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약국 - 감정이 일상을 지배하지 않게, 오늘의 기분을 돌보는 셀프 심리학
이현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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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약국

 

심리학 도서였지만 꽤 과학적이었다. 마음 관리를 뇌과학 측면에서 처방했다. 에필로그에도 나왔다시피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라는 책에서 행복의 소제목 파트 화학적 행복을 언급하며 세로토닌과 같은 생화학적 체제를 말했다고 한다. 행복에 대한 거대담론을 기대한 저자로선 좀 당황스러웠지만 우리의 정신, 감정세계는 신경화합물의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었다.

 

기분이 안 좋은 채로 3일을 넘어가면 부정적인 감정은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 뇌에 과잉 기억화된다. 사실 3일까지 가지도 않는다. 그 즉시 기억되는 것 같다. 상처 입을수록, 모욕감이 클수록 기억으로 가는 속도는 빠르다. 이럴 땐 마음 약사업무를 시작하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역시 모든 병은 조기 개입해야 효과가 있다. 모든 걸 다 해결할 순 없겠지만 마음이 무너지기 시작할 때 그 짐이 쓸데없이 부풀려지는 것은 막을 수 있을 테니까.

 

미국의 정신과 의사 제임스 보그는 말했다. 뇌는 약국과도 같아 24시간 내내 약을 조제한다고. 그리하여 감정이 일상을 지배하지 않도록 오늘의 기분을 돌보는 셀프 심리학을 알아야 하고 선택의 문제가 아닌, 마음 약사가 되는 것은 반드시 해내야 할 일일 것이다. 요즘과 같이 심리적 방역이 절실한 시기라면 더욱.

 

저자 이현수 임상심리전문가는 이 마음 치유서를 통해 생활 밀착형 처방전을 일러주었다. 부정적인 사고가 긍정적인 사고로 바뀌면 변연계의 반응도 달라져 세로토닌, 옥시토신, 도파민 등과 같은 30개 이상의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을 분비할 수 있다. 세상 단순한 좋은 생각과 좋은 감정을 갖고 좋은 화학물질을 생성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이 공식을 받아들이려면 우리는 최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익히 알지만 실천이 어려웠던, 생활 속 세로토닌 축적법은 이대로도 행복하다는 선언인 감사,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것, 명상과 예술의 힘까지 소개했다. 특히 은근히 사람 잡는 인지적 왜곡이란 제목을 통해 한번 뇌에 박힌 버려야 할 생각들을 불을 다루듯 다뤄보며 버릴 것으로 뇌에 각인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 필요할 때만 조심히 불을 사용하여 몸을 녹이거나 음식을 해 먹듯.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의무적으로 무언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지적 왜곡이 있다면 대안적 셀프 톡은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기를 원해로 바꾸는 것이다. 당위적 사고방식과 완벽주의를 바꾸는 방법인 것이다. 이는 평소 쓰는 말을 잘 관찰해보면 알 수 있다. “그렇게 했어야 했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와 같은 말을 자주 쓰면 앞서 언급한 완벽하게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집밥과 수면법칙도 이론상 알고 있는 내용인데 실천이 어려웠었다. 집밥은 몸을 5성급 호텔로 만들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 자체가 소울 푸드이기도 하고 요리를 계획하고 끝낼 때 도파민까지 분비되어 멋진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핵심은, 장내 유익균을 잘 보존해 장 안에서 세로토닌을 가득 분비하자는 것. 이시형 박사님도 생각났다.

 

남에게 행복을 의존하지 않고 나 스스로 우울에서 벗어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선 마음 약사가 되기는 필수인 것 같다. 부디 뇌과학과 심리학을 병행한 이 치유법을 배워보시길. 상처 난 마음은 어느덧 아물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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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끈질긴 서퍼 - 40대 회사원 킵 고잉 다이어리
김현지 지음 / 여름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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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끈질긴 서퍼

 

40대의 일기를 읽었다. 나이를 나누는 건 의미 없지만 나에게도 곧 다가올 시기라 혹시 뭔가 다른 게 있나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관없이 같았다, 아니 비슷했다. 거의. 일기는 자신의 모든 것을 긍정할 수 있어 좋다.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여주고 점점 소멸해가는 시간을 기록으로 붙잡아둘 수 있다. 저자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평범한 회사생활을 하고 있고 비스무레하게 보드에 매달린 서퍼다. 회사가 파도고 회사원이 파도타기라면 끈질기게 보드에 매달려있는 서퍼. 때로 그 파도의 종류를 갈아치우고 싶다는 충동이 들 때도 있지만 그것은 꽤나 어려운 일에 속했고 그저 떠밀리지 않게 중심을 잡고 온 몸에 힘을 주며 보드 위에 올라가 버티고 있는 중이다.

