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 뜨는 여자
파스칼 레네 지음, 이재형 옮김 / 부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제목은 익숙한데 내용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소설이었다. 책장을 펼쳐 읽는데 쉽지 않았다. 늘 보아오던 소설들과는 다른 글쓰기. 얇은데 진도는 더뎠다. 꼭 읽어야겠다는 결심은 없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덮어지지는 않아서 계속 읽다보니 어느 순간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는 지점에 이르렀다. 작가의 새로운 문법에 길들여진 거다. 그러고선 단숨에 끝까지 읽었고, 정말 놀랐다. 이 소설은 사회적으로 억눌린 목소리에 대한 증언이며, 그 목소리를 증언하는 화자(나)에 대한 고발이자 회의이며, 그리하여 결국 자신이 쓴 소설을 작가 자신이 의심하는 형태를 띄는 참으로 맹랑한 소설이다. '레이스 뜨는 여자'와의 연애를 회상하는 듯한 소설 중반 이후의 서술은 이전 부분의 서술과 다른 목소리로 느껴지며, 소설은 이런 점에서도 다중적이다. 소설 속에는 연애를 회상하는 남성화자 '나'의 목소리와 레이스 뜨는 여자의 목소리, 그 여자의 등 뒤에서 깔리는 그녀 어머니의 목소리, 그리고 그녀들을 은근히 억누르는 사회의 목소리가 중첩되어 있다. 파스칼 레네는 레이스를 뜨듯이 그 목소리들을 이리저리 직조하여 놀라운 작품을 썼다. 최근에 본 소설 중 가장 충격적이고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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