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서는 학생이 그림이나 노래, 시 낭독 같은 것에 소질을 보이면 선생님이 진심으로 감동하며, 때론 수업중인데도 교실을 뛰쳐나가 교무실에 가서 모든 선생님을 불러오기도 했어요.
마찬가지로 주위 아이들도 함께 기뻐하는 거예요. 재능을 가진 사람과 같은 공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순수하게 기뻐하고 그 사실을 축복하는 거죠. 그렇기에 그 사람의 재능과 자신의 재능을 비교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요. 열등감이 전혀 없죠. 열네 살 때 일본에 돌아왔을 때 ‘열등감’이란 말이 여기저기서 쓰이는 걸 보고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그 학교에선) 어느 교과목이든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의 차이가 무척 컸어요.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못하는 아이도 못한다는 사실 자체를 개성으로 인정해준다는 점이에요. 시험도 구술시험이나 리포트라서 못하더라도 반드시 개성이 드러나게 마련이죠. 잘하는 경우에도 어떻게 잘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어 모두 같지는 않아요. 일본 학교에서는 0X와 사지선다형 시험으로 평가를 하니까 로봇이 대답해도 똑같은 답안이 되고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의 구별이 명확해지죠. 당연히 열등감이 생길 수밖에 없죠. 게다가 학교도 부모도 같은 잣대로 보니까 열등감을 가진 아이는 도움을 받을 수가 없어요. 눈금이 다른 잣대가 없으니까요. 러시아 학교에서는 잘하든 못하든 그 자체가 개성으로, 지구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사실을 항상 느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