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프로페셔널 - 자신이 믿는 한 가지 일에 조건 없이 도전한 사람들
안대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 역사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는 건 반가운 일이다. 민족주의가 아니라 미우나 고우나 '나'를 이해하는 데 필요조건이니까.

하지만 5천 년 넘는 한국사에서 조선, 그것도 영정조 시대에만 바짝 몰린 책쓰기는 좀 섭섭하다. 그 시대를 문예부흥이니 조선의 르네상스니 하기도 하던데, 사실 따지고 보면 양란으로 거의 다 망한 나라가 간신히 기력을 회복하던 시기로되 그 또한 제대로 회복하지 못해 결국 백여 년 뒤 망하기에 이르게 되는 그 중간 어름에 아슬하게 걸친 시기다. 그러니까 그 시기의 빛과 그늘을 두루 조명하고, 그 시기가 해결해야 할 과제와 그 과제 해결력을 함께 얘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화에만 집중하여 부흥이니 르네상스니 하는 건 섣부르다.

공전의 히트작 [미쳐야 미친다]를 비롯해서 조선 후기의 문화와 독특한 인물들을 다룬 책들이, 말 그대로 쏟아져 나왔다. 그 책들과 비교해 [조선의 프로페셔널]이 갖는 특장이 무언가, 찾았는데 발견하지 못했다. 프로페셔널을 '벽과 치'로, 즉 '마니아'로 설명하는 것부터 고개를 갸우뚱했다. 프로페셔널의 조건 중에 '몰입'이 있긴 하겠지만 어떤 일을 직업적으로 하여 어느 경지에 오른다는 게 더 중요한 조건이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서 여기 다룬 인물들은 기준이 애매하다. 책장수 조신 등은 프로페셔널이라 할 만하나 여행가 정란이나 원예가 유박이 그러한지는 모르겠고, 이들이 스스로 세운 기준 또한 기예의 장인이라기보다 전통적 유가 지성인을 꿈꾼 측면이 강하지 않나 싶다. 무엇보다 글을 쓴 안대회 씨가 이들을 조명하고 분석하는 분명한 기준이랄까 현재적 의미랄까가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글솜씨는 좋지만 이 인물들과 그 시대를 아우르는 역사의식이 없으니, 책을 덮은 지금, 뷔페식당에서 밥을 먹고 난 뒤처럼 머릿속이 더부룩하고 아리송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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