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아트릭스 포터는 '피터 래빗'시리즈로 유명한 영국의 그림책 작가다. 피터 래빗 시리즈는 앙증맞은 토끼 그림이 마치 팬시상품 같은 그런 예쁜 그림책이다. 섬세한 수채화 그림에 와, 참 예쁘다고 감탄한 적은 많았지만 특별히 이 책이나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미스 포터]라는 영화를 보고 생각이 좀 달라졌다.

 르네 젤위거와 이언 맥그리거라는 잘 나가는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는데, 사실 배우들이 돋보이는 영화는 아니었다.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라 -미스 포터라는 인물을 정말 잘 이해한 감독의 주문이었을지 몰라도- 모든 배우들이 다 제 몫을 하고 절대 오버하지 않으면서 서로가 어울리는 분위기를 전하는 데 열심인 까닭이다. 오히려 영화에서 튀는 것은 미스 포터의 친구들, 그녀가 평생을 두고 그려낸 캐릭터들이다. 슬쩍슬쩍 모습을 드러내는 피터 래빗과 제미마 퍼들덕 같은 미스 포터의 사랑스런 친구들은 발군의 매력을 과시한다. 종이 위에 얌전히 있다가 미스 포터의 한마디에 엉덩이를 흔들기도 하고 장난을 치거나 삐치기도 하는, 이 소박한 애니메이션이 사람을 정말 즐겁게 만든다.

허나 무엇보다 마음을 끄는 것은 미스 포터가 가진 진정성이다. 작가가 되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기쁨을 위해서, 이야기 해주는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서, 자신을 즐겁게 하고 위로하고 늘 함께하는 그 친구들을 표현하는 단순소박한 열망에서 그녀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그런 진정성은 그녀가 레이크 지방의 농장들을 사들여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에 동참하는 데서도 확인된다. 어떤 이념이나 이론에 의한 판단이 아니라 맑고 정직한 마음이 시키는 대로 고스란히 실천하는 그녀의 삶이 참 아름답다. 아마도 그런 마음이 그녀의 책을 백 년이 넘어서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하는 비결인 듯싶다. 좋은 작가란 무엇인지, 곰곰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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