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당신의 욕망이 보인다 - 빅 데이터에서 찾아낸 70억 욕망의 지도
송길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우선 제목이 너무 매력적이다. <여기에 당신의 욕망이 보인다>라니. 뭔가 은밀하고 내밀한 욕망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 같은 것을 상상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관심법 같은 걸 다루는 것은 아니고, 이미 흔해져 버린 용어 '빅 데이터'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이다. 굳이 말하자면, 빅데이터를 알기 위한 입문서의 느낌이라고 할까.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는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정보의 덩어리일 뿐이다. 그러나 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향방을 예측할 수 있다면 데이터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미가 된다. 이런 데이터마이닝을 통하여 기업은 자신들의 제품 판매가 부진한 이유, 현재의 트렌드, 향후의 방향, 전략적 대책들을 알아낼 수 있다. 아이패드, 화장품 모델, 팻다운, 배즙, 카페, 캠핑 등 이 책에서 언급된 많은 예도 기업들이 적절한 타이밍에 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하였는지에 따라 새로운 도약을 맞이하거나 시장에서 퇴출되어 버리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어(예를 들면, 30-40대를 겨냥한 화장품 광고에 20대인 소녀시대를 모델로 한 탓에 부진한 매출을 이어갔지만, 비오템이라는 다른 화장품 회사는 공효진을 모델로 하여 매출이 늘어났다), 실제 발생한 사실과 현상에 대한 사후적 이해라는 재미도 준다. 


책을 읽다 보니, 이러한 빅테이터의 분석을 기업에서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정부도 채택하여 정부 정책에도 반영시켜보는 것은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여율도 적고 매번 뻔한 결과가 나오는, 그래서 민의를 정확히 분석해내지 못하는 ARS 여론조사가 아니라, 빅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현 정치상황에 대한 진단과 평가는 물론 향후 정책에 대한 방향을 잡아본다면, 정치라는 것이 세대간, 계층간, 지역간의 대립의 장이 아니라, 보다 나은 정책 마련을 위한 제안의 장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마천루 지수(Sky Scrapper Index)`라는 사회 분위기 지표가 있다. 어떤 나라가 100층짜리 빌딩을 올린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낙관주의가 팽배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것이다. 100층짜리 건물을 올리려면 사업비만 조 단위의 돈이 들어가고, 그것을 지어서 유지하려면 거의 모든 층이 임대돼야 한다. 그런데 낙관주의가 우세하면 이 어마어마한 투자와 임대가 다 완료되고, 이 모습을 본 사람들 사이에 `우리도 한번 해볼까`하는 심리가 발동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잔치는 계속되지 않는다. 투자를 받은 후 건물이 완공되는데는 대략 4년 정도 걸린다. 그때까지 이 건물과 경제상황에 대한 낙관론이 유지될까? 그렇지 않다. 멋들어진 건물이 막 완공될 즈음이면 경제는 조금씩 하강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한다. 캐스티는 자신의 책에서 한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을 짓겠다고 선언한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이 건물이 2015년에 완공될 예정이니, 곧 한국 주식이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 28, 29쪽

우리는 흔히 사회가 거대한 사건을 계기로 변화한다고 생각한다. 오스트리아 황태자 저격사건을 계기로 세계대전이 일어났다는 식이다. 그러나 존 캐스티는 그러한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사회가 이미 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무작위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 가운데 변화의 방향에 부합하는 것들을 사회가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사회가 사건을 선택하는 메커니즘이 곧 `대중의 직관`이다. 핵발전이나 스마트폰 같은 과학기술의 발전처럼 거대한 사건들은 미래의 변화를 활성화하는 촉매 역할을 수행하지만, 그 자체가 변화의 원인은 아니다. - 30쪽

