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위한 감정의 온도 - 엄마의 마음 관리법
한성범 지음 / 포르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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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위한 감정의 온도

 

  요즘 코로나19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유행했다. 사회 곳곳에선 우울감을 토로하다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한국 사회의 분노 지수가 계속 증가하다보니 올해는 분노조절장애로 치료받는 환자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얼마 전 뉴스 기사에선 지하철에서 마스크 착용을 두고 몸싸움을 벌이는 영상을 보도하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50대 남성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요구하자 승객의 뺨을 때렸던 것을 보았다. 화가 많은 한국인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 사례같다.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도 마찬가지다. 학교 일선에선 쉽게 언성을 높이고 격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아이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산처럼 아이들 마음 깊은 곳에 감정이 펄펄 끓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20여 년간 교사로 현장에서 경험한 아이들의 뇌과학과 감정을 연구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오직 아이들과 학부모님을 위해 집필한 현직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의 엄마 마음관리를 돕는 지침서였다. 감정은 언어보다 더 빠르며 마치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숨 쉬는 공기만으로도 그것이 전해진다고 말했다. 그래서 부모의 감정 온도를 낮춰 아이의 달궈진 온도 또한 낮추어야 하는 것이다.

 

  책은 1,2부로 구성되어 뇌과학 연구와 감정 공부를 통한 엄마의 마음 관리법을 제시했고 아이와의 관계에서 엄마의 감정 온도를 낮추는 방법을 안내했다. 2부는 뇌과학을 근거로 아이의 감정 온도를 진찰하고 아이의 감정 온도를 낮추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엄마의 감정이 아이의 정서발달에 얼마나 중요한 지를 구체적 사례를 통해 알게 되었다. 결국 이 책은 가르치는 것보다 보여주는 것을 강조했다. 언제까지 잔소리를 할 수는 없다. 아이 스스로 내면의 힘을 기르기 위해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고 알아간다면 불완전한 존재인 부모와 자녀 모두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될 수 있다!

 

  건우와 희수라는 초등학생 아이의 사례를 보니 이들은 평소 불쾌감 영역의 감정 온도가 높았다. 같은 상황에서 다른 아이들이 감정을 실망으로 표현하는 반면 이 아이들은 분노로 표현하는 차이가 있었다. 창밖으로 뛰어내리겠다고 협박하는 아이, 자해하는 아이들은 이 감정 온도가 극단적으로 높아진 사례다. 책은 중간 중간 뇌과학, 감정읽기라는 코너를 통해 자율신경을 파괴하는 감정 온도라든지 기억의 수명을 결정하는 감정 온도 등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우린 대게 두려움이나 분노 같은 불쾌한 감정은 극복하고 억제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다. 하지만 이것은 필요한 감정이며 극복이 아닌, 사랑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부정적 감정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고맙다고 화해의 손길을 건넨다면 불안은 연기처럼 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화를 내는 건 잘 지내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다. 불안과 두려움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라는 감정으로 변모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부모는 아이의 감정 온도를 낮추기 위해 중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 아침밥(집밥), 독서 등을 강조했다. 특히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는 감정 온도가 낮다고 한다. ‘기억감정은 한몸이라 책을 읽으며 부모님께 감사하자라든지 자연에 감사하자라는 주제를 접하면 감사라는 기억창고에 생각이 저장되고 이것이 뇌 구조를 형성한다. 또한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공감의 감정이 발달한다. 그러므로 독서 습관은 장기적 감정 처방전이라 할 수 있다.

