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라. 마음이 뭘 말하는지를 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마음은 기억일까요, 어떤 데이터 뭉치일까요? 또는 외부자극에 대응하는 감정의 집합일까요? 아니면 인간의 뇌나 그것을 닮은 연산 장치들이 만들어내는 어떤 어지러운 환상들일까요?" - P164

"안타깝지만 법은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입니다. 새롭게 등장하는 것에 대해 법은 대체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요. 아까도 보셨지만 법원은 현행 법률에 따라서만 판단할 거예요. 법을 바꾸시든가, 법을 지키시든가 둘 중 하나를 하셔야 해요." - P187

막상 몸이 사라지고 나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몸으로해왔는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몸 없이는 감정다운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볼에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이 없고, 붉게 물든장엄한 노을도 볼 수가 없고, 손에 와 닿는 부드러운 고양이 털의 감촉도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채 동이 트지 않은 휴먼매터스 캠퍼스의 산책로를 달리던 상쾌한아침들을 생각했다. 몸이 지칠 때 나의 정신은 휴식할 수 있었다. 팔과 다리가쉴새 없이 움직일 때, 비로소 생각들을 멈출 수 있었다는 것을몸이 없어지고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 P242

인공지능이 인간적 요소들을 흡수한 반면, 나는 오히려 최박사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나의 의식이인공지능 네트워크의 일부가 되고, 내가 원하기만 하면 영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나는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여기고 있을 때 즐기던 것들에 흥미를 잃어갔다. 더이상 소설을읽지 않고 영화를 보지 않았다. 그것들은 모두 필멸하는 인간들을 위한 송가였다. 생의 유한성이라는 배음이 깔려 있지 않다면 감동도 감흥도 없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생이 한 번뿐이기 때문에 인간들에게는 모든 것이 절실했던 것이다. 이야기는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삶을 수백 배, 수천배로 증폭시켜주는 놀라운 장치로 ‘살 수도 있었던 삶‘을 상상속에서 살아보게 해주었다. 그러니 필멸하지 않을 나로서는점점 흥미가 떨어졌던 것이다.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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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유명한 말도 있잖아. 충분히 발전한 기술은 마법과 구별되지 않는다. 인간은 속아넘어가는 것은 싫어하지만 마법에는 너그러워 아니, 아주 즐거워하기까지 하잖아.  - P85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꼭 좋았던 무언가를 향한 것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그저 익숙한 무언가를 되찾고 싶은 마음일 수 있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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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함에 좀더 구체적이고 정확한 데이터와 이를 이용하여 냉철하게 분석하지 않으면 가장 약했던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해 사업이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기도 하였다. 사업은 하고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디테일에 강해야 한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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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산문
박준 지음 / 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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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또는 산문 형식의, 소박 또는 평범한 글을, 기대 또는 실망하며 읽었다. 충분히 감동할 준비를 하였는데, 산만한 편집과 밋밋한 감정의 글 묶음은 배송을 기다리는 시간도 아까워 서둘러 서점에 가서 책을 산 기대에는 못미쳤다. 박준의 글은 맞는데, 박준에 대한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는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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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두 가지 질문이 해소된다. 첫째, 국가란 무엇인가? 공산주의자들의 대답은 이것이다. 역사상의 모든 국가는 부르주아의 이익을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둘째, 국가는 왜 국민과 국민의 대립, 다시말해서 기업과 노조의 대립에서 일관되게 기업의 편에만 서는가? 공산주의자들은 말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모든 국가의 존재 이유였다.
- P263

부르주아는 프롤레타리아가 생산한 모든 생산물을 자신이 우선적으로 소유한다. 그리고 프롤레타리아가 다시 노동자로서 기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도에서만 대가를 지불한다. 임금에 대한 관점을 바꿀 필요가있다. 나의 월급이란 내 노동의 대가가 아니다. 월급은 내가 노동력을 재생산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으로서 부르주아의 이익을 위해제공된 것이다.
- P265

서구의 자본주의 열강들이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그것이 진정 어떤한 도덕적이거나 인류애적인 가치를 가져서가 아니다. 세계화는 단순히 초과공급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시장의 필요에 의해 요청된다. 근대 유럽이 아프리카, 인도, 아시아, 아메리카를 식민지화한 이유 그리고 오늘날 미국을 중심으로 무차별적인 세계화가 추진되는이유는 초과공급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경제적인 목적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 P270

환자 삶이 저를 멈추게 하기 위해 일부러 사고를 냈다는 말인가요?
소사 그렇게 말할 수는 없어요. 삶에게 원인과 결과를 묻는 건 가능하지 않아요. 삶은 받아들이는 방식으로만 당신에게 말을 건넵니다. 당신이 선택해야 해요. 받아들여 해석할 것인가, 받아들이지 않고 고통을 지속할 것인가.
- P314

우리는 삶 속에서 나의 의미를 찾으려 하지만, 이건 처음부터 잘못된 접근이었는지도 모른다. 삶 안에 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 안에 삶이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나는 삶의 세계와 죽음의 세계를 포괄하는 존재인 것이다.
- P362

소중한 것일수록 곁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가족은함께 살아야 하고, 부부는 서로 숨기는 게 없어야 하고, 자녀는 속마음을 부모에게 말해야 하고, 연인은 모든 추억을 함께해야 하고, 친구는 나와 가장 친해야 하고, 세상은 나를 받아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인간의 눈과 입은 원래가 모난 까닭에 가까운대상일수록 쉽게 흠을 찾아내고, 쉽게 상처를 입힌다. 소중한 사람이라면,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들이 상처입지 않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그들을 당신으로부터 밀어내야 한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세상으로부터 당신을 보호하는 방법은 그들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것은 그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아니라, 그들을 그리워하는 시간이다.
그리워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외로운 시간이 필요하고, 아무 말도 없이 깊은 내면으로 고독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 P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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