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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를 쓰다, 인생을 걷다 - 하루 한 장 나의 잠언을 위한, 미꽃체 필사 노트 ㅣ 미꽃 성경 필사 1
최현미 지음 / 시원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지혜를 쓰다, 인생을 걷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필사는 글을 눈으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한 글자씩 써 내려가며 마음에 새기는 방법이다. 그래서 필사는 단순한 글쓰기 연습이 아니라 생각과 마음을 함께 키우는 좋은 습관이 된다. 특히 아이들도 쉽게 할 수 있고, 하루에 짧은 시간만 투자해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유용하다.
잠언을 필사하며 느낀 가장 큰 교훈은 ‘지혜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점이다. 짧은 문장 하나를 천천히 옮겨 적다 보면 조급함, 분노, 선택의 기준 같은 일상의 문제들이 또렷해진다. 눈으로 읽을 때는 지나쳤던 단어가 손을 거치며 질문이 되고, 답이 된다. 잠언 필사가 특별히 좋은 이유는, 내용이 짧고 분명하기 때문이다. 잠언은 길고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라, 삶에서 꼭 필요한 지혜를 간단한 문장으로 알려준다. “지혜로운 말은 사람을 살린다”, “부지런함은 좋은 열매를 맺는다” 같은 문장은 아이들도 쉽게 뜻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잠언을 필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친구와 다퉜을 때, 거짓말을 하고 싶어질 때, 포기하고 싶을 때 잠언의 문장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는 잠언이 정답을 강요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바른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지혜를 쓰다, 인생을 걷다>는 ‘읽는 책’이라기보다 ‘걷듯이 쓰는 책’에 가까웠다. 최현미 저자의 미꽃체로 잠언을 필사하는 구성은 하루의 속도를 자연스럽게 낮춰 준다. 미꽃체는 펜의 숨결과 연필의 단정함이 공존하는 글씨체로, 획의 시작과 끝이 부드러워 손에 힘을 빼고 써도 글자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글자 간격이 여유 있어 문장이 숨을 쉬고, 따라 쓰는 동안 마음도 함께 정렬된다. 미꽃체는 단순히 ‘예쁜 손글씨’를 넘어, 글씨에 담긴 태도와 호흡까지 전하는 서체다. 그녀의 글씨는 오랜 시간 필사와 기록을 통해 다듬어진 생활형 글씨체로, 꾸밈보다는 절제, 과시보다는 안정에 가까운 성격을 지녔다. 그래서 처음 마주했을 때 화려함으로 눈을 끌기보다, 오래 바라볼수록 편안함과 신뢰감을 준다.
자음과 모음의 비례 또한 미꽃체를 특별하게 만든다. 받침이 과하게 튀지 않고, 모음은 세로로 길게 뻗기보다 안정적인 사각 구조를 이룬다. 이 구조감은 문장이 길어질수록 진가를 발휘한다. 많은 문장을 연속으로 써도 시선이 피로하지 않고, 페이지 전체가 고르게 정돈된다. 이는 독자를 배려하는 서체이자, 필사에 최적화된 글씨체라고 할 수 있다.
최현미 작가의 글씨체가 가진 또 다른 미덕은 ‘감정의 여백’이다. 미꽃체는 감정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슬픔이나 기쁨, 다짐 같은 감정이 글자에 스며들되, 지나치게 왜곡되지 않는다. 그래서 성경 잠언이나 명언처럼 사유가 필요한 문장을 옮겨 적을 때, 의미에 집중하게 만든다. 글씨가 감정을 대신 말해주기보다, 독자가 스스로 생각할 공간을 남겨주는 셈이다.
또한 미꽃체는 따라 쓰는 사람의 글씨를 닮아 간다. 처음에는 어색해도 몇 페이지 지나지 않아 자신의 필체와 자연스럽게 섞인다. 이는 최현미 작가의 글씨가 ‘완성형 결과물’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형 서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꽃체로 필사한 글은 작가의 글씨이면서 동시에 나의 글씨가 된다. 결국 미꽃체는 글자를 예쁘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쓰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바꾸는 도구다. 천천히, 바르게, 숨을 고르며 쓰게 만드는 힘. 손글씨 작가 최현미의 오랜 기록 습관과 삶의 리듬이 응축된 미꽃체로 쓰는 잠언 필사는 공부가 아니라 삶을 위한 연습이다. 아이들에게는 바른 생각의 씨앗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잊고 지냈던 기준을 다시 세워 준다. 하루 몇 줄의 필사로 생각이 자라고, 마음이 단단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필사는 충분히 가치 있는 습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