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지우거나 억제해야 했다. 새벽녘 그 고요한 시간에 드리는 기도가 가끔은 시끄러움에 방해 받는 신비를 나는 알게 되었다. 자극적인 영화나 시사에 대한 동영상을 보는 것도 영향을 주었지만 제일 마음을 시끄럽게 한 것은 사람들과 만나 부질없는 이야기들을 나누었을 때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지는 영향이었다. ‘정신 시끄럽다‘라는 표현이 무엇인지 새삼 실감이 나는 것이다. 부질없는 만남들, 결국은 결국에는, 자신이 아니라 타인의 결점을 들추어 비난하고 마는 그 대화에서 남겨진 것이 얼마간 독약과도 같이 느껴진 순간도 있었다. 그러니 수많은 성인들, 수많은 현자들이 인간 세상을 떠나 사막으로 간 것이었으리라. 거기에는 우리 감각을 미혹시키는 배경들이 가장 최소화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불교에서 ‘미혹‘이라고도 말하는 그 모든 감각을 지워버리고 나면 인간은 하는 수 없이 자기 자신을 만난다. 그리고 통곡하는 것이다. - P155
약간 깨달은 것 가지고는 삶은 바뀌지 않는다. 대개는 약간 더 괴로워질 뿐이다. 삶은 존재를 쪼개는 듯한 고통 끝에서야 바뀐다. 결국 이렇게, 이러다 죽는구나 하는 고통 말이다. 변화는 그렇게나 어렵다. 가끔은 존재를 찢는 듯한 고통을 겪고도 바뀌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대신 고통을 거부하려고 헛되이 싸우던 그가 망가지는 것을 나는 여러 번 보았다. 그러므로 고통이 오면 우리는 이 고통이 내게 원하는 바를 묻고, 반드시 변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은 그동안 우리가 가졌던 틀이 이제 작아지고 맞지 않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 P189
사랑은, 그러니까 참사랑은 강요하지 않는다. 사랑은 그 자발적임으로 완성된다. 억지로 때려서 혹은 돈을 주고 혹은 꾀어내서 하는 애정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래서 키레네 사람 시몬은 그렇게 십자가 지고 가는 수고를 하고도 그의 수고는 헛되었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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