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의 미
김선화 지음 / 북나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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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의 미

 

  지난 주 한가위가 지나갔다. 풍요의 계절 가을에 맞는 추석은 우리 민족 최대의 즐거운 명절이라 하겠다. 이런 넉넉한 마음은 한편의 수필로 펼치고 싶은 욕구가 종종 든다. 문예바다, 계간수필, 대한문학 등에 실린 삶의 노래가 이 책에서 손수건처럼 나부끼고 있다. 작가 김선화님은 환갑을 막 넘어선 이로서 전원생활을 통한 깨달음과 오래 묵혀온, 소설적 제재들을 수필이란 그림에 담았다. 일기와도 같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다.

 

  수필은 위로이며 즐거움이기도 하다. 작가의 문장들은 탁월함을 드러내어 읽는 동안 빠져들었다. ‘작은 들풀들의 흔들림이라 할지라도 그것들이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로 내면의 상에 비칠 때, 나는 그 미미한 소리들조차 문장으로 새김질한다란 글도 매의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 나도 관찰력이 좀 더 뛰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인천으로 시집간 육촌 언니가 아기를 연년생으로 낳아 고생한다는 소식을 듣고 제물포역에서 새벽을 맞이한 저자는, 사흘째 되던 날 고등어를 손질하는 모습을 수필로 그려냈는데 차츰 비린내와 익숙해져 갔다는 말에 그 냄새마저 책에서 나는 것 같아 코를 킁킁거렸다. 산마을 태생인 저자가 열다섯 살까지 물고기 먹을 줄 몰랐는데 인천으로 덥석 찾아간 호기로운 모습마저 사랑스러워보였다.

 

  <태몽 꿔주는 할미>라는 제목의 수필에선 저자의 자녀들도 혼기가 꽉 찬 나이다보니 혹시나 좋은 소식을 전해주려나 하는 범인의 기대를 해보게 된다는 글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임신을 준비하는 중이라 태몽에 대해 민감하다. 딱히 태몽이 아니라도 바라는 일의 반가운 응답을 기대하며 예사로 지나칠 수 있는 꿈의 자락도 붙잡고 논다니 무척 동감이 되었다. 최근 들어 뱀꿈, 황소꿈같이 평소에 등장하지 않던 동물들이 꿈속에서 나오니 괜한 기대감에 매 달을 눈여겨보게 된다. 어쨌든 수필집 우회의 미는 직선보다 곡선의 미를, 직진보다 우회의 미를 돋보이게 하는 글들이 많았다. 앞만 보며 달려가는 내 모습에 제동을 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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