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경 끄기의 기술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 갤리온 / 2017년 10월
평점 :
연초라서 그런지 또 자기계발서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꽤 오랜기간 자리를 잡고 있던 이 오랜지색 표지에 적잖이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목차를 보니 여타의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애쓰지 마, 노력하지 마, 신경 쓰지마, 해피엔딩이란 동화에나 나오는 거야, 왜 너만 특별하다고 생각해?, '고통을 피해는 법'은 없어, (...) 결국 우린 다 죽어. 9장으로 구성된 목차들 중 많인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생각해보면 결국 인생에서 겪는 대다수의 문제는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남들과 달리 내가 특별하다는 착각, 어떠한 목표든 나는 해낼 수 있다는 착각, 현재 머물고 있는 이런 곳에서 썩을 사람이 아니라는 착각, 가슴이 시키는대로 살아야 성공한 삶이라는 착각, 내면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착각, 나는 결코 틀리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 지금껏 이런 비현실적인 나르시즘에 빠진 채 작은 실패 하나에도 허덕이며, 실패를 죄악시하며, 자신의 길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길을 흘끔거리는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주워담을 만한 적절한 충고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내가 가장 주목한 것은 제2장 표지에 나오는 '실망 판다'가 한 말이다. "문제 없는 삶을 꿈꾸지 마. 그런 건 없어. 그 대신 좋은 문제로 가득한 삶을 꿈꾸도록 해." 저자가 만들어낸 가공의 슈퍼히어로인 실망 판다는 뚱뚱한 몸집에 두꺼운 뿔테안경 같은 눈가면을 쓰고, 배가 꽉 끼는 셔츠를 입은 채로 사람들에게 가혹한 진실을 전한다. 그가 전하고 있는 한 마디 속에는 저자가 주장하는 핵심적인 요소들이 담겨있다: 문제가 없는 삶은 없다. 부풀려진 '성공'이라는 이상에 매달려 그것을 쫓느라 좌절하지 말고, 지금 눈 앞에 닥친 문제에 집중하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이것이 곧 성공으로 향하는 길이다.
모든 걸 가지려는 사람, 즉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모두 채우려는 사람은 아무것도 잃지 않는 인생을 살려고 하는 것과 같다. 어떤 부족함도 용납하지 못하는 태도, 모든 걸 가져야 한다는 믿음이 인생을 ‘지옥의 무한궤도’에 빠지게 만든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경 끄기의 기술’이다. 이 기술은 삶의 방향을 재조정하고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게 해주는 단순한 방법이다. 이 능력을 발달시키면, 이른바 ‘실용적 깨달음’이라는 것을 얻을 수 있다. (...) 실용적 깨달음이란, 삶이 늘 어느 정도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는 것을 뜻한다. 즉 우리가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든 인생은 실패, 상실, 후회를 수반하고 마지막엔 죽음이 찾아온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삶이 우리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엄청난 고난들을 순탄하게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천하무적이 될 수 있다. 단언컨대 고통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고통을 견디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11, 12쪽
그가 성공한 건 ‘위너’가 되려는 열망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루저임을 받아들였고, 그것을 숨김없이 글로 풀어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부코스키는 한평생 자신이 생겨 먹은 대로 살았다. 그의 천재성은 엄청난 역경을 극복했다거나 출세해서 당대의 문호가 되었다는 점에 있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부코스키는 자신을, 특히 가장 못난 모습을 숨김없이 오롯이 드러냈으며, 결점을 태영하게 세상과 나누었다. 그의 천재성은 이런 단순한 능력 안에 있다. 부코스키가 성공한 진짜 이유는 자신의 실패에 초연했기 때문이다. - 19쪽
좋은 삶을 살려면, 더 많은 신경 쓸 게 아니라, 더 적게 신경 써야 한다. 요컨대, 오로지 코앞에 있는 진자 중요한 문제에만 신경을 쓰라는 말이다. - 22쪽
더 긍정적인 경험을 하려는 욕망 자체가 부정적인 경험이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부정적인 경험을 받아들이는 것이 곧 긍정적인 경험이다. - 26쪽
어떤 예술가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문제가 없으면 자동으로 문제를 만들어낼 방법을 찾는다. 내 생각엔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여기는 것은, 사실 그들에게는 그보다 중요한 걱정거리가 없다는 사실에서 기인하는 부작용일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 인생에 중요하고 의미 있는 무언가를 찾는 일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를 가장 생산적으로 사용하는 길일 것이다. 진정으로 의미 있는 것을 찾지 않는다면, 무의미하고 하찮은 것에 신경이 쏠릴 테니까 말이다. - 34, 35쪽
반평생 넘게 품어왔던 꿈은 끝내 실현되지 않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 몸부림친 뒤에야 마침내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다. 나는 사실 음악가가 되길 원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난 결과를 사랑했다. 사람들이 환호하며 지켜보는 가운데 무대를 휘저으며 혼신을 다해 연주하는 내 모습을 말이다. 하지만 과정은 사랑하지 않았다. 그래서 실패했다. 그것도 여러 번. 젠장. 심지어 실패라는 말을 입에 올릴 수 있을 만큼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 사실 안 한 거나 마찬가지다. (...) 내 꿈은 거대한 산과 같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깨달았다. 난 그 산을 오를 마음이 별로 없다는 것을. 그저 정상을 상상하는 걸 좋아했을 뿐이었다. - 41, 42쪽
