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미친 바보 - 이덕무 산문선
이덕무 지음, 권정원 옮김 / 미다스북스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 최고의 책벌레로 꼽히는 이덕무를 처음 만난 건 이 책을 통해서다. 고전을 썩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글을 읽는 것은 행복하다. 그래서 종종 옛 산문을 찾아 읽곤 했는데, 박지원의 [그렇다면 도로 눈을 감고 가시오] 이후로 이 책이 제일 맘에 와 닿았다.

분량이 적당해서 고전에 입문하는 사람에게 맞춤하고, 번역과 주석도 읽기에 편하다. 이 책이 나오고 2년쯤 지나서 [책만 보는 바보]라는 청소년용 책이 나왔는데, 그 책도 좋다. 이덕무의 글을 더 많이 읽고 싶으면 [키 큰 소나무에게 길을 묻다]를 골라도 좋다. 이런 책들을 읽고 창덕궁 후원의 규장각을 오르면 가슴이 뻐근하다. 지난 가을, 우연히 창덕궁을 찾았는데 마침 특별행사 기간이라 주합루를 직접 오를 수 있었다. 가파른 층계를 오르며 아, 이곳으로 이덕무가 매일 오르내렸겠구나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하지만 옛글의 소개와 소비가 온통 조선 후기로만 집중되는 건 아쉽다. 그 시기의 에너지라는 게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과장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 당시의 역사를 읽으면 자연스럽게 든다. 이런 글로 시작해서 고전 읽기의 가지를 더 넓게 뻗어가도 좋을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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