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서방, 사랑해
박현진 지음, 주리 그림 / 바우솔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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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송 서방, 사랑해



 

기억보다 오래 남는 마음, 사랑의 본질에 대해 말하는 그림책. 이 책을 읽고 여운이 길게 남았다. 주리 화가의 일러스트가 작가의 감정을 정확하게 담아냈다는 느낌이 든다. 기억 속 엄마를 그리는 딸의 마음이 어머니의 눈빛에서 느껴졌다. 딸을 토닥이고 안아주고 알아보다가 점점 무표정으로 바뀌는 순간을 그린 그림은 마음을 아프게 했다.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쳐다보는 모습은 독자인 나마저 눈물나게 만든다. 사위에게 송 서방, 사랑해.” 라고 말씀하신 엄마는 사실 사위뿐만 아니라 사랑받으며 살아가길 바라는 딸을 위해 하신 말씀일 것이다. 늦게 결혼한 딸을 위해 사위를 덥석 사랑해버린 엄마였다. 정말, 딸을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깊고 진한 말임이 틀림없다.

 

단팥빵, 분홍색, 꽃 등 엄마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들은 그리움을 커지게 만들지만 그림책을 통해 그것을 고요하고도 가슴 깊이 새겨냈다. 치매는 치료 방법이 없는 질병이라고들 말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나이나 이름, 시간과 공간, 계절에 대한 혼동, 불안이 커진다. 방금 있었던 일도 잘 기억하지 못하기 일쑤지만 그림책 속 엄마는 큰아들의 이름은 단번에 대답하셨다. ‘얼마나 사무치게 새겨진 이름이기에라는 문장이 가슴 먹먹하다. 저자는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날 엄마 손을 잡고 같이 주무셨나보다. 아주 평온한 모습으로 조용히 가신 엄마 곁에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음은 행운이다. 나도 지금 곁에 있는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말해드리고 싶다. 보고 있어도 그리운 존재,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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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래 모든요일그림책 20
최지예 지음 / 모든요일그림책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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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우리는 고래



 

올 여름부터 착용하고 있는 푸른 고래꼬리 모양의 펜던트 목걸이는 신비롭고 깨끗한 느낌을 준다. 청량한 무드로 여름감성 인테리어를 꾸며보고 싶어 검색한 액자포스터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고래 일러스트다. 서점에서 처음 본 소설 모비딕의 표지도 바로 고래였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우리도 언젠가 흰수염고래처럼 헤엄쳐 두려움 없이 이 넓은 세상 살아갈 수 있길이라는 가사가 마음에 드는 윤밴의 흰수염고래도 참 좋아한다. 각설하고, 왜 이렇게 고래 이야기를 늘어놓느냐면 오늘 아이와 본 그림책이 바로 고래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사실 고래를 실제로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사진이나 그림, 영상으로만 접해봤기에 더욱 그 끌림이 강하다. 이 지구 생명체는 바다에 서식하는 포유류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생물이다. 그래서 다양한 고래 종류가 나오는 이 그림책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처음엔 쇠고래와 혹등고래가 등장한다. 처음으로 엄마 심부름을 떠나 바닷속 다양한 고래를 만나는 여정을 그렸다. 작가는 수많은 고래 중 이 두 고래를 주인공으로 선택한 이유가, 실제로 먼 거리까지 여행을 하는 고래였기 때문이었다. 혼자면 무섭고 힘들었겠지만 둘이라 서로를 의지하고 든든한 마음으로 모험을 떠난다. 그들은 대왕고래 할아버지에게 크릴새우 머핀을 전할 의무를 가지고 심부름을 시작한다. 그동안 벨루가와 향유고래, 범고래 등 여러 고래 친구들을 만난다. 특히 외뿔고래의 뿔이 송곳니라는 건 이 그림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유니콘 같은 뿔이라 바다의 유니콘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마치 현실적이지 않은, 동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모양새다. 드라마 이상한변호사 우영우에서도 우영우가 자신의 삶을 벨루가 사이에 혼자 살고 있는 외뿔고래같다고 이야기한 것이 기억난다.

