴된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제국주의 시절 도굴당한 문화재들이 서양으로 건너가 불교 문화 발전에 기여했고, 현재는 둔황학이란 하나의 학문 영역으로 발전하였다.



소설 <둔황>은 둔황 막고굴의 연원을 작가 상상력으로 재구성한다. 송나라 선비 조행덕은 과거 시험장에서 졸다가 입신양명 기회를 놓친다. 망연자실하며 저잣거리를 거닐던 중, 인신매매를 당한 나체의 서하 여자를 구해주고 낯선 문자가 적힌 통행증을 받는다. 운명에 몸을 맡기고 무작정 서하로 떠나는 길. 졸지에 한인 선비는 서하 병사가 된다.  위구르 왕족 여인을 만나 연인이 되고 숨겨주지만, 여인은 발각되고 서하왕 이원호의 첩이 된다. 여인은 연정을 지키기 위해 그가 보는 성벽에서 떨어져 자살한다. 그를 서하로 이끌고, 위구르 여인과 비극적인 인연은 어디서 온 것인가. 조행덕은 점점 불교에 귀의한다. 여인을 향한 공양이자 불멸에 대한 갈망이었다.



다사다난한 여정. 조행덕은 사주에서 서하군이었다 송나라군에 귀속되고 다시 서하군이 되는 요지경의 연속이다. 그러던중 조행덕은 한학을 익히고 문리를 깨우친 덕에 서하 불교 중흥 역사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도시 사주는 실크로드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였고,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 서하에서 동란이 크게 일어나고, 참화 속에서 조행덕은 결심한다. 자신이 필사했던 경전과 사주 사찰 내의 경전을 목숨을 걸고 천불동에 숨기기로. 경전은 조행덕에게 기연을 통해 만난 수많은 인연의 결실이자 구원을 향한 염원이었다. 그가 천불동에 숨긴 경전들은 20세기에 발굴된다. 바로 인류 문화유산인 둔황 막고굴이다.



20세기에 실크로드 사막에서 발굴된 불교학의 보고이자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 작가는 둔황 막고굴에 얽힌 사연을 소설로 창조해냈다. 한 선비가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연속된 기연으로 불교에 귀의하여, 막대한 경전을 보존하게 된 이야기. 그가 갈구했던 보편과 영원함은 경전으로 남았다. 서역 사막에서 한 인간의 파란만장한 드라마가 펼쳐지고, 그것은 한 편의 역사가 된다. <둔황>을 덮고 나서 경외감이 밀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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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식 2017-01-17 1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보며 얻는 보너스가 또 다른 작가를 만나는 것 같아요. 전에 최재전 교수 인터뷰를 보는데 이런 식으로 한권한권 분야와 장르를 높여가는 독서법도 좋다고 하시더라구요.

캐모마일 2017-01-17 12:46   좋아요 1 | URL
유용한 조언 감사합니다.

캐모마일 2017-01-17 20:07   좋아요 1 | URL
특히 신영복 교수님 책은 고전부터 시작해서 많은 작가를 만나게 되네요. 생각해보니 그것도 재미고 유용한 독서법이었군요...감사합니다.^^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 시인선 80
기형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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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는 누구인가, 내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

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디서

그 일이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어디든지

가까운 지방으로 나는 가야 하는 것이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내 입 속에 악착같이 매달린 검은 잎이 나는 두렵다 


- 「입 속의 검은 잎」 중에서



『입 속의 검은 잎은 기형도 시인의 유고 시집이다. 종로 파고다극장에서 심야 영화를 보다가 요절한 시인. 제임스 딘처럼 문단과 독자는 오래도록 그를 기리고 있다. 專門家」, 빈 집」, 홀린 사람」, 엄마 걱정」 을 학창 시절 배웠다. 평이했다. 사회 의식을 가진, 젊어서 생을 마감한 덕에 고평가받는 시인인 줄로만 알았다.



