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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탄생 - 한 아이의 유년기를 통해 보는 한국 남자의 정체성 형성 과정
전인권 지음 / 푸른숲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몇 년 전에 한참 이슈가 되던 책인데 이제야 읽다. 게으름에, 남들이 읽어라 읽어라 하면 읽기 싫은 청개구리 심보가 작용한 탓인데, 앞으론 고쳐야 할 고질병이다.
전인권 씨의 [남자의 탄생]은 그 자신의 유년 시절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남성이 어떻게 키워지고 만들어지는가를 서술한 책이다. 정신분석학적 접근이 있기는 하나 크게 도드라지지 않으며, 그게 읽기를 부담없게 만들기도 한다.
헌데, 책을 읽으면서 내내 맘에 걸린 것은 철저히 저자 개인의 경험으로 한정된 서술이었다. 그 지극히 제한된 경험 분석을 통해 '동굴 속 황제' '신분적 인간' '분리된 사랑' 등의 보편적 규정이 도출되어서일까, 고개를 끄덕이는 부분도 있지만 논리적 비약이다 싶을 때가 많다. '아버지 살해' 같은 것은 좀더 치밀하게 분석되고 주장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이미 규정을 내려놓고 자신의 경험을 대입한 듯한 단순함을 느낀다.
이 책은 출발이다. 이것을 출발점 삼아 스스로가 자신의 역사를 분석하면 좋겠고, 전인권 씨의 뒤를 이어 이보다 더 많은 사례와 치밀한 분석도구를 가지고 이런 작업을 계속해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