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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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삶에 대한 사실적이고 감각적인 전개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다소 이질적이거나 우연한 관계 설정을 통해 삶을 구성하고 있는 현실과 몽상, 기쁨과 슬픔이라는 양면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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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고심 끝의 결정이자 엄청난 도전이고 인생의 특별한 이벤트였는데, 다 준비하고 나서 보니 결국 남들이 한번씩 해보는 걸 나도 똑같이 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는 게, 유행의 일부일 뿐이라는 게, 그저 준비운동을 마친 것일 뿐이라는 게, 조금은 씁쓸하게 느껴졌다. - 193

나는 알고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후회하는 몇가지 중 하나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애써 다 털어버렸다고 생각했지만 내 안 어딘가에 끈질기게 들러붙어 있고, 떼어내도 끈적이며 남아 있는, 날 불편하게 만드는 그것, 내가 그것을 다시 꺼내는 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고 꺼내서 마주하게 되더라도 차마 똑바로 바라보기는 힘들 거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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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짠 코드랑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덧붙였다.
"버그는, 그냥 버그죠. 버그가 케빈을 갉아먹는 건 아니니까." - 60

우리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웃을 수 있는 맥락과 그로부터비롯된 웃음 코드를 공유하고 있었다. - 68

우리는 지적 흥분으로 살짝 들떠 있었고 그건 분명 화학적 교감과 같은 빛을 띠고 있었다. - 76

여자는 이 ‘무난하다’는 평균의 가치가 역설적으로 얼마나 희소한 것인지를 해가 지날수록 체감하고 있었다. -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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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니다‘를 표현하는 be동사는 정적인 표현이다. be동사 사용을 줄이고 ‘~한다‘라는 동적인 표현을 하자. S+V+O를 사용한 동적 표현으로 문장이 짧아지고 영작이 쉬워진다. -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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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행성의 모든 자원을 고갈시키고 무책임한 쓰레기만 끝없이 만들고 있었다. 100억에 가까워진 인구가 과잉생산 과잉소비에 몸을 맡겼으니, 멸망은 어차피 멀지 않았었다. 모든 결정은 거대 자본에 방만히 맡긴 채1년에 한 번씩 스마트폰을 바꾸고, 15분 동안 식사를 하기위해 4백 년이 지나도 썩지 않을 플라스틱 용기들을 쓰고, 매년 5천 마리의 오랑우탄을 죽여 가며 팜유로 가짜 초콜린과 라면을 만들었다. 재활용은 자기기만이었다. 쓰레기를 나눠서 쌓았을 뿐, 실제 재활용률은 형편없었다. 그런 문명에 미래가 있었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것이다. - 44, 45

무엇보다 멸종이 끔찍했다. 멸종, 다음 멸종, 다다음 멸종, 사람들 눈에 귀여운 종이 완전히 사라지면 ‘아아아‘ 탄식한 후 스티커 같은 것이나 만들었다. 사람들 눈에 못생기거나 보이지 않는 종이 죽는 것에는 개뿔 관심도 없었다. 잘못 가고 있었다. 잘못 가고 있다는 그 느낌이 언제나 은은한 구역감으로 있었다. 스스로 속한 종에 구역감을 느끼 기는 했어도, 끝끝내 궤도를 수정하지 못했다.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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