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다, 그런데?

쿨하게 한걸음 - 제1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서유미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창비 장편소설상의 첫번째 수상작이다. 당연히 기대가 컸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만큼은 아니다. 요즘 익숙하게 보는 소설 중 하나다. 창비도 돈이 벌고 싶었던 걸까? 아무리 근사한 비평적 언사로 포장을 한대도 이 소설은 그냥 세태를 담은 통속소설이다. 창비라는 이름, 그 역사를 만드는 데 일조한 독자들이 기대한 소설은 아니다. 문체는 날렵하고 독서는 용이하다. 그래, 쿨하다. 그런데 이 끔찍한 현실에서 소설이 쿨하기만 해도 되는 건가? 쿨한 소설들은 여기저기서 많이 나오는데 창비까지 꼭 거기에 한몫 껴야 되는가? 내가 시대착오인지 몰라도 창비가 그냥 이 소설은 책으로 펴냈으면 괜찮지만 이걸 창비 소설상의 수상작으로 뽑기까지 한 건 아무래도 오버란 생각이 든다. 적어도 한때 한국 사회를, 한국 문학을 선도한 집단이었고, 그래서 그 이름값으로 돈도 벌었다면, 그 이름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할 거다. 그건 무슨 거대담론을 말하는 소설을 뽑으란 얘기가 아니라, 이보다는 덜 쿨해도, 이보다 읽기에 더 불편해도 좋으니 이 시대에 소설이란 게 무슨 소용인지를 좀더 고민한 작품을 뽑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제발 문단의 권위로 통속문학에 굉장한 포장를 덧씌우는 일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쿨하게 한걸음은 잘 쓴 통속소설이다. 작가는 글을 쓸 줄 안다. 재미도 있다. 책을 덮고 다음날엔 아무 생각도 안 나지만 쿨하게 읽었으면 되었지 그 이상을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