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햇빛, 억지 미소, 그 모든 것이 피곤했다. 이상한 모순인 건 알지만 실비는 사랑에는 흥미가 있어도 결혼식은 불편했다. 결혼식은 너무 화려하고 너무 공개적이었다. 두 사람의 깊은 사랑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둘만의 노력이므로 연인이 근사하게 차려입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결혼식은 사랑의 본성과 정반대 같았다. 아무도 사랑을 볼 수 없다. 어쨌거나 실비는 그렇게 믿었다. 사랑은 내면의 상태였다. 연인끼리의 그 내밀한 순간을 지켜보는 것이 실비는 왠지 신성모독에 가까운 잘못 같았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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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는 사랑 때문에 더 행복하고 밝아졌지만 실비와 달리 사랑을 삶의 이유가 아니라 잘 쌓아올린 삶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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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이 나를 더욱 비참하게 했다.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는, 쓸모없는 인간이 된 감각. 고난을 함께했던 이의 몰락을 눈 뜨고 지켜봐야 하는 것은 고문에 가까웠다. 무엇이라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 P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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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실 쫓겨난 걸까? 하지만 이수명 시인의 어느 문장처럼 ‘쫓겨난 자는 빠져나간 자‘가 아닌가.
1번 길은 삶에 뛰어드는 길이고 3번 길은 삶을 관망하는 길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말은 삶에 뛰어들지 말지에 대한 선택권이 우리에게 있는 것처럼 가장하니까. - P71

유머는 시가 자기 폐쇄성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 유머는 청자 없이는 존립할 수 없는 소통 형태이기에 듣는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유머도 없다.
자칫 대상을 희화화하는 우를 범하기도 하지만 장난기가 많은 시는 읽는 사람을 시에 동참하게 만들며, 시는 이로써 대화가 된다.  - P96

물론 영어가 서툴러서 아름다운 문장을 쓸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름답고 멋진 문장을 쓸 수 없음이 도리어 시를 아름답게 했습니다. 간접적으로 말하거나 비유를 쓰는 대신 본질에 직진하는 시를 쓸 수 있었습니다. 완벽한 도구가 없다는 사실이 글을 더 독특하게 만든 것입니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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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잘 통하지 않는 30여 명의 작가들과 삐걱거리는 공동생활에서 내가 배운 건 이해를 내려놓았을 때 또 다른 차원의 문이 열린다는 것이었다. 그곳에는 다른 종류의 희미한 헤아림이 있었다. 서툰 언어와 눈빛, 그리고 몸짓들. 언어를 여과하고 남은 잔여에는 말이 해내지 못하는 힘이 있었다. - P4

낡은 아이오와 하우스 호텔 주변에는 강변을 따라 넓은 들판이 펼쳐진다. 낮에는 들판과 반대 방향으로 걸었지만, 밤이 되면 들판으로 들어갔다. 너무 고요해서 그곳에서라면 삶을 잊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이오와는 뭔가를 잊을 수 있도록 돕고, 그것을 다시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이라던 동료 작가의 말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그 말은 어쩌면 들판의 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삶의 반대편에 들판이 있다면, 난 끝없이 들판을 걸어보고 싶다. 반대 방향으로 걸었을 때 우연히 진짜 삶을 발견하게 되어 지금까지의 삶을, 그리고 앞으로의 삶을 전혀 다르게 바라보게 될지도 모르니까. 한국과 정반대에 있는 어느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유를 발견한 것과 같이. 그것은 들판이 내게 준것이었다. - P5

자신이 사는 곳을 사랑하기란 너무 어렵지 않은가요?
아이오와에 머무는 동안 연구할 첫 번째 주제가 되지 않을까. - P28

그러니까, ‘How are you‘의 가장 큰 문제는 나를 돌아보게 한다는 것이다. - P56

하루를 시작하는 대부분의 이들은 들판의 반대 방향으로 걸어 다운타운으로 간다. 삶의 반의어는 들판이구나. 그럼 들판을 걸어야지.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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