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의 습격 - 먹거리에 대한 통념을 뒤엎는 놀라운 기록
유진규 지음 / 황금물고기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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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인적으로 발로 뛰며 쓴 글을 좋아하는데, 이 책이 그러하다. 이 책을 읽으며, 젊어서는 돈을 벌려고 몸을 혹사시키더니 늙어서는 망가진 몸을 치료하기 위해 돈을 다 쓴다는 말이 떠올랐다. 우리는 지금 아프다. 그런데 아프지 않고 건강히 살기를 원한다. 이를 위해서 많은 식이요법과 운동을 한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었던 기존의 상식들(예를 들면, 채식을 해야 건강하다, 동물성 기름은 나쁘다, 지방은 안 좋다, 우유는 불완전식품이다)이 절반의 사실이라면 어떨까. 이런 질문을 품는다면 이내 지금의 상식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입증하라는 반대의 목소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그 반대의 목소리들이 요구하는 반증을 비교적 쉽고 자세하게 풀어주고 있다.

 

2. 짧고 간결한 문체와 쉽게 풀어 낸 먹이사슬과 영양소들에 대한 정보는 이 책에서 제기하는 문제와 고민에 대해 독자들이 쉽게 납득할 수 있도록 한다.  

 

3. 계란에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에게 토종닭이 낳은 계란을 먹이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을 품은 저자의 경험으로 시작되는 이 책의 문제제기는 (나는) 무엇을 먹을 것인가, 그리고 (내 아이들에게) 무엇을 먹일 것인가를 조금이라도 고민해본적이 있다면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제목만 본다면 이미 거대한 산업이 되어 버린 우리 먹거리의 문제점을 옥수수라는 한 종의 곡물로 치환하고 있는 것 같지만, 어찌보면 이 옥수수라는 것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커다란 문제점의 시작일 수도 있다. 옥수수, 오메가-6, 사료화, 비정상적인 가축의 사육, 동물에 대한 영향, 이것을 먹는 사람들에 대한 영향이라는 흐름을 본다면 말이다.

 

4. 그러나 우리 몸에 나쁜 영향을 주는 음식들을 피하기란 만만치가 않다. 그리고 모든 먹거리를 유기농이나 천연상태로 구매하기도 어렵다. 지금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나 한 사람만 분별있는 소비자로 살기란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나 하나가 아니라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분별있는 소비자가 되어 시장을 변화시키는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요구와 선호는 산업의 방향과 태도를 바꿀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유인인 셈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벌레 먹지 않고 매끈한 과일을 선호하였던 소비자들이 건강을 챙기게 되자, 농약과 비료를 기피하는 저농약, 무농약 상품들이 등장하더니 이제 유기농이라는 마크가 달린 상품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우리 눈 앞에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러한 요구를 할 수 있는 소비자가 되기 위해서는 상품과 제품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이 필요하다. 적어도 이것이 무엇으로 만들어졌고, 이러한 생산방식이 자연과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이 책은 어느정도 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5. 산업화로 인해 다양성을 박탈당한 생태계는 이후 아무리 많은 비용을 들여도 결코 회복할 수 없을지 모른다. 이건 기회비용이 될 수 없다.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르게 사는 것 또한 점점 더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두 가지가 별개의 문제여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옥수수로 인한 먹이 사슬의 문제는 많은 다른 불행과 마찬가지로 매우 복잡한 정치 경제적 문제이다. 세상의 악함 대부분은 악한 의도 때문이라기보다 `생각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한다. 옥수수의 문제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 14쪽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금지하는 것은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영양 정책이다. 근 10년간 프랑스 의사들은 성인병 환자들에게 버터를 먹지 말라고 했다. 먹는 문제에 관한 한 피에르 베일 박사의 입장은 명쾌했다. `영양 섭취에 있어서는 나쁜 것도 없고 좋은 것도 없다. 모두 균형과 품질의 문제일 뿐이다`라는 것이다. 식습관은 지역 특색과 연관하여 발전해 온 문화이다. 왜 어떤 지역에서는 생선을 많이 먹고, 어떤 지역에서는 육식만 하는지, 왜 어떤 지역에서는 채소를 많이 먹는지, 왜 여기는 쌀이고 저기는 밀인지는 지역의 자연환경과 그것을 기반으로 한 먹이사슬과 관계가 있다. 사람들은 지역 환경에 적응한 것이고 관계를 형성해 온 것이다. 여기에 나쁠 것은 아무것도 없다. 프랑스 사람들은 버터를 많이 먹었다. 소가 풀을 많이 먹을 때였다. 이것은 전혀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소가 옥수수를 먹을 때 버터를 많이 먹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 39쪽

