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은 소모되기 쉬우며 세월은 빨리 지나가버린다. 세상에서 가장 애석한 일은 아마도 이 두 가지일 것이다.

진정 너그러운 사람은 참으로 드물다. 더러 관대하다는 사람이 있는데 그들은 대개 옳고 그름에 대해 분명하지 못해서 그릇된 것을 바로잡지 못하니, 그것이 어찌 너그러움이 되겠는가.

태어나서 땅에 떨어진 것은 크게 깨달은 것이고 죽어서 땅에 들어가는 것은 크게 잊는 것이다. 깨우친 뒤는 한계가 있고 잊은 이후는 무궁한 것이다. 태어나서 죽기까지는 마치 주막과 같아 한 기운이 머물러 자고가는 시간이다. 저 벽의 등잔이 올올히 밝다가 새벽에 불똥이 떨어지면 불꽃이 걷히고 타던 기름도 어느새 조용해진다. 올올히 밝은 것이 다함이 있는 것인가. 조용하고 쓸쓸한 것이 한계가 있는 것인가.

  --이덕무, <키 큰 소나무에게 길을 묻다>에서

마음이 어지러운 며칠, 이덕무를 읽는다. 어찌 책 속에 깨우침이 있으랴. 다만 책을 읽으며 언젠가의 깨우침을 그릴 뿐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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