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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청이 아빠입니다
최수정 지음 / 한림출판사 / 2025년 11월
평점 :
나는 청이 아빠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그림체가 다정하고 단정하다. 여러 그림책을 보았지만 글밥의 내용과 일러스트가 정말 잘 어울렸던 그림책 <나는 청이 아빠입니다>였다. 효녀 심청의 효도를 주제로 한 우리나라 고전 판소리 심청가를 모티브로 하여 심청전이라는 고전소설로 재구성되기도 한 심청전은 ‘효’를 강조한 대표 작품이며 심청의 희생으로 아버지의 눈을 뜨는 기적의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오늘 읽은 책은 청이 아빠의 입장으로 세상과 청이를 바라보고 있었고 함께 등장하는 따뜻한 이웃들의 배려가 가슴 깊이 와닿아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첫 페이지는 아빠 다리를 베고 낮잠을 자고 있는 귀여운 청이와 함께 살랑살랑 바람을 품은 하늘은 어떤 빛깔일지 궁금해하는 아빠의 모습이 나온다. 보이지 않아 세상의 모든 것을 시각 이외의 것으로만 느낄 수 밖에 없는 아빠는 제일 보고 싶은 게 바로 청이 얼굴이다. 청이의 얼굴을 감싸 쥔 아빠를 바라보며 손이 따뜻하다고 바라보는 청이 모습이 사랑스럽다. 사랑하는 아빠를 위해 쌀 삼백 석을 마련하려고 바다로 가려는 청이,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이웃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은 청이 가족을 지키기 위해 합심하여 하나씩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목수 아저씨는 튼튼한 지팡이를 만들고, 아주머니들은 깨진 항아리 조각들을 땅에 심어 길을 표시해주었다. 처마 끝에서 울리는 풍경 소리까지 아빠를 지켜준다. 점자책을 읽으며 세상의 소식을 손끝으로 만나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청이는 진짜 아빠가 앞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바다로 떠난다! 결국 청이는 바다에 몸을 던졌지만 해녀 모습을 한 아주머니들이 어두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청이를 구해주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아빠 곁엔 네가 있어야 해, 청아!”
원작에서는 심봉사가 눈을 떴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짓지만 <나는 청이 아빠입니다>에서는 이웃과 함께 하는 시각 장애인의 동행을 주제로 삼고 있다. 장애를 가족의 짐으로 여기고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한정한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사회를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을 강조하고 있어 더욱 아름다운 결말이 되었다. 횡단보도 앞에 설치되어 있는 점자 블록과 음향 신호기를 항아리 조각과 풍경 소리로 감각적으로 표현한 작가님의 재치가 엿보인다.
여담으로 청룡을 삼킨 배우 박정민은 출판사 대표로도 유명한데, 사고로 시력을 잃은 아버지를 위해 오디오북을 출간한 사연은 가슴 뭉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