 

  부모는 아이보다 먼저 자신의 감정 온도를 낮추어야 하겠다. 아이의 뇌 속에 있는 거울 세포는 부모의 말과 행동을 똑같이 따라하므로 아이의 뇌가 부모의 뇌와 비슷한 상태가 된다고 한다. 부드러운 말과 행동으로 아이의 성장과 행복에 기여하자. 매일 예쁜 말을 하고 예쁜 것을 보게 하여 불평과 불만이 쌓이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부모는 아이에게 참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감정을 조절해야 하는 이유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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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하늘 도토리숲 시그림책 1
전병호 지음, 김주경 그림 / 도토리숲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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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하늘

 

  동시와 그림이 어우러진 시그림책은 언제나 색다르다. 이번 서평도서는 전병호 시인의 우리 집 하늘이다. 어릴 적 산동네에서 내려와 살던 시내의 집을 추억하며 써내려간 동시였다. ‘우리 집 하늘은 반 평이다로 시작하는 이 시는 앞집 벽과 옆집 담에 둘러싸인 우리 집에서 올려다 본 네모난 작은 하늘을 그렸다. 해도 고개를 뻐금 내밀다 그냥 가고 달도 한걸음에 건너가 버렸다. 답답한 마음에 옥상으로 올라가 고래를 젖혀 하늘을 올려다보고 깜짝 놀란 어린 시인. 머리 위 가득한 별들을 보며 아무도 가지지 않은 수천 개의 별은 모두 내 차지라고 표현한 모습이 참 예쁘다. 그 넓은 하늘은 억만 평의 밤하늘 같았고 가득 떠오른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아이만의 공간이 되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아이의 시선을 보며 함께 위로와 쉼을 얻는 듯하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엉뚱한 공상에 잘 빠지기도 했던 어린 시절의 난 하늘을 보며 제일 많이 들었던 생각이 구름 위에 앉으면 어떤 느낌이 들까? 이었다. 마치 솜사탕처럼 폭신하고 부드럽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요즘처럼 높고 푸르며 뭉게구름 가득한 하늘을 보면 더더욱. 그리고 노을 지는 저녁에 해가 어스름히 숨고 그 주황빛 여명을 보면 그 빛줄기가 천국까지 이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 상상을 했던 게 이 책을 보며 다시금 떠올랐다.

이 책은 자신만의 하늘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용기를 선사하고 있다. 비록 집들에 둘러싸여 비좁은 네모난 하늘을 마주했지만 이내 그 하늘은 100년이 넘은 것 같은 거북이와 붉은빛 돌고래가 맘껏 첨벙거리는 커다란 바다가 되어 함께 헤엄쳐 다닌다. 각종 새와 초록빛깔 나무들이 아이를 반기며 마치 에덴동산의 그것처럼 행복하게 하늘을 땅삼아 바다삼아 누빈다.

 

  도토리숲의 시 그림책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였던 우리 집 하늘은 제법 크고 긴 판형으로 일러스트의 시각화를 충실히 구현해냈다. 파스텔 톤의 정갈한 그림이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진다. 아이의 순수함이 더해진 이 시어들이 참 매력적이다. 요즘처럼 지치고 힘든 시기에 시그림책이 우리의 마음을 보듬어줄 것만 같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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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혼자가 아니야 - 자해 제대로 알고 대처하기
푸키 나이츠미스 지음, 음미하다 그림, 안병은.문현호 옮김 / 다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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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혼자가 아니야 : 자해 제대로 알고 대처하기

 

  자해를 해본 적이 없는 난 자해가 자살을 실행하려는 이들이 경험하는 것이라고만 여겼다. 하지만 죽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자해를 반복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고통스러운 감정을 빨리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잠시 외부의 충격을 통해 마음의 안정,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해도 일종의 감정 조절방법인가?

 

  이 책은 자해의 정의부터 나와 같은 오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일러스트를 곁들여 설명했다. 저자는 아동청소년 건강연합 부의장인 푸키 나이츠미스다. 그녀 또한 자해를 직접 경험했고 그 누구보다 자해를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자해를 시도하는 청소년은 신체적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을 것이라 지레 짐작하곤 하는데, 사실 감정적 고통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한다. 낮은 자존감이나 학업, 친구관계 등 일상에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모두 원인이 될 수 있다. 청소년기는 감정이 민감한 시기이기에 그 고통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자해는 걱정들로부터 잠깐, 탈출할 수 있는 도피처가 되기도 하고 터지기 직전의 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자해를 통해 느끼는 신체의 고통이 마음의 상처를 덜어내는 수단이 되거나 자신 스스로를 처벌하기 위해 자해를 시도하기도 한다.