 

이 그림책은 단순히 고래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을 넘어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서로를 이해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모습은 다르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고래는 귀여움을 한도 초과한 것 같다. 사랑스럽고 친근하다. 따개비가 붙어 있는 쇠고래, 소라 목걸이를 걸고 다닌 혹등고래가 만난 낯선 세상은 호기심을 자극하며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큰 대왕고래를 만난다. 마치 우리네 아이들을 떠올릴 수 있는 한편의 성장 드라마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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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것들은 가끔 서툴다
구혜온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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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눈부신 것들은 가끔 서툴다



 

첫째가 세 살 되었을 무렵 내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엄마 눈 속에 내가 있네?” 하는거다. 그래서 우리 00이 눈 속에도 엄마가 있네!” 하면서 맞장구를 쳐주었다. 내 눈동자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신기한지 나를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엄마가 처음 되어 모든 것이 서툴렀지만 아이는 작은 나무 하나가 자라듯 찬란하게 빛나며 자라고 있었다. 오늘 읽은 시 <눈부신 것들은 가끔 서툴다>에 수록된 <작은 나무 하나가 자란다>에도 이런 시구가 있다. ‘처음엔 두 손안에 쏙 들어오던 아이가 이제는 내 눈을 바라볼 만큼 자라기 시작했다’. 어느새 말을 배워 엄마 눈 속에 자신이 있다고 표현할 만큼 자란 아이에게 감동을 느꼈던 기억이 떠올랐다.

 

서투르다의 사전적 정의는 일 따위에 익숙하지 못하여 다루기에 설다는 말이다. 어설프고 섣부르고 조급함이 존재한다. <급체>라는 시엔 밥을 급하게 먹는 모습을 표현한 시구가 등장한다. ‘밥을 급하게 먹었다 허기졌던 건 배가 아니라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사랑도, 육아도 서툴렀고 살다보면 속도 마음도 소화가 안 되는 날이 있는것 같다. 하지만 이것도 눈부신 여정 중 하나여서 어느 것 하나 버릴 수가 없다. <별의 자리>엔 이미 사라진 별이라도 그 빛은 아직도 도착하지 않은 중이라 말한다. 이미 떠나버린 사람인데 아직도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 머물러 있듯이. 밤하늘을 바라보며 그 사람의 자리를 더듬는 내 모습이 애처롭다. 이제는 연락되지 않는 친구를 생각하면 어디에도 없지만 마음에는 남아있는 그 별의 자리를 아직도 잊지 않고 있는 내 모습을 반영하는 듯하다.

 

이불처럼 따뜻한 말 한마디가 시어에 녹아있다. 불완전해서 가치 없다 할 수 없고, 흔들리고 아팠지만 빛났고 빛나고 있는 우리의 마음을 담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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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택 시선집
박주택 지음, 프락시스연구회 엮음 / 새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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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박주택 시선집



 

아이가 방학 때 할 숙제 중 하나가 곤충관찰일지였다. 오늘 아침 둘째를 함께 등원시키고 돌아오는 길에 첫째와 함께 매미 허물과 나비 사진을 찍어왔다. 무심코 지나쳤던 자연의 일상을 관찰하다보니 느낌이 새로웠다. 박주택 시인의 시에도 벌레가 등장한다. 문학평론가 정명교 교수는 그의 시선집을 해설해주며 자연, 물상, 대상을 노래하기보다 운동을 모형하고 대상을 운동하게 하며, 그 움직임의 형상을 묘사하는 특징을 소개했다. 낯선 존재의 생의 방법론을 학습한다는 해설이 눈에 띈다. 파리 한마리가 후덥지근한 공기 속을 날아 와 여자와 거칠게 부딪치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는 시구가 순식간에 피었다 사라지는 현상 너머 다른 생의 기척을 드러내고 있었다.

