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vs 폴 고갱 다빈치 art 8
브래들리 콜린스 지음, 이은희 옮김 / 다빈치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고흐와 고갱의 갈등, 애증, 대립에 관한 이야기는 이젠 거의 신화가 되버린 것 같다. 착한 고흐와 나쁜 고갱, 이타적 고흐와 이기적 고갱의 이미지는 그들의 그림이 주는 인상과 더해져 단단한 사실로 굳어졌다. 이 책은 그런 인상이 오해일지도 모른다고 얘기한다. 이런 얘기도 새로운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고흐에 대해서도 고갱에 대해서도 그들이 어떻다고 판단하기 전에 그들의 예술을 이룬 정신의 상흔들을 찬찬히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착한 고흐와 나쁜 고갱'이 사실이라 해도 그게 뭐 그리 대순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이들이 다면적인 인간임을 보여준다. 저자는 고흐에 대해 좀더 호감을 갖고 있고 책의 비중도 고흐 쪽에 좀더 가 있지만, 고흐 신화를 부추기지는 않는다. 고흐는 균형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게 그의 그림을 낳은 원천이었지만 현실에서 그를 감당해야 할 사람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았으리라.

그의 그림을 보고 두 번 울었다. 이 책을 읽으며 왜 나는 고흐의 그림에서 그처럼 강렬한 감동을 느꼈을까, 스스로를 분석하게 되었다. 헌신과 배신감을 오가는 고흐식 사랑, 자기애와 자기혐오를 오가는 자아상, 그 극단의 심리가 어쩌면 고흐만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 고흐는 그 끝을 밀고 갔지만 우리는 매일 조금씩 그걸 느끼고 감추고 피하면서 살고 있는지도. 그래서 고흐에게서 깊은 동질감을 느끼고 그를 안타까워하며 사랑하는 것인지도.

이 책은 그림과 두 미술가에 대한 예술적 정신분석을 시도하는데, 그게 어떤 틀에 갇혀 있지 않아서 더 설득력이 있고 풍부하다. 다만 그림들 중 꽤 여러 점이 흑백으로 실려 있어서 색채에 대한 설명을 읽을 때 아쉬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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