 

  날카로운 물건을 가지고 은밀한 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거나 글이나 그림으로 자해를 표현하거나 자해와 관련된 영상, 음악을 접하는 것도 자해의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멈추기 힘든 중독 또는 습관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잠시 기분이 나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건강한 방식으로 자해를 대체하는 방법을 제시해놓았다. 이를테면 나무젓가락 부러뜨리기, 볼펜으로 종이 긁기 등.

 

  차마 입 밖에 내기 어려운 자해에 대해 이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가까운 가족과 친구도 자해하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지지해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책에선 변증법적 행동치료를 제시해놓았는데, 이것은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감정과 행동문제를 스스로 인정하고 그것을 대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새로운 행동능력을 기를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마음 챙김, 자기진정기술, 티아이피피기술 등이 언급되었다. 또한 호흡법과 이완법을 통해 신체, 심리적 긴장감을 완화하는 방법도 그림을 통해 자세히 설명했다.

 

  자해를 하는 이들의 상처가 치유되고 흐릿해지길 기대한다. 단지 청소년기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대에서 늘고 있는 자해, 조금은 불편한 주제이기도 한 자해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었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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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난임일기
김정옥 지음 / 유노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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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난임일기

 

  내가 자주 들어가 보는 임신, 출산, 육아 커뮤니티 카페 중 한 곳은 임신 질문방에 난임/인공/시험관 질문방이 따로 있다. “오늘 5일 배양 이식했어요”, “정부 지원금 문의 있어요”, “시험관 주사 때문인가요?” 등의 질문들이 하루에도 수백 개씩 올라온다. 결혼하고 임신을 계획했지만 쉽게 되지 않는 그 임신 때문에 괴로워하는 이들의 절규가 들리는 듯하다. 이 책은 네이버웹툰 100만뷰 인기작인 <분노의 난임일기>를 다뤘다. 난임부부가 임신을 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일들을 최대한 상세하게 알려준 웹툰을 책으로 펴낸 이번 서평도서는, 신혼부부, 임신을 준비하는 많은 이들이 참고할 만한 만화다.

 

  김옥자&김무상부부, 유빛나&한푸근부부, 강한이&이과묵부부 세 쌍을 등장시켜 다양한 가족형태를 제시했다. 첫 번째 부부는 2년차 신혼부부로서 아기를 가지려고 시도 중이었고 세바와 루이라는 고양이와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두 번째 부부는 연애 중 아기가 생겨 결혼한 부부, 마지막 부부는 모든 준비를 끝내고, 임신만 기다리는 부부였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들 볼 수 있는 커플들이었다. 피임만 안하면 당연히 생길 줄 알았던 아기가 찾아오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 누가 알았을까? 난임일기는 분노를 유발할 정도로 힘겹게 고생하는 부부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사실 난임이란 건 인정하는 게 쉽진 않을 것 같다. 난임의 정의는 임신하기 어려운 상태로써 일반적으로 피임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 관계를 맺었음에도 1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단다. 그렇다면 나와 매우 가까운 p도 난임이다. 나와 동창이고 현재 삼십대 후반을 향해 달리고 있으며 결혼한 지 2년이 되어가고 아직 임신 전이다. 한 번도 임신이 되지 않았고 아직 난임병원도 다니진 않는다. 상대적으로 아기에 대해 태평하고 업무에 바쁜 남편과 전전긍긍하는 아내가 이들의 모습이다. 책엔 새로운 세계라 표현한, 난임병원에 발을 들인 캐릭터들이 나온다. 생각 이상으로 난임부부가 정말 많다고 느낀 이 옥자&무상 커플은 인공수정과 체외수정에 대해 설명 듣고 인공수정을 시도한다. 후자는 일명, 시험관(우리가 잘 아는)이었다. 인공수정 시술을 하려면 약과 주사를 처방받고 정기 진료를 받으며 배란일까지 난포를 키운다. 그리고 시술 36시간 전 아내는 난포 터트리는 주사를 맞고 남편은 정자를 채취해 전달한다. 선별된 정자를 아내의 자궁 안쪽으로 주입시키고 한두 시간 휴식을 취한 뒤 귀가한다. 일련의 과정을 만화로 짧게 소개했지만 페이지 뒤쪽엔 인공수정 진행단계와 비용정리가 깔끔하게 표로 정리되어 있었다. 대략 인공수정 본인부담은 30~50만 원 선이라고 한다. (보험 적용)