 

시신에 화장을 하는 장례 집행자에 대한 시도 인상적이다. 짐승 가죽처럼 노란 얼굴, 서늘하게 풍겨 나오는 잎사귀, ...(중략) 수북한 찰기 잃은 기억의 곤죽들 어느덧 시신은 자신으로 바뀌어 시트 위에 창백하게 누워 있다는 시구. 장례 집행자가 죽기 전에 기다리고 있는 자신과 만나게 되는 이 모습을 형상화하며 이미지가 떠올라서 마음마저 서늘해졌다. 그저 가방 하나를 소재로 표정이 없다’, ‘많은 날들을 이것저것으로 채워왔지 않은가라는 표현으로 배부른 자의 불룩한 배를 닮았다고 쓴 시인은 마치 가방이 부끄러운 표정도 짓지 않고 이빨만 세우고 천장 위로 아가리만 벌린 채 대체 어쩌자는 것이냐고 반문하고 있다. 나도 평범한 물상을 이렇게 시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계속 비틀어보고 다시 보는 연습을 많이 해야할 것 같다.

 

시로 표현한 모습이 어떤 것은 낯설고 어떤 것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책 속의 문장들이 비에 젖는다는 것, 물이 책에 젖는다는 시구는 필사를 해놓고 싶다. 아니 이 시선집을 전체 필사해보리라. 그의 시력 40년을 통해 의지와 물상의 긴장감을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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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부모 수업 - 교육학자 할아버지가 평생의 삶으로 증명한 교육의 원칙
이해명 지음 / 청림Life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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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부모수업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초등학생이 된 첫째의 1학기가 끝나고 첫 방학이 시작되었다. 담임선생님은 1학기를 보내면서 아이들의 학습 격차가 크게 나타남을 느꼈다고 학부모 알림장에 알렸다. 학기 중간중간 국어와 수학의 단원평가를 보고 점수 확인을 받아온 아이를 보니 대견하기도 안쓰럽기도 했다. 점수를 잘 받아온 날은 뿌듯했는데,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았던 날은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일희일비하는 나와 다르게 정작 아이는 아무 걱정이 없는데 말이다.


오늘 읽게 된 책 <백년의 부모교육>은 영유아기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인성과 재능을 모두 갖춘 아이로 키우는 노학자의 인생교육법이 담겨 있었다. 아이가 초등학생이다보니 초등학교 시기에 부모가 알아야 할 것과 주의해야 할 것을 중점으로 읽어보았다. 끝없이 질문이 쏟아지는 요즘이 알고 싶은 것이 폭발하는 시기라는 것을 알았다. 저자는 초등학교 과정을 성공적으로 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많이 읽는 것이라고 강조하셨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 아이는 내 옆에서 뮤지컬로 보았던 100층짜리 집 그림책을 보고 있는 중이다. 단순히 독서로 끝나는 것보다 이것이 토론과 논술로 이어져야 효과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저자의 자녀가 어렸을 때 미국에서 받은 수업은 주로 책을 읽고 내용을 정리해 제출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또한 책에 대해 아이가 부모 앞에서 발표하면 가족 모두 토론하고 결과를 쓰게 하셨다고 적혀있었다. 이런 집안분위기가 참 부럽다. 이러한 학습법으로 지식이 쌓이고 인지 능력이 높아지는 것이 학업 성적에 영향을 미치므로 초등학교 때 공부가 평생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둘째는 유치원생이다. 두 아이가 서로 투닥대며 다투고 화해하며 성장하고 있는데, 난 잔소리가 많아짐에 자괴감을 느꼈다. 책엔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거나 통제하는 방법에 따라 네 가지 유형의 부모로 나눠서 설명하고 있었는데 독재자, 권위적, 허용적, 방임적인 부모의 특징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바로 권위적인 부모의 훈육이었다. 나는 어떤 부모였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한 아이를 길러내는 위대한 투자인 교육부터 아이가 어떻게 커가는지 뇌의 성장과 지능의 발달 차원에서 설명해주며 영유아기, 초등학교 시기, 중고등학교 시기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물려받은 교육 유산을 책을 통해 아낌없이 조언하여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학교가 아니라 가정이 교육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학업 성적과 지능이 70%가 초등학생 시기에 결정된다니 가정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았다. 지금 너무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하니 긴장도 되지만 이 생애주기 속에서 평생의 삶으로 증명한 저자의 교육원칙을 잘 새겨듣고 적용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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