 

저자의 365일의 기록은 매일 똑같거나 비슷한 하루를 성실하게 견딘 결과물이다. 평범한 것이 가장 위대하다. 평범한 것이 기적이다. 너무 뻔한 일상에 무기력해지거나 무덤덤해질 무렵이었다. 이 책을 읽으니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가 와 닿아서 아껴 읽고 싶었다. 좋아하는 음식을 숨겨놓고 몰래 하나씩 꺼내먹는 심정으로. 그렇게 내 마음을 무장해제시킨 이 책은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방법으로 이렇게 일기를 썼다. 글은 치유이며 위로다. 그것도 자신의 이야기를 가장 사적으로 은밀하게 쓸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흘려버릴 수도 있었던 사건들을 고스란히 남기고 생각을 붙여 인생의 근육으로 만들었다. 그 근육은 나를 지탱해주며 세워주었다.

 

저자는 126일의 일기에 <괄호열고 괄호닫고>란 제목을 달았다. 내용은 이렇다. 매일 일기 쓰기는 무서운 것이고 하루만 밀려도 다음날 2배가 되는 신종 일수 빚같은 것이라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왜 매일 일기 쓰기를 시작해 사서 이 고생을 하는가. 란 자문을 한다. 원래 진짜 재밌는 건 ‘100% 재밌는게 아니다. 진짜는 괄호열고 눈물 닦고 괄호닫고 재미있는 것이다. 배가 고프지 않다면 토스트가 그렇게까지 맛있진 않지 않냐며, 배가 고플 시간, 즉 눈물닦고 괄호닦는. 그 시간을 그리워하게 될 거란다. 이 문장에서 박민규의 <그렇습니다 기린입니다>란 책의 문체가 생각났다. 거기선 유치원에서나 부르던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이란 동요를 차용해 작가의 유희적 태도를 드러냈는데, 저자의 괄호얘기 또한 그리 들렸다.

 

103일자 일기 <월급루팡>에선 이런 얘기가 나온다. 어떤 사람이 내 기준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을 해 당황했다고. 그 얘길 다른 이에게 했더니 뭐 그냥 세상 편하게 사는 사람이네라고 반응해 또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는 내용. 나도 직장인이 되어 보니 학교보다 넓은 사회에서 만난 더 많은 사람들은 모두 나의 기준에 맞출 수 없었고 내가 참 좁고 고지식한 인간이라는걸 느끼게 해주었다.

 

일상에서 겪은 에피소드, 읽은 책과 본 영화들에 대해서도 써주어 좋았다. 저자가 여자분이라 그런지 많은 면에서 동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취향도 비슷했고. 이 책은 가볍게 읽으려했는데 그렇게 읽고만 넘기기엔 내게 너무 많은 위로를 주었다. 소중하게 소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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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옳다 네 마음도 옳다
아솔 지음 / SISO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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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옳다 네 마음도 옳다

 

 

상대성이론의 창시자인 아인슈타인은 수준급의 바이올리니스트였으며 피타고라스의 정리로 유명한 피타고라스도 음악의 7음계를 창시한 사람이었다. 과학자나 수학자들이 음악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궁금했다. 양손을 쓰고, 악보도 해석해야 하는 음악은 좌우뇌의 통합과 소통에 영향을 줘 뇌량이 커지게 되고, 이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과학과 음악이 이렇다면 뼛속까지 문과인 나는 이과적 사고, 이를테면 숫자와 검증에 취약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신약개발연구원인 15년 경력의 케미스트이면서 시인이었다! 62편의 시를 수록하여 일상으로부터 떠오른 영감을 기록해 자신의 내면을 보여주었다. 윤아, 윤솔 두 아이의 엄마라 필명도 아솔이다. 멋지다! 그녀의 낮과 밤이 극명히 대립될수록 시는 명료하게 더 삶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 같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작가의 시가 일상을 그려 더욱 와 닿았다. 난 코로나 때문에 아이와 외출은 극히 드물지만 비 오는 날 아침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려다주기 위해 버스를 타러가는 엄마와 아이의 모습은 참 즐거워 보인다. <아이와 출근길>이란 시에서 너의 뒤통수가 반짝거린다랄지 너라서 예쁘다, 모든 것이 완벽한 너와 나의 아침이란 문장들이 아름답다. 수채화 그림처럼 상상이 된다. 웅덩이를 놀이터삼아 참방참방 거리며 밟고 지나가는 아이, 생명력이 사방으로 퍼져간다는 표현은, 비 오는 날 버스가 옆으로 지나가면서 내 스커트에 흙탕물을 튀겨 화가 났던 경험과 대비되면서 아이만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신내림을 빗댄(?) <시내림>이란 제목의 시도 인상 깊었다. 시가 내려온다, 내 마음에 주룩주룩 나는 그것을 얼른 받아 적는다 내가 시내림을 받은 걸까...라고 중얼거리는 듯 한 작가의 혼잣말이 느껴진다. 이렇게 술술 써내려갈 때의 찰나를 기록한 것 같다. 시가 비처럼 위에서 주룩주룩 내려온다는 표현이 참 좋았다. 시인은 이렇듯 개성이 넘치고 관찰력이 뛰어나다!