베르나르 슈미트 박사는 하루 종일 이어진 인터뷰 말미에 이런 말을 들려주었다. `현대의 영양학은 먹이사슬을 통해 전해지는 영양 요소를 간과하여 결과적으로 커다란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었다.
"요즘 우리는 어떻게 했나요? 소에게 옥수수를 줬죠. 돼지에게 콩 깻묵을 줬어요. 모두 오메게-6 지방산만 풍부한 것들이죠. 그러므로 우리는 현재 매우 불균형한 영향 섭취를 하고 있는 겁니다. 즉 동물성 식품을 먹는 게 문제가 아니라 `부적합한 식물성 먹이를 먹은 동물성 제품`을 먹는 게 큰 문제인 겁니다. 동물들에게 올바른 먹이를 먹인다면 동물성 식품을 먹는 건 문제가 안 됩니다. 먹이사슬 안에서 우리에게 좋은 지방을 전해 주기 때문입니다. 동물에게 안 좋은 먹이를 주면 당연히 동물들도 안 좋은 것을 우리에게 주게 되는 겁니다. 즉, 문제는 동물이냐 식물이냐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조장하는 먹이사슬이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를 아는 것입니다." - 106쪽

방목되지 않고 한 자리에 서 있는 동물은 에너지를 거의 소비하지 않는다. 사용되지 않은 에너지는 근육 사이의 지방으로 축적된다. 그것이 흔히 우리가 말하는 마블링이 되는 것이다. 마블링은 우리가 60년 전까지는 알지도 못했던 것을 만들어 낸다. A+등급, 꽃등심, 눈꽃등심이다. 풀 먹인 소로는 A+등급의 소고기를 얻을 수 없다. 소고기의 등급은 근내 지방 형성도에 따라 매겨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소고기는 프라임, 초이스, 셀렉트 세 등급으로 나뉜다. 소는 자연적인 상태에서 적당한 양의 풀을 먹이게 되면 셀렉트 상위, 혹은 초이스 하위 등급이 나온다. 더 높은 등급의 고기를 얻으려면 옥수수가 필요하다. 소가 옥수수를 먹어서 지방으로 변화시키는 데는 풀을 먹을 때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대사작용이 필요하다. 반추위 미생물이 섬유질을 분해하고 이를 흡수하는 과정은 사라지고, 소화 효소로 전분을 소화하는 과정이 필요해진다. 이것은 소를 돼지로 만드는 일이다. - 119쪽

미국의 저명한 물리학자 필립 앤더슨은 `모든 것을 간단한 기본법칙으로 환원(reduction)할 수 있는 능력이 그 법칙들로부터 시작해서 우주를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라고 꼬집으며 환원주의를 비판했다. 아무리 복잡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잘게 분해함으로써 기본적인 단순성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초한 환원론은 근대과학을 이끌어 온 기본전략이다. 환원주의가 의학과 약학의 눈부신 발전을 이끈 원동력이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편 환원주의가 식품산업과 손잡고 음식의 질을 심하게 훼손한 것에 대해서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 151, 152쪽

환원주의의 한계를 잘 보여주는 예가 비타민 이야기이다. `비타민은 영양소, 효소, 코엔자임, 항산화물과 미량 미네랄들이 함께 만들어 내는 일련의 과정이다.` 1956년, 자연 비타민 연구계의 선구자였던 로열리 박사는 저서 <비타민이란 무엇인가>에서 비타민을 이렇게 정의했다. 비타민은 하나의 독립된 분자 화합물이 아니라 생물학적 복합물이다. 비타민은 여러 가지 변수에 의존하는 다단계의 생화학적 상호작용이다. 비타민 활동은 그런 환경에서 모든 조건이 맞고 모든 요소들이 존재할 때 일어난다. - 152쪽

유제품의 경우,소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그 내용물은 확연히 달라진다. 유기농 풀을 먹고 자란 건강한 소는 건강한 젖을 만든다. 옥수수를 먹는 소는 위장에 대장균이 생기게 된다. 대장균이 우유와 고기에 들어가지 않도록 가열 살균하고 균질화 공정을 거치게 된다. 살균과 균질화 과정을 거치면 우유에 들어 있는 좋은 박테리아와 효소도 함께 파괴된다. 결과적으로 우유는 필수성분이 결핍된 상태로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이는 젖소가 의도한 내용물이 아니다. 로밀크는 이런 공정을 거치지 않아서 몸에 이로운 효소와 박테리아가 그대로 살아 있는 우유이다. 살아 있는 효소는 우유를 쉽게 소화하도록 돕고 좋은 박테리아는 위장을 튼튼하게 한다. - 167쪽

필자 역시 OP목장의 우유를 마셔본 경험을 잊을 수 없다. 프레스노의 파머스마켓에서 맛보았던 로밀크 한 잔은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음식이 주는 행복감을 진하게 느끼면서 `아, 이것이 공생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풀과 동물과 사람의 공생, 음식이란 그런 것이다. 인간은 먹이사슬을 지배하는 자가 아니라 먹이사슬 속에서 함께 사는 자이다. 우리가 건강하려면 음식을 만드는 먹이사슬도 건강해야 한다. 행복한 소는 건강한 우유를 만들고 그 우유를 먹는 사람도 행복하게 만든다. 취재를 마칠 즈음 나는 `우유 속에 오메가-3가 풍부해서 두뇌의 신경전달물질이 잘 작용하므로 행복감을 느낀다`는 의학적 설명보다는 `행복한 소가 만든 우유라서 마시는 사람도 행복감을 느낀다`는 짧은 설명이 더 합당하다고 느꼈다. - 189, 1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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