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헤스 문학 전기
김홍근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보르헤스의 작품을 읽기는 쉽지 않았다. 들은 얘기는 무성한데 막상 작품에서 그런 것들을 느끼기는 만만치 않으니 주눅이 드는 심정이랄까. 숙제를 받은 아이 같은, 늘 보르헤스를 떠올리면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혹시 보르헤스에 대한 작은 오솔길이라도 보여줄지 몰라 하는 기대감과, 또 엄청난 수사에 기가 질릴지도, 하는 불안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책을 읽어갔다. 그런데 결과는 정말 기분좋은 만족. 보르헤스의 삶과 작품을 친절하고 꼼꼼하게 보여줘서 나 같은 문외한도 기죽지 않고 보르헤스의 세계를 맛볼 수 있었다. 제일 고마운 건 사놓고 펼치지 못했던 보르헤스의 책들을 즐겁게 읽어볼 엄두를 냈다는 것.

책 중간중간 번역해서 실은 시들도 참 좋았다. 소설가 보르헤스와는 다른 시인 보르헤스의 성실한 이미지를 만날 수 있었다. 평전들이 글쓴이의 주관과 도취에 치우쳐 정작 독자들이 읽고 느낄 여지가 적을 때가 많은데, 이 책은 글쓴이가 따듯한 관찰자, 친절한 안내자의 역할을 시종 유지한 덕에 독자에게는 좋은 선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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