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에 빠져서 도서관에 들어오는 족족 읽었다. 꽤 최근에 나온 [스나크 사냥]은 하루에 읽기 좋은 장편인데 미야베 특유의 서늘한 느낌을 준다. [모방범]은 전 3권의 어마어마한 분량. 한 권만 해도 엄청난 두께지만 오래 묵힐 수 없어 순식간에 1권을 읽었으나 2권이 영 감감무소식이다. 쩝, 이참에 장만할까... 하지만 그 대신 선택한 [이유]는 나오키 상 수상작이라지만 내겐 썩 재미있지는 않았다. 일본소설이나 만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정보 서술이 워낙 길다보니 긴장감도 좀 떨어지는 듯하고. [모방범]으로 그녀와 작별해도 좋을 성싶다.

신문에 실린 신간 소개를 보고 찜해두었던 [등대]를 읽었다. 근사한 사진과 우리나라의 등대를 망라한 발품이 첫눈에 들었으나 막상 책을 읽어내릴수록 답답하고 짜증스러워서 결국 중도포기하다. 등대는 감상적인 접근만 있었을 뿐이라 이처럼 그 역사와 하나하나에 담긴 건축적, 구조적 특징을 설명한 것이 퍽 반가웠는데, 막상 읽다보니 전문용어에 대한 설명도 거의 없고 주마간산식이라 오히려 점점 더 답답해지는 느낌이었다. 등대의 지역적 탐사와 함께 등대가 하는 역할, 구조, 설치기구의 특징, 과거의 등대와 최근 등대의 차이 등을 더 꼼꼼히 담았다면 좋았을 텐데, 역사서도 기행기도 감상문도 아닌 애매한 서술이 아쉽다.

[열네 살]은 일본 만화책이다. 극화의 전통에 서 있는 아름다운 책인데, 중년에 깨닫는 청춘과 인생의 회한, 일상에 대한 섬세한 성찰이 돋보인다. 만화책이지만 두고두고 되새김질이 필요한 깊이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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