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의 남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7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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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쪼가리 자작]을 재미있게 읽은 뒤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나무 위의 남작]을 읽었다. 약간 긴 느낌은 있었지만 책장을 덮을 때는 가슴 뻐근한 감동을 느꼈다.

열두 살 식탁에서 아버지에 반항해 나무 위로 올라간 코지모. 어쩌면 하룻밤 가출로 끝날 수도 있었던 그의 나무행은, 옆집 소녀의 도발에 자극받아 평생으로 이어진다. '나무 위에서 산다'는 황당한 상황은 칼비노의 능숙한 솜씨 덕분에 조금의 어색함도 없이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반쪼가리 자작]에서도 놀랐지만 역시 그의 환상적 리얼리즘은 발군이다!

남작은 나무 위에서 땅을 내려다보며 그곳의 삶에 관심과 애정을 기울인다. 때론 땅의 삶을 질투하기도 하고 그리워하기도 하면서, 그러나 나무를 떠나지 않은 채 그는 삶을 마감한다. 그는 나무와 땅, 그 사이의 거리를 사랑하면서도 때론 못 견뎌하는데, 어쩌면 그 갈등 혹은 긴장이야말로 그를 살게 하는 힘인지도 모르겠다.

가끔 이곳을 떠난 삶을 꿈꾼다. 하지만 다른 삶을 사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랴. 그 고독을 품을 용기가 없다면 꿈은 꿈으로 끝낼 일. 자신의 꿈을 살아내기 위해 많은 것을 잃은 나무 위의 남작이 내 삶을 위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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