영화 <질투는 나의 힘>을 관람하고 시집을 샀다. 그리고 인생 시집 중 하나가 되었다. 질투는 나의 힘」은 여러 번 읽어도 질리지 않았다. 내 심정을 이리도 절절히 새겼을까. 꿈은 창대했으나 현실은 비루했고, 할 말은 넘쳤으나 경청해 줄 상대는 없었다. 사랑 받고 싶었다. 그러나 자아를 잊고 무엇을, 스스로를 사랑한 적이 있었던가.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질투는 나의 힘」



나무의자 밑에는 버려진 책들이 가득하였다

은백양의 숲은 깊고 아름다웠지만

그곳에서는 나뭇잎조차 무기로 사용되었다

......

나는 플라톤을 읽었다, 그때마다 총성이 울렸다

목련철이 오면 친구들은 감옥과 군대로 흩어졌고

시를 쓰던 후배는 자신이 기관원이라고 털어놓았다

존경하는 교수가 있었으나 그분은 원체 말이 없었다


- 대학 시절」



시인의 감성은 당연하게도 시대와 불화했다. 하필 플라톤이었을까. 사회구조론이나 혁명론이 아니라 플라톤이었을까. 정의론과 이데아 진리를 추구했던 때문일까. 아니면 시대와 어떤 간격을 말하는 것이었을까. 나뭇잎조차 혁명 감성으로 읽히는 시대, 주변인에게 비애를 느낀다. 감성은 가열차게 시대에 맞서지도, 시대와 동떨어지지도 못했다. 그래서 외로웠다.



내 입 속에 악착같이 매달린 검은 잎이 나는 두렵다 

입 속의 검은 잎」

이한열 열사 사건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검은 잎은 군부 정권이 물린 재갈일까. 텁텁한 입 속은 ​양심의 발로일까. 민감하고 젊은 감성은 검은 잎이 두렵다고 한다. 시집은 엄마 걱정으로 마무리한다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 엄마 걱정」



엄마 걱정은 한 편의 동떨어진 시가 아니다. 프리퀄이다. 유년 시절을 엿본다. 시인의 감성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세계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두컴컴한 빈방에서 혼자 채소장수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 어른이 되어 사랑을 했고, 시대의 아픔을 맞닥뜨렸다. 세계는 어둡고, 쓸쓸하고, 우울하다.



생각건대, 시인 기형도를 알기 위해선 작품을 단편적으로 접하기보다 유고 시집을 만났으면 한다. 시인의 무던한 말투 속에 묻어 있는 민감한 감성. 사랑, 방황을 읽는다. 시대와 불화하는 양심, 권위에 대한 저항, 쓸쓸한 유년 시절이 가져다 준 태생적인 우울함과 맞닥뜨린다. 배경음악은 김광석 노래를 추천한다. 

내 입 속에 악착같이 매달린 검은 잎이 나는 두렵다


- 「입 속의 검은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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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1-17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빈 집도 좋습니다.. ㅎㅎ

캐모마일 2017-01-17 12:01   좋아요 0 | URL
학창시절 교과서로 배울 때는 몰랐는데, 시집으로 기형도 시인을 만난 후로 다시 읽으니 그 감성이 느껴지고 공감되었습니다.

cyrus 2017-01-17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형도 시집을 읽었을 때 김광석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김광석을 좋아하는 분들은 대부분 밝고 유쾌한 분위기의 곡을 좋아해요. 저는 기형도 시집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김광석의 ‘거리에서’를 좋아합니다. 김광석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이 곡을 절대로 지나치지 않습니다. ^^

캐모마일 2017-01-17 12:03   좋아요 1 | URL
저도요!!! 저에겐 왠지 기형도 시인과 김광석 씨가 너무도 잘 어울리게 다가왔씁니다. 거리에서를 들으며 시집을 읽어봐야겠네요.^^

푸른희망 2017-01-17 2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게도 이 시집은 인생의시집입니다만
펼칠 때마다 마음이 따끔거리네요

캐모마일 2017-01-17 21:56   좋아요 0 | URL
그 따끔거림을 어렴풋이 알듯 하지만... 다시금 여러번 읽어봐야겟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