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전기는 가능하다 - 우리가 몰랐던 전기 이야기, 2015 올해의 청소년 환경책 팸플릿 시리즈 (한티재) 1
하승수 지음 / 한티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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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출발점은 원전 같은 대규모 발전소를 많이 짓는 것이다. 그런 발전소들을 많이 짓다 보니 전기를 송전하기 위해 송전선을 많이 짓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전기를 누군가가 쓰게 만들어야 하니, 원가 이하로 기업들에게 `산업용 전기`를 공급해 왔던 것이다.
"왜 이렇게 하나?"하는 의문을 갖고 들여다보니, 모든 것이 다 `돈` 때문이었다. 발전소와 송전선 건설을 둘러싸고 엄청난 돈들이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돈을 버는 기업들이 있었다. 그들 때문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정책을 반복해 온 것이다. - 11쪽

본래 대한민국 발전(發電)은 한국전력(한전)이라는 공기업이 대부분 해 왔다. 그런데 한전이 운영하던 발전소들은 2001년 `전력산업 선진화`라는 명분으로 한전 산하에 만들어진 6개의 발전자회사로 이관되었다. 6개 발전회사는 남부발전, 중부발전, 동서발전, 남동발전, 서부발전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었다.
그리고 정부는 한전의 발전자회사들 외에 민간대기업들이 발전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을 허용했다. `민자발전`이라고 불리는 이 발전회사들은 포스코, SK, GS, 동부 같은 대기업들이 세운 발전회사들이다. 이들이 석탄화력발전, 천연가스발전에 뛰어들 수 있도록 정부가 허용했다. 그리고 한전은 전려거래소를 통해 민간발전회사들이 발전한 전기를 수익을 보장하고 매입하도록 했다.
(...) 핵심은 한전이 민간대기업들로부터 원가와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전기를 매입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대기업들은 민자발전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기 시작했다. - 23, 24쪽

엉터리 계획은 전력수요가 무한정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가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2013년 2월에 발표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정부는 대한민국의 전력수요가 연평균 2.2퍼센트 정도 계속 늘어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1년 중 전기를 가장 많이 쓴느 시점의 전력소비량을 말하는 `최대전력`은 그보다 더 높은 연평균 2.5퍼센트 늘어난다고 전제하고 있다.
연평균 2.2퍼센트라고 하면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숫자의 마술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1년차보다 2년차에 2.2퍼센트가 늘어나고, 3년차에는 다시 2년차를 기준으로 2.2퍼센트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연 평균 2.2퍼센트 증가가 15년 동안 누적되면 39.7퍼센트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온다. 바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그랬다. - 37쪽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원전이나 석탄화력발전소를 한 곳에 몰아 짓고 초고압 송전선으로 연결하기 때문에 더 문제가 많다. 이 발전소들과 연결된 76만5천 볼트 송전선에서 사고가 나면, 그 충격으로 원전이나 석탄화력발전소의 발전기들이 한꺼번에 탈락할 수가 있고, 그것이 대규모 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이런 대규모 발전소가 한 곳에 몰려 있지 않다면, 송전선에 고장이 나더라도 국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는데, 대한민국은 그 반대의 상황인 것이다.
결국 발전소를 한 곳에 몰아 짓고, 초고압 송전선으로 전기를 송전하는 방식이 국가 전체의 전력계통에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만약 76만5천 볼트 송전선에서 자연재해나 테러가 발생한다면, 연결된 발전기들에 문제가 생겨 국가 전체의 전력망이 마비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진짜 `블랙아웃`이 올 수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문제부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53쪽

이런 초고압 송전선이 필요한 이유는 발전소와 소비지 사이의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장거리 송전을 위해 발전소에서 전기의 전압을 올려 76만5천 볼트, 34만5천 볼트, 15만4천 볼트 송전선으로 전기를 보내고, 나중에 최종 소비자에게 전기를 공급(`배전`이라고 한다)할 때에는 다시 전압을 낮추는 것이다.
이렇게 전압을 변경하는 곳을 변전소라고 한다. 그리고 송전선로와 변전소를 거친 전기를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선로를 배전선로라고 한다. 우리가 보는 전봇대에 걸려 있는 전선이 배전선인 것이다. - 55, 56쪽

전자파 허용기준치
스웨던 왕립 카롤린스카 연구소가 스웨덴에서 송전선로 인근 300미터 이내에 사는 인구와 그렇지 않은 인구에 대해 20-30년간 장기 추적조사를 해 보았다.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조사결과 암 발생빈도가 유의미하게 차이난다는 결과를 1990년대에 발표했다. 그리고 스웨덴은 이런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2밀리가우스를 노출기준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833밀리가우스를 노출기준으로 설정하고 있다. 과연 이런 기준을 신뢰할 수 있을까? 스웨덴이 2밀리가우스를 기준으로 설정한 것은 나름대로 자신들이 직접 행한 조사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조사를 하지도 않고, 무조건 `안전하다`고 주장하며 그것을 믿으라고 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 70쪽

더 근본적으로 보면, 신고리-북경남 송전선은 고리 원전의 수명연장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문제가 있다. 지금 고리에는 6개의 원전이 운영중에 있다. 고리 1,2,3,4호기와 신고리 1,2호기가 그것이다. 그리고 신고리 3,4호기가 가동을 앞두고 있고, 신고리 5,6호기가 착공할 예정이다. 신고리 7,8호기 계획도 있다. 고리-신고리 원전단지에 무려 12개의 원전이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기존에 이 원전단지에는 3개의 34만5천 볼트 송전선(고리-신울산, 고리-신양산, 고리-울주)이 연결되어 있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전기를 잘 송전해 왔다. 정부와 한전의 주장은 지금 있는 6개에 신고리 3, 4호기가 추가로 가동하게 되면 송전선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제 자체가 잘못이다. 고리 1호기는 이미 폐쇄했어야 하는 원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리 1호기만 폐쇄해도 송전선에는 여유가 있다.
고리 1호기는 30년의 설계수명으로 만들어진 원전이다. 그리고 2007년에 30년의 설계수명이 끝났다. 그런데 정부는 이 원전의 수명을 10년 연장해서 가동하고 있다. 연장한 수명도 2017년이면 끝난다. - 79쪽

그런데 정부는 고리 1호기의 수명을 다시 10년 재연장해서 2027년까지 가동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전제로 해서 새로운 송전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즉 정부와 한전은 국민들 모르게 고리 1호기의 수명을 재연장하는 것을 전제로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한 것이다. 만약 국민들이 이런 진실을 알았다면, 밀양 송전탑 공사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낡은 고리 1호기의 수명 재연장에 대해서는 부산시의 여론도 강력 반대이고, 전국적으로도 반대 여론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리 2,3,4호기도 2023-2025년이면 모두 수명이 끝난다. 그렇게 되면 송전선이 부족해질 리가 없다. 정부의 정책은 앞뒤도 맞지 않고, 몇 년만 지나면 송전선이 남아돌 상황이 되는데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기만 하는 것이다. - 80쪽

이런 의문점들에 대해 꼼꼼하게 검토해서 밀양 송전탑이 과연 필요한지부터 따져보는 것이 필요했다. 그런데 정부는 2014년 10월 서둘러 공사를 강행했다. 짓고 있는 신고리 3,4호기가 완공되면 송전을 해야 하는데, 밀양 송전탑 공사를 더 늦출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어처구니없게도 그 직후에 신고리 3,4호기는 위조부품 때문에 완공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원전부품 비리가 드러난 것이다. - 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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