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난임일기
김정옥 지음 / 유노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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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난임일기

 

  내가 자주 들어가 보는 임신, 출산, 육아 커뮤니티 카페 중 한 곳은 임신 질문방에 난임/인공/시험관 질문방이 따로 있다. “오늘 5일 배양 이식했어요”, “정부 지원금 문의 있어요”, “시험관 주사 때문인가요?” 등의 질문들이 하루에도 수백 개씩 올라온다. 결혼하고 임신을 계획했지만 쉽게 되지 않는 그 임신 때문에 괴로워하는 이들의 절규가 들리는 듯하다. 이 책은 네이버웹툰 100만뷰 인기작인 <분노의 난임일기>를 다뤘다. 난임부부가 임신을 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일들을 최대한 상세하게 알려준 웹툰을 책으로 펴낸 이번 서평도서는, 신혼부부, 임신을 준비하는 많은 이들이 참고할 만한 만화다.

 

  김옥자&김무상부부, 유빛나&한푸근부부, 강한이&이과묵부부 세 쌍을 등장시켜 다양한 가족형태를 제시했다. 첫 번째 부부는 2년차 신혼부부로서 아기를 가지려고 시도 중이었고 세바와 루이라는 고양이와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두 번째 부부는 연애 중 아기가 생겨 결혼한 부부, 마지막 부부는 모든 준비를 끝내고, 임신만 기다리는 부부였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들 볼 수 있는 커플들이었다. 피임만 안하면 당연히 생길 줄 알았던 아기가 찾아오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 누가 알았을까? 난임일기는 분노를 유발할 정도로 힘겹게 고생하는 부부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사실 난임이란 건 인정하는 게 쉽진 않을 것 같다. 난임의 정의는 임신하기 어려운 상태로써 일반적으로 피임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 관계를 맺었음에도 1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단다. 그렇다면 나와 매우 가까운 p도 난임이다. 나와 동창이고 현재 삼십대 후반을 향해 달리고 있으며 결혼한 지 2년이 되어가고 아직 임신 전이다. 한 번도 임신이 되지 않았고 아직 난임병원도 다니진 않는다. 상대적으로 아기에 대해 태평하고 업무에 바쁜 남편과 전전긍긍하는 아내가 이들의 모습이다. 책엔 새로운 세계라 표현한, 난임병원에 발을 들인 캐릭터들이 나온다. 생각 이상으로 난임부부가 정말 많다고 느낀 이 옥자&무상 커플은 인공수정과 체외수정에 대해 설명 듣고 인공수정을 시도한다. 후자는 일명, 시험관(우리가 잘 아는)이었다. 인공수정 시술을 하려면 약과 주사를 처방받고 정기 진료를 받으며 배란일까지 난포를 키운다. 그리고 시술 36시간 전 아내는 난포 터트리는 주사를 맞고 남편은 정자를 채취해 전달한다. 선별된 정자를 아내의 자궁 안쪽으로 주입시키고 한두 시간 휴식을 취한 뒤 귀가한다. 일련의 과정을 만화로 짧게 소개했지만 페이지 뒤쪽엔 인공수정 진행단계와 비용정리가 깔끔하게 표로 정리되어 있었다. 대략 인공수정 본인부담은 30~50만 원 선이라고 한다. (보험 적용)

 

  1부가 병원에 꼭 가야할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난임부부인지 알았다면 2부는 인공수정, 3부는 체외수정에 도전하는 부부의 모습을 그린다. 마지막 4부는 끝이 보이지 않지만 함께 웃고 우는 난임부부의 삶에 대해 그렸다. 빛나가 육아 스트레스에 시달릴 땐 옥자와 한이는 그녀의 괴로움을 이해하지 못했다. 한이는 난임시술과 직장을 위해 이사를 갔고 빛나의 육아 푸념이 듣기 괴로워 한동안 연락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았다. 세 친구는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며 좀 더 어른이 되어 가고 있었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흔들리기도 했다. 주변에도 보면 태몽 같은 꿈에 일희일비하기도 하고 친한 친구나 시누이, 형님 같은 가족이 먼저 임신을 하면 부러워 질투까지 난다는 이들의 글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책의 작가님 부부는 이제 병원에 가지 않고 자연임신만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어떤 결과든 순응하기로 하면서. 아이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기에 자신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바랄수록 생기지 않는, 아이러니한 임신. 포기하고 마음 편히 갖고 있어야 오히려 임신이 된다는 말도 위로가 되진 않겠지만 이 책을 통해 수많은 난임부부가 좀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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