성공을 결정하는 질문은 ‘나는 무엇을 즐기고 싶은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다. 행복으로 가는 길에는 똥 덩어리와 치욕이 널려 있다. - 43쪽
충고하건대, 자신이 특별하다거나 남다르다는 생각을 버려라. 삶의 기준을 평범하고 일반적인 것으로 다시 정하라. 자신을 유망주나 재야의 천재로 보지 말라. 비참한 피해자나 형편없는 실패자로도 여기지 말라. 그보다 훨씬 평범한 정체성인 학생, 배우자, 친구, 창작자와 같은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라. 자기의 정체성을 좁고 희귀한 것으로 규정할수록, 더 많은 삶의 요소들이 위협적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므로 되도록 단순하고 일상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규정하라. - 82쪽
엉터리 가치를 선택하면, 다시 말해 자신과 타인에 대해 잘못된 기준을 세우면, 중요하지 않은 것과 삶을 사실상 망가뜨리는 것에 신경을 쓰게 된다. 하지만 더 나은 가치를 선택하면 더 나은 것에 신경을 쏟게 된다. 중요한 것, 즉 삶에 안정감을 주고 그 결과로 행복과 즐거움, 성공을 전해주는 것에 신경을 쏟을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자기계발’이라는 건 곧 더 나은 가치를 우선하는 것이며 더 나은 것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더 나은 것에 신경을 써야 더 나은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나은 문제를 다뤄야 삶이 나아진다. - 109쪽
마이클 조던은 "난 살아오면서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 그게 내가 성공한 이유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음, 난 살아오면서 오판에 오판을 거듭했다. 그게 내 삶이 개선된 이유다. 성장은 끝없는 반복 과정이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알게 될 때 ‘틀린’ 것에서 ‘옳은’ 것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틀린 것에서 약간 덜 틀린 것으로 나아간다. 또 다른 것을 알게 되면 약간 덜 틀린 것에서 그보다 약간 덜 틀린 것으로 나아간다. 이 과정이 반복된다. 우리는 끊임없이 진리와 완성을 향해 나아가지만 실제로 거기에 도달하지는 못한다. 결정적인 ‘정답’을 구할 게 아니라, 오늘 틀린 점을 조금 깎아내 내일은 조금 덜 틀리고자 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개인의 성장은 상당히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우리가 받아들이는 가치가 가설이다. 즉 이런 행동은 좋고 중요하지만 저런 행동은 그렇지 않다는 판단이 가설이다. 그리고 우리는 행동으로 그것을 실험한다. - 140, 141쪽
"너 자신을 믿어",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해". 우리는 이런 달콤한 말을 귀에 못이 박이게 듣는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면 오히려 자신을 덜 믿어야 할 것 같다. 자신의 마음이 신뢰할 수 없는 것이라면, 자신의 의도와 동기를 더 많이 의심해야 하지 않겠는가? 인간이란 항상 틀리기 마련이라면, 자신의 믿음과 가정을 꼼꼼히 따져가며 자신을 의심하는 것 외에 발전하기 위한 논리적인 방법이 달리 있겠는가? - 152쪽
그런 의미에서 ‘자아를 찾아라’와 같은 말을 따르는 건 위험하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확신이 스스로를 특정한 역할이나 쓸데없는 기대에 옮아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잠재력과 기회를 자기 발로 차버릴 수도 있다. 너 자신을 절대 알지 말라. 그래야 끊임없이 노력해 깨달음을 얻게 되며, 자신의 판단을 과신하지 않고 타인의 생각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다. - 162쪽
난 되도록 적은 원칙을 따르며 살아가려 노력하는데, 그중 하나가 이거다. 맛이 간 게 나 아니면 나를 제외한 전부 둘 중 하나일 때는, 내가 맛이 갔을 가능성이 아주아주 크다. 난 경험을 통해 이걸 배웠다. 난 불안과 엉터리 확신에 휘둘려 수도 없이 헛짓거리를 벌이는 얼간이었다. 젠장. 물론 다른 사람들이 늘 옳다는 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틀리고 당신이 옳을 때도 있다. 내가 보여주려는 건 평범한 현실이다. 당신이 세상과 대결하는 느낌이 든다면, 실제로는 당신과 당신 자신이 대결하는 게 현실일 가능성이 크다. - 166, 167쪽
완전한 자유 그 자체는, 아무 의미도 없다. 자유는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들 기회를 주지만, 그 자체로 반드시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궁극적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의미 있고 중요하게 만드는 유일한 길은 수많은 선택지들을 거부하는 것이다. 즉 자유의 범위를 좁히는 것이다. 우리는 한가지를 선택해 몰입해야 한다. 하나의 장소, 하나의 믿음, 하나의 사람을 말이다. - 192, 193쪽
자신이 결국 소멸하리라는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해보는 게 중요한 이유는, 그 행위가 덧없고 피상적인 엉터리 가치를 삶에서 싹 없애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돈을 더 버느라, 명성을 조금 더 얻고 주목을 조금 더 받느라, 또는 자기가 옳거나 사랑받고 있다는 걸 조금 더 확신하느라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축내는 동안, 죽음은 우리에게 훨씬 더 고통스럽고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 22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