그보다는 눈에 보이는 거대한 변화의 이면, 즉 어떤 음식을 먹을지, 어떤 TV 프로그램을 볼지 같은 수많은 자잘한 선택과, 그런 선택을 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에 주목해야 한다. 선택이란 사회 구성원들의 이성적, 감성적 판단을 기초로 이루어지며, 이에 따른 선택의 결과를 통해 어떤 사건이나 유행, 경향이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배척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진화론적인 생로병사가 되어 문화나 일상의 `미래`가 된다. 수많은 `미래의 가능태`들 가운데 사회 구성원의 정서와 기호에 부합하는 것들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적자생존의 논리에 따라 도태된다는 것이다.
이는 무슨 뜻인가? 미래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안에 이미 존재한다는 의미다. 새로운 현상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우연히 생겨나지 않는다. - 30, 31쪽

기술적인 면에서의 발전은 눈부시다. 흔히 빅 데이터라 함은 `기존의 방법으로 분석하기에 너무 큰 데이터(too big to handle)`를 뜻한다. 그러나 데이터를 수집, 분석, 관리하는 기술은 지금 이 순간에도 발전하고 있다. 어찌 보면 `빅 데이터`라는 단어가 오늘날처럼 흔히 쓰인다는 사실 자체가 데이터를 실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만큼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기술이 발전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핵심은 자연어 처리 기술이다.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정보의 90%는 문자나 사진, 동영상 같은 비정형(unstructured) 데이터다. 이제 우리는 길게 두서없이 써내려간 한국어 텍스트를 분석해 측정 가능하고(scalable, countable) 구조화된(structured) 데이터를 산출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 어떤 키워드가 나왔는지(발현), 그것이 늘었는지 줄었는지(추세), 어떤 키워드와 연관돼 있는지(연관성) 등을 계측해 사람들의 생각이 어떻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추출해낼 수 있게 됐다. - 42쪽

빅 데이터의 의의는 `사고의 확장`에 있다. 이는 데이터의 양과 크기가 아니라, 시각의 고도(高度)와 조망에 관한 것이다. 숲을 보려면 숲 밖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산 위로 올라가야 한다. 마찬가지로 데이터로부터 의미 있는 통찰을 얻으려면 시각 자체를 더 위로 올려야 한다. 고도가 높을수록 더 멀리, 더 넓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리 속에서는 결코 접할 수 없는 바깥쪽을 보기 위해, 기존과 다르게 보고, 그 이상을 보기 위해 빅 데이터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 71, 72쪽

기업마다 그런 아이디어가 수천 가지는 될 것이다. 예전에 어느 기업에 가서 새로운 모바일폰 아이디어를 낸 적이 있는데, 그때 이런 말을 들었다. "그건 우리 회사에 있는 3,000가지 아이디어 중 하나예요."
그들이 그 3,000개 아이디어를 다시 열어볼 날이 있을까? 타당성을 입증할 증거가 없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쌓아놓기만 하고, 다시는 열지 않는다. 그 아이디어가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만에 하나 실패했을 때 책임지기도 싫으니까. 그래서 업력(業歷)이 오래될수록 파괴적 혁신이 힘들다. 안 되는 이유를 너무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 155, 156쪽

소비자들로서는 짜증난다. 필요 없는데도 자꾸 우기니. 사람들은 제품에 관심이 없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니즈와 욕망이다. 니즈란 것은 솔루션을 기대하게 마련이니, 니즈를 보고 솔루션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사갈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니즈가 없는 솔루션을 자꾸 팔려고 한다. 재차 강조하지만, 솔루션이 아니라 니즈가 먼저다. - 158, 159쪽

진화론이 우리에게 준 교훈이 있다면, 미래는 과거나 현재와 단절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일깨운 것이다. 과거에 선택받은 존재들이 현재에 남은 것이고, 현재에 선택받은 것들이 미래로 간다.
그래서 지금 사람들이 선택하는 바를 알면 미래를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선택받은 것은 계속 진화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것들은 사멸할 것이므로. 과거, 현재, 미래가 분절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의 선호(選好)를 가지고 풀어나가면 미래의 닫혀 있는 문을 열 수 있다. 이것이 트렌드 예측이요, 데이터마이닝의 가치다. - 171쪽

욕망을 조절하는 출발점은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이다. 기업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볼 때, 우리 기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걸맞은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유산, 즉 `헤리티지`다. 이 연장선 상에서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고민해보아야 한다.
이와 함께 눈에 보이는 가치보다 한 단계 위의 상위가치를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 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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