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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반 정라니 ㅣ 풀빛 그림 아이
장성은 지음 / 풀빛 / 2025년 11월
평점 :
단풍반 정라니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윗집 어르신이 노인유치원이라 불리는 곳에 다니신다. 아이들 등굣길시간에 유치원 차량이 아파트에 들어서서 할아버지를 모시고 가는 걸 보았다. 아이들이 “저 할아버지도 유치원 다니시네?” 하며 얘길한다. 불편하셨던 거동이 조금씩 나아져보여 나도 마음이 좋아졌다.
오늘의 그림책 주인공 라니는 표지에서부터 조금 의아한 점이 있었다. 보통 할머니들이 즐겨 앉아계시는 방석에서 약과랑 귤을 먹고 있는데, 페이지를 넘겨보면 자개장농에서 자신의 옷을 고르고 고집 부려 고른 옷과 빨간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선다. 귀여운 라니는 유치원에서 단풍반 친구들과 체육활동도 하는데, 망치같이 생긴 길쭉한 것으로 공을 골대에 통과시키는 운동을 하거나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는 친구도 보인다. 마침 라니의 생일파티가 열려 친구들의 축하를 받는 장면도 보였는데 케이크 대신 팥설기떡에 초가 올려져 있고 한 친구는 마이크를 잡고 흥겹게 노래를 부르거나 어떤 친구는 휠체어에 앉아 축하를 해주고 있다. 읽을수록 뭔가 좀 이상하다. 내가 생각한 유치원생들의 모습이라기엔 하는 행동과 말들이 어르신같다. 다시 페이지를 앞으로 들춰보니 라니는 윤정란 어르신이었다. 아이의 이야기이자 어른의 이야기, 자식의 이야기이자 부모의 이야기였던 <단풍반 정라니>는 노인유치원에 다니고 계신 어르신들의 일상을 독자에게 편견없이 보여주고 있다. 괜시리 마음이 울컥했다. 우리는 모두 늙고 노인이 될텐데. 라니의 모습에서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 그리고 미래의 내가 될지도 모르는 모습이 보였다. 어린이가 된 라니는 행복해보였다. 어린 시절 마치 내 모습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