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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친구 말대로, 마음이 빵부스러기처럼 푸슬푸슬 날리는 이즈음이다. 조바심이 날 때마다 책을 읽는다. 이틀에 한 권꼴로 책을 읽는데, 마음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다. 그러다 오늘 중국인 허삼관이 피 파는 이야기를 읽었다. 몇 번은 눈길을 책장에서 피하면서, 어쩐지 내가 아는 사람이 피를 파는 걸 빤히 지켜보는 듯한 그런 기분으로 단숨에 읽었다. 해피엔딩이라면 해피엔딩인데 가슴이 답답하고 눈시울이 뜨거웠다. 처음 피를 판 허삼관은 이제야 피땀 흘려 산다는 게 뭔지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의 육십 해 삶은 말 그대로 피땀 흘려 살아내야만 하는 것이었다. 수중에 돈이 넉넉해지고서도 돼지고기볶음과 황주를 먹고 싶단 생각에 피를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만큼.
소설은 희극적 스타일로 비극적 삶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결국 비극적 삶을 희극으로 바꾸는 건 스타일이 아니라 허삼관의 긍정인지도 모른다. 아들이 어머니를 비판하는 문화대혁명의 형식조차 허삼관의 허영 없는 자기비판 앞에선 그 진정성을 획득한다. 삶이란 말도 비평도 스타일도 아닌 그저 피땀을 흘리는 것임을, [허삼관 매혈기]는 웃으면서 가르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