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에스의 [아동의 탄생]을 처음 읽었을 때, 충격을 받았다. 아, 이런 식의 역사서술이 가능하구나, 어린이라는 존재가 역사적 구성물이구나! 덕분에 촘촘한 자료와 해석을 지루한 줄 모르고 읽었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한국사에서 어린이는 어떤 존재일까, 어린이를 프리즘으로 한국사를 본다면 어떤 모양이 나타날까? 최기숙의 [어린이, 넌 누구니?]를 처음 접했을 때 그런 궁금증이 해갈되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절반의 성공. 어린이에 초점을 맞춘 참신한 시도는, 서술의 과정에서 종종 주제의식을 잃고 좌충우돌한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은 욕심이 더 좋은 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막았달까. 주제와 서술 모두에서 집중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