 

나도 저자 아솔님과 같이 일상에서 내 안으로 들어온 풍경, 느낌들을 시로 남겨놓고 싶다. 지금은 비록 블로그에 끄적일 정도지만. 시집이 내 이야기와 같아 더욱 좋았고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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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 - 성숙하게 나를 표현하는 감정 능력 만들기
전미경 지음 / 지와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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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

 

오랜만에 가제본의 서평도서를 받아보았다. A4 사이즈, 날것의 종이묶음을 보고 학교 다닐 때 생각이 났다. 과제를 제출하기 위해 도서관에 있던 책들을 복사하고 제본했던 그 시절. 위로 넘기는 책의 느낌이 좋았다. 단면으로 복사되어 읽기도 좋았다. 책은 인간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 중 감정의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렸다. 저자 자신이 지극히 내향적이어서 그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고 자존감과 감정 능력에 관해 관심을 가져왔단다. 전미경 작가는 인간이 감정과 이성, 행동의 일치를 이루는 삶을 살 때 행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기쁨, 불안, 분노 등 감정이 드러나면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이성이 등장하고 결론은 행동으로 이어진다. 이 일련의 과정은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스스로 흔쾌해야 한다. 그래야 일치된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감정능력을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하긴 부족하다. 오히려 감정을 긍정적으로 느끼고 그 감정이 주는 영향을 견디는능력, 즉 감정을 정면으로 대응하는 능력인 것이다. 저자는 이야기했다. 감정 능력의 최종 목표는 자신의 자유라고. 그렇기에 우린 감정의 문제를 선택할 수 있다. 타고난 성질 같은 것이라 치부해버리면 안 된다. 책은 감정 능력이 좋은 사람들의 14가지 특징을 들며 이 역량을 키우자고 말한다. 현대 심리 이론이 제시되어 있어 전문적이기도 하다. 수동적으로 부정적 감정을 억누르는 대신 능동적으로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자고 조언한다. 정체성으로서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부터 상황과 기분을 분리하는 방법, 1차 감정과 2차 감정을 구분하는 방법, 감정을 타당화하기, 기분을 셀프 확대하지 않기, 도구적 정서 활용하기 등 감정 능력을 기르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 중에서도 난 <무난한 사람은 리더가 되기 어렵다>는 챕터가 눈에 확 띄었다. 성격이 모나지 않고 무난하면 좋은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 찰나 내용을 읽어보니 이 책에선 자신의 감정선이 약한 사람을 무난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물론 이런 사람들도 여러 사람들을 이어 붙이는 접착제 역할을 하기에 조직에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선이 분명한 사람, 호불호가 있는 사람을 좋아하고 존재감 있게 여긴다. 캐릭터가 분명해야 하는 것이다. 우린 사람의 말과 행동, 표정 등을 통해 그 사람이 가진 고유한 감정선을 읽을 수 있다. 똑같은 사건을 겪어도 그것에 대해 느끼는 감정의 정도가 모두 다르다. 그리하여 리더는 보편적인 감정에 공감하되 각자에게 고유한 감정선이 있음을 알고 그것을 존중하는 사람이 되어 타인에게 호감을 사야한다. 이런 사람은 정서 지능(혹은 감정 지능)이 높아 감정을 감추고 통제하는 능력이 아니라 감정을 사용하는 능력, 즉 정서를 인식하여 타인의 욕구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행동을 조정할 수 있다. 리더가 되고 싶은 나로선 이 부분을 눈여겨보아야 할 것 같다. 더불어 우리 조직의 리더도 비교해보게 되었다.

