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죽고 싶고 죽이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안으로 향하든 밖으로 향하든 살의가 팽팽히 솟아오를 때인데, 보통은 아주 가까운 사람과 부딪혔을 때 그렇다. 가족들이 힘이 되는 때가 없는 건 아니지만, 사실 가족들이 짐이 되거나 독이 될 때가 적은 것도 아니다. 특히 부부 싸움은 자신의 끝을 보게 한다. 자기도 몰랐던 자기의 밑바닥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이럴 땐 조용히 물러나 책을 펼치거나 음악을 듣는 게 낫다. 두 사람이 날밤을 새며 서로의 치부를 드러낸다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은 없다. 정확히 무엇이 화가 나게 했는지를 말한 뒤에는 '긴 수식어'를 생략하고 조용히 침잠하여 자신을 돌아보는 게 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안팎으로 뻗는 살의를 가라앉히는 데도 좋다.
이럴 때 권하고픈 책은 무조건 어려운 철학책. 지극한 어려움을 대하면 스스로의 무지와 한계가 선명해져서 마음이 곧 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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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칙한 그림과 함께, 외롭게 죽은 두 천재의 난해한 글들을 읽노라면 살 만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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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 인치로 시작해 오리진 오브 러브로 끝낸다. 미첼을 따라서 미친 듯이 춤추고 흐느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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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읽어야 한다고들 하는 네 명의 어려운 철학자들을 솜씨 좋게 소개한 책. 입문서가 아니라 저자의 분명한 주제의식이 살아 있어서 좋다. 적당히 어려워서 긴장감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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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플랜트와 함께 솟아오르면 족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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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철학책은 아니다. 하지만 잘 벼린 문장과 섬세한 번역이 마음을 고즈넉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