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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청문회 1 - 독립운동가 김구의 정직한 이력서
김상구 지음 / 매직하우스 / 2014년 8월
평점 :
재야사학자 김상구가 쓴 <김구 청문회> 때문에 잠을 설치고 악몽을 꾸었다. 대다수 국민들이 추앙하는 독립운동가 김구를 ‘친일파가 만든 독립영웅’이라 칭한 부제를 보고 짐작은 했지만 생각보다 충격이 크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백범일지>에 감춰진 진실이다. 김구가 지금처럼 헌신적인 독립투사요 정치인으로 존경받게 된 데는 <백범일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유려한 문장으로 쉽고 재미있게 씌어진 <백범일지>는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전 세대의 추천도서로 꼽히며, 특히 부록으로 실린 ‘나의 소원’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내 소원은 대한독립’이라는 절절한 고백으로 독자를 사로잡았다.
그런데 <백범일지>를 대중적 필독서로 만드는 데 기여한 유려한 문장과 가슴을 울린 ‘나의 소원’이 대표적인 친일파 이광수의 솜씨라면 어떨까? 또한 열일곱 살에 이미 수천 명의 연비[포교한 신도]를 거느린 동학의 애기접주로 명성을 떨쳤으며, 국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일본군 중위를 죽이고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고종의 특사로 풀려났다고 김구가 자랑스럽게 전한 이야기들이 모두 거짓이라면 어떨까?
그뿐인가. 임정의 문지기를 자처했다는 겸손한 고백과 달리 실제론 반대파를 밀정으로 몰아 죽이고 환갑이 넘은 박은식을 구타하는 등 임정의 경무국장으로서 생사여탈권을 휘둘렀다면? 그래도 우리가 ‘못난 사람’ 백범(白凡)의 ‘숨은 뜻’(逸志)에 감동하고 그를 존경할 수 있을까?
<김구 청문회>는 수많은 1,2차 자료를 동원해 백범의 기록에 의혹을 제기한다. 예컨대 김구가 동학농민전쟁에서 애기접주로 불리며 대활약을 했다는 것은 동학 관련 자료에는 전혀 없고 오직 <백범일지>에만 나오는 얘기이며, 복수하려고 죽였다는 일본인은 군인이 아니라 상인이고 사형 직전 고종이 전화를 걸어 살아났다는 얘기는 전화 자체가 개통되지도 않았으니 완전히 소설이라는 것이다.
놀랍지만 이 정도는 자서전에 비일비재한 ‘뻥’이라 치자. 하지만 진짜 친일 경찰은 살려주고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은 사형시킨 것, 자기 세력을 키우려고 다른 임정 인사는 배제한 채 윤봉길 사건의 주모자를 자처한 것, 독립보다 반공을 우선시해 독립단체들의 통일을 거부한 것, 그리고 송진우, 여운형, 장덕수가 암살당했을 때 늘 그가 배후로 지목된 것 등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최근 이인호 KBS이사장이 김구는 건국 공로자가 아니라고 해서 물의를 빚었으나 이 책에 따르면 뭣도 모르는 소리다. 왜냐하면 김구는 반탁을 내세워 미소공동위원회를 무력화시키고 이승만을 도와 남한에서의 총선거를 지지했으며, 그가 관여한 백의사, 서북청년회 등 우익단체들은 좌우합작 세력에 테러를 가하여 단정이 수립되는 데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김구가 독립운동을 했고 말년에 통일정부를 위해 나선 건 사실이다. 그러나 공이 과를 덮을 수는 없다. 더구나 그를 영웅으로 만드는 사이, 해방 직후 여론조사에서 최고의 정치가로 꼽힌 여운형 같은 중도파의 역사가 지워진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김구 청문회>가 김구의 민낯을 파헤친 것도 그 때문이니, 이제라도 은폐와 왜곡으로 뒤덮인 현대사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