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처럼 생각하기
로버트 베이트먼 지음, 김연수 옮김 / 자유로운상상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마샬 맥루한은 누군가 ‘진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면 그 사람의 머리통은 19세기적이라는 걸 알아야한다고 말한 바 있다. 19세기적인 머리통이 너무나 많아서 20세기를 살아온 우리에게는 너무나 많은 문제가 생겨났다. 위대한 생물학자이자 생태학자인 E.O. 윌슨은 지난 세기는 멋진 기술력의 세기가 아니라 다양성이 파괴된 세기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류는 ‘진보’라는 말에 새로운 정의를 내려야만 한다. 더 우아하고 세련된 개념으로, 자연 유산이든 문화 유산이든 우리 유산의 가치를 인정하는 개념으로. 우리는 다가올 세대의 건강과 삶의 질에 대해 더 사려 깊게 생각해야할 필요가 있다. - 서문

내 삶과 예술을 살찌운 것은 자연의 정교함에 감탄하는 이런 능력이었다. 내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즐거움도 바로 이것이라 내 아이들도 평생에 걸쳐 관찰자가 되기를, 그리하여 자신들이 물려받은 자연의 유산을 맘껏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 24쪽

미국의 위대한 미생물학자인 르네 듀보는 미래의 인류에게 닥칠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의미 있는 노동의 상실"이라고 대답했다. 1973년 영국의 생태학자이자 경제학자인 E. F. 슈마허는 기념비적인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다음과 같은 비슷한 얘기를 했다. "가족을 제외하자면 일과, 일을 통해 정립되는 관계망이 사회의 진정한 토대를 이룬다. 이 토대가 건전하지 않은데 어떻게 사회가 건전하겠는가?"- 27쪽

우리가 다른 종(種)에 대한 존중을 잃어버리게 된 까닭에는 그들의 이름조차 모른다는 사실도 한몫한다. 이름은 중요하다. 선생이라면 학생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열대 지역에서 사냥과 채집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수천 종에 달하는 동식물을 구분할 수 있지만, 평균적인 북미 지역 사람들은 고작 열 개 남짓 기억할 뿐이다. 하지만 그런 북미 지역 사람들도 상표라면 천 가지도 구분할 수 있다. - 48쪽

우리를 지켜주는 자연유산 속에서 모든 것을 적절한 규모로 운영하게 되면 대단히 중요한 부수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개발 도상국가들은 외부의 원조로는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자주적인 경제 체제에 도달할 수 있다. 슈마허도 지적했다시피 선진국들은 이들 국가의 경제에 지나치게 개입해 수많은 달러를 뿌리고 큰 것이 아름답다는 식의 기술력을 강요하는데, 이는 종국에 개발 도상국가들의 주체적인 삶의 방식을 파괴하고 국민들을 전에 없이 절망적이고 비참한 상황 속으로 밀어 넣는다. 전통적인 기술력과 지식을 없애버리고 그들의 자긍심을 깎아내리는 낯선 신기술이 자리잡는다. - 9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