 

제목 <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처럼 현명하게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와 타인에게 드러낼 수 있다면 우리의 인간관계는 훨씬 더 부드러워질 것이다. 나는 더 나다워질 수 있을 것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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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가, 안녕! 둥둥아기그림책 27
유애순 지음, 권사우 그림 / 길벗어린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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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가, 안녕!

 

두 돌이 지난 우리 아기는 이제 제법 신호를 잘 보낸다. 기저귀를 떼진 못했지만 똥을 싸고 나선 엉덩이를 손으로 가리킨다. 배변 훈련을 시작해야 될 시기인가보다. 가끔 뿡~하고 방귀를 뀌면 까르르 웃기도 하고, 화장실에서 엉덩이를 씻기면서 기저귀에 싼 똥을 변기에 버리면 빠이빠이~” 하면서 손을 흔들기도 한다. 얼마 전 육아 관찰 프로그램인 금쪽같은 내새끼를 보면서 배변을 참는 아이가 나왔다. 변을 참으며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는 변의가 느껴져도 일부러 참아서 변비가 생기고 배가 아픈 악순환을 겪었다. 그 아이의 경우 기저귀를 찰 때는 변을 보는 게 어렵지 않았는데 기저귀를 떼고 나서 대변을 보는 것을 싫어하고 겁을 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엄마가 배를 만지면 똥이 나올 것 같다고 만지지도 못하게 하고 똥이 나올까봐 많이 먹지도 못했다. 똥과 똥 냄새마저도 무섭다고 표현했다. 너무 힘들어보였다.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배에 변이 가득차 위까지 올라간 상태였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장도 감각이 무뎌지고 자기도 모르게 변을 지릴 수 있는 상황이 오게 된다고 했다. 심각했다. 배변 훈련은 장 건강뿐 아니라 정서 발달에도 중요한 문제라고 한다. 유일하게 엄마가 해줄 수 없는, 아이 스스로 해야 하는 활동. 먹는 것부터 소화, 배변까지 일련의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스스로 해내야 한다. 이 과정이 수월하다면 자기 효능감과 유능감도 자란다니 정서발달에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전문가는 부모에게 왜 아이가 그러는 것 같아요?” 라고 물으니 엄마는 고집 때문에, 아빠는 변기에 앉아 집중을 못해서인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기저귀를 뗄 때 아이는 기저귀를 벗고 허전한 상태를 적응해야 하는 변화를 겪는다. 변화에 민감한 아이는 그것이 어렵다고 한다. 이 아이는 변이 싫은 게 아니라 기저귀의 부재가 불편한 것이었다. 남아라서 소변은 그냥 서서 보면 되고 변기에 피부가 닿지 않아도 되니까 소변 가리는 게 쉽고 큰 거부반응이 없었지만 촉각이 예민한 아이들 중엔 피부가 변기에 닿게 하여 대변을 보는 것 자체가 안전하다는 인식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니 아이는 무섭다는 말을 자주 했고 그렇게 배변 타이밍을 놓치니 변은 딱딱해져서 배도 아프고 항문도 아파진 것이다. 아이를 인터뷰 했을 때 너에게 응가는 뭐야?” 라고 물으니 금쪽이는 괴물이라고 대답했다. 쾌변을 위해 전문가가 내린 처방은 쪼그리고 앉기, 따뜻한 물에 좌욕하기, 연고 바르기 등 이었다. 좌욕이란 문구를 보니 나도 출산하고 대변 보는 게 너무 힘들어 조리원에서부터 좌욕을 많이 했었는데, 아이의 고통이 어느 정도였을지 일정 부분 공감되었다.

 

각설하고 변의를 느낄 때 적절한 장소와 시간에 바르게 배변하는 법은 아기가 꼭 해결해야 할 발달 단계임이 분명하다. 이번에 서평으로 쓰게 된 그림책은 놀이처럼 재밌게 접근하여 아기가 응가를 잘할 수 있도록 돕는데 탁월했다. 볼록볼록 배 위에 두 손을 올리고 동글동글 동그라미를 그리며 장을 자극하는 마사지를 한다. 의성어, 의태어가 글밥에 들어있어 더 좋았다. 개구리처럼 앉아 항문을 열리게 하고 복압이 올라가면 똥을 누기 편한 자세가 된다. 그림 속 아기는 이내 응가하고 싶은 느낌이 들고 유아 변기에 앉아 힘을 끄응 주고 예쁜 똥을 퐁당! 싼다. 마지막 페이지에 아이 시원해!” 하고 두 손을 든 아이의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귀여운 일러스트가 인상 깊다. 기저귀를 졸업하고 변기와 친해지기 돌입한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그림책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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