 

  1부가 병원에 꼭 가야할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난임부부인지 알았다면 2부는 인공수정, 3부는 체외수정에 도전하는 부부의 모습을 그린다. 마지막 4부는 끝이 보이지 않지만 함께 웃고 우는 난임부부의 삶에 대해 그렸다. 빛나가 육아 스트레스에 시달릴 땐 옥자와 한이는 그녀의 괴로움을 이해하지 못했다. 한이는 난임시술과 직장을 위해 이사를 갔고 빛나의 육아 푸념이 듣기 괴로워 한동안 연락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았다. 세 친구는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며 좀 더 어른이 되어 가고 있었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흔들리기도 했다. 주변에도 보면 태몽 같은 꿈에 일희일비하기도 하고 친한 친구나 시누이, 형님 같은 가족이 먼저 임신을 하면 부러워 질투까지 난다는 이들의 글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책의 작가님 부부는 이제 병원에 가지 않고 자연임신만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어떤 결과든 순응하기로 하면서. 아이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기에 자신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바랄수록 생기지 않는, 아이러니한 임신. 포기하고 마음 편히 갖고 있어야 오히려 임신이 된다는 말도 위로가 되진 않겠지만 이 책을 통해 수많은 난임부부가 좀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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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의 미
김선화 지음 / 북나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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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의 미

 

  지난 주 한가위가 지나갔다. 풍요의 계절 가을에 맞는 추석은 우리 민족 최대의 즐거운 명절이라 하겠다. 이런 넉넉한 마음은 한편의 수필로 펼치고 싶은 욕구가 종종 든다. 문예바다, 계간수필, 대한문학 등에 실린 삶의 노래가 이 책에서 손수건처럼 나부끼고 있다. 작가 김선화님은 환갑을 막 넘어선 이로서 전원생활을 통한 깨달음과 오래 묵혀온, 소설적 제재들을 수필이란 그림에 담았다. 일기와도 같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다.

 

  수필은 위로이며 즐거움이기도 하다. 작가의 문장들은 탁월함을 드러내어 읽는 동안 빠져들었다. ‘작은 들풀들의 흔들림이라 할지라도 그것들이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로 내면의 상에 비칠 때, 나는 그 미미한 소리들조차 문장으로 새김질한다란 글도 매의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 나도 관찰력이 좀 더 뛰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인천으로 시집간 육촌 언니가 아기를 연년생으로 낳아 고생한다는 소식을 듣고 제물포역에서 새벽을 맞이한 저자는, 사흘째 되던 날 고등어를 손질하는 모습을 수필로 그려냈는데 차츰 비린내와 익숙해져 갔다는 말에 그 냄새마저 책에서 나는 것 같아 코를 킁킁거렸다. 산마을 태생인 저자가 열다섯 살까지 물고기 먹을 줄 몰랐는데 인천으로 덥석 찾아간 호기로운 모습마저 사랑스러워보였다.

 

  <태몽 꿔주는 할미>라는 제목의 수필에선 저자의 자녀들도 혼기가 꽉 찬 나이다보니 혹시나 좋은 소식을 전해주려나 하는 범인의 기대를 해보게 된다는 글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임신을 준비하는 중이라 태몽에 대해 민감하다. 딱히 태몽이 아니라도 바라는 일의 반가운 응답을 기대하며 예사로 지나칠 수 있는 꿈의 자락도 붙잡고 논다니 무척 동감이 되었다. 최근 들어 뱀꿈, 황소꿈같이 평소에 등장하지 않던 동물들이 꿈속에서 나오니 괜한 기대감에 매 달을 눈여겨보게 된다. 어쨌든 수필집 우회의 미는 직선보다 곡선의 미를, 직진보다 우회의 미를 돋보이게 하는 글들이 많았다. 앞만 보며 달려가는 내 모습에 제동을 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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