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 - 그가 구한 것은 동물원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The Earth)’였다!
로렌스 앤서니 지음, 고상숙 옮김 / 뜨인돌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바그다드 동물원에 갇혀 죽어갈 동물들을 구하러 간 사람이 있다고 한다. 전쟁이 터지면 당연한 듯 사람이 죽을 일만 생각하던 내게는 그 자체가 충격이었다. 그래, 우리에 갇힌 동물들은 도망도 가지 못한 채 포탄 소리에 떨다가 속절없이 죽어가겠구나. 뒤늦게 죄책감을 느끼며 이 책을 보았다. 그런데 철저히 미국의 시각에 선 저자의 글쓰기가 몰입을 방해한다. 아니, 몰입은커녕 나중엔 읽기가 힘들 정도였다.  

남아공에서 자연공원을 운영하던 로렌스 앤서니는 이라크 전쟁의 참상을 텔레비전으로 보고 바로 바그다드로 떠난다.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죽어갈 동물원의 동물들이 걱정되었던 것. 온갖 빽을 동원해 바그다드에 도착한 로렌스는 몇 마리 남지 않은 동물원의 실태를 목격하고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동물원을 지키던 부원장 하샴과 힘을 합해 동물원 구하기에 나선다.  

이야기 자체는 재미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부풀린 글쓰기, 넘칠 정도의 미국식 유머, 그리고 이런 비극을 불러온 전쟁과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깊은 통찰과는 거리가 먼 단순한 사고 등등이 책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무엇보다 동물을 보호한다는 그의 가치관 자체가 어쩌면 동물에 대한 인간중심적 이용의 출발은 아닌지 의심스러운데, 유감스럽게도 그는 단 한번도 이런 의심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그가 구한 것은 동물도 이라크 동물원도 아니고, 명예욕에 가득한 그 자신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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