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느낌에는 제한이 없지만 사랑할 수 있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나는 사랑할 능력을 누구에게 집중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고, 그를 향해 사랑의 의지를 집중해야 한다. 참사랑은 사랑으로 인해 압도되는 그런 느낌이 아니다. 그것은 책임감 있게 심사숙고한 끝에 내리는 결정이다. - P270

시간이 지나갔다. 고통이 닥칠 때마다 다시 평화를 찾기 위해 하느님이 곳곳에 설치하신 허들을 넘으면서, 혹은 곳곳에 숨겨놓으신 퀴즈들을 풀면서 나는 자라났다. 확실히 성장을 한 것은 같다. 고통이 나를 키운 것이었다. 이제는 얼마간, 그게 무엇이든 내게 주셨다 도로 가져가신 것을 원망하지 않을 만큼 말이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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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지우거나 억제해야 했다. 새벽녘 그 고요한 시간에 드리는 기도가 가끔은 시끄러움에 방해 받는 신비를 나는 알게 되었다. 자극적인 영화나 시사에 대한 동영상을 보는 것도 영향을 주었지만 제일 마음을 시끄럽게 한 것은 사람들과 만나 부질없는 이야기들을 나누었을 때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지는 영향이었다. ‘정신 시끄럽다‘라는 표현이 무엇인지 새삼 실감이 나는 것이다. 부질없는 만남들, 결국은 결국에는, 자신이 아니라 타인의 결점을 들추어 비난하고 마는 그 대화에서 남겨진 것이 얼마간 독약과도 같이 느껴진 순간도 있었다.
그러니 수많은 성인들, 수많은 현자들이 인간 세상을 떠나 사막으로 간 것이었으리라. 거기에는 우리 감각을 미혹시키는 배경들이 가장 최소화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불교에서 ‘미혹‘이라고도 말하는 그 모든 감각을 지워버리고 나면 인간은 하는 수 없이 자기 자신을 만난다. 그리고 통곡하는 것이다. - P155

약간 깨달은 것 가지고는 삶은 바뀌지 않는다. 대개는 약간 더 괴로워질 뿐이다. 삶은 존재를 쪼개는 듯한 고통 끝에서야 바뀐다. 결국 이렇게, 이러다 죽는구나 하는 고통 말이다. 변화는 그렇게나 어렵다. 가끔은 존재를 찢는 듯한 고통을 겪고도 바뀌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대신 고통을 거부하려고 헛되이 싸우던 그가 망가지는 것을 나는 여러 번 보았다.
그러므로 고통이 오면 우리는 이 고통이 내게 원하는 바를 묻고, 반드시 변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은 그동안 우리가 가졌던 틀이 이제 작아지고 맞지 않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 P189

사랑은, 그러니까 참사랑은 강요하지 않는다. 사랑은 그 자발적임으로 완성된다. 억지로 때려서 혹은 돈을 주고 혹은 꾀어내서 하는 애정을 우리는 사랑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래서 키레네 사람 시몬은 그렇게 십자가 지고 가는 수고를 하고도 그의 수고는 헛되었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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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정.
그 거룩한 가정은 실은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이와, 미혼모였던 그 엄마, 그리고 그 아이의 의붓아버지가 이룬 가정이었다. 몹시 모던하지 않은가 말이다.
나중에 생각한 것이지만 모든 진리 혹은 진실한 것들은 모던하다. 죄 많은 인간들은 보통 그것에 아직 도달하지 못하기에 그것은 늘 미래의 것이기 때문이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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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다는 것. 그것도 올바로 사고를 업데이트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실은 피곤하고 힘겨운 일이다.
그저 어제처럼 사는 것, 내게 젊은이들보다 알량한 권력이 약간있어, 어제처럼 살아도 나는 불편하지 않고 나만 불편하지 않은 것, 이것이 늙음이다. 죽음보다 못한 늙음을 우리는 흔하게도 본다.  - P73

아마도 나는 나 자신의 망상을 사랑했었다.  - P75

"젊은 시절에 비하면 너무나 현명해지고 너무나 너그러워지고 너무나 침착해졌다고 너희가 칭찬해 주니 그게 참 기뻐. 그런데 이렇게 된 건 나이가 내게 준 것이 결코 아니야. 나이를 먹고 가만히 있으면 그저 퇴보할 뿐이야. 더 딱딱해지고 더 완고해지고 더 편협해지지. 자기가 바보가 된 줄도 모르는 바보가 되지.
만일 내게 예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진 면이 있다면 그건 성숙해지고자, 더 나아지고자 흘린 피눈물이 내게 준 거야. 쪽팔리고 속상했지만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할 때 피눈물이 흐르는 거 같았거든. 그런데 육십이 된 오늘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제일 잘한 게 그거 같아. 칭찬해, 내 피눈물!"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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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예루살렘이야?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도 정확히 스스로에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나중에 천천히 깨닫게 되겠지. 이건 나이가 나에게 준 선물이었다. 서두르지 않는 것. 답이 언제나 그 순간에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답은 없어도 좋을지도 모른다는 것. - P51

언제나 선택은 포기를 동반한다. 가장 큰 원칙이 떠남이라고 정해졌으면 나머지 것들은 포기하거나 저절로 큰 원칙에 맞춰지기를 기다려야 했다. 이것이 내가 예순 해를 살면서 깨달은 것들이었다. 어떤 선택이든 반드시 버림이 동반된다는 것.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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