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교수가 돼서 좋은 일이 여럿 있지만 그중 가장 좋은 것은 (결정된 강의 외에 다른) 일을 할지 말지, 혹은 언제 할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우리가 원할 때 한다. 그리고 그 누구도 (로스쿨 학장을 포함해) 우리에게 뭘 하라고 지시하지 않는다. 집에서 연구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이유로 학교에 거의 나오지 않는 교수들도 있다. 또 어떤 교수는 매일 겪어야 하는 출퇴근 전쟁을 피하고 싶어 한다(내가 아는 교수 몇은 심지어 다른 도시에 살면서, 기차나 비행기로 학교에 오기도 한다). 일부 교수는 로펌 관련 법률 업무르 ㄹ보는 사무실로 출근하기도 한다. 개인적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교수들을 학교에 붙어 있게 하고, 동료 교수들과 학생들이 만날 수 있게 만드는 일은 정말이지 힘든 일이 되었다. - 23, 24쪽
"1년 차에는 죽도록 겁을 주고, 2년 차에는 죽도록 공부시키며, 3년 차에는 죽도록 심심하게 만든다." 이 오래된 속담에 담겨 있는 진실은 로스쿨 3년 차 과정을 없애자는 계속된 요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탠퍼드 로스쿨(Stanford Law School)의 래리 크레이머(Larry Kramer) 학장은 2010년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로스쿨에 대해 한 가지 잘 알려진 사실은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는 데는 절대 3년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2년이면 충분하다. 어쩌면 1년 6개월이면 될지도 모른다." 3년 과정의 로스쿨들(노스웨스턴 대학교, 사우스 웨스턴 대학교, 데이턴 대하교)이 최근 2년 과정(JD과정)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는 진정한 2년 과정이 아니라 3년 과정을 2년으로 압축한 것으로 등록금은 3년 과정과 같다. - 45쪽
여기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로스쿨 교수들이 많은 변호사들보다 부유하다는 사실로 인해 우리가 조장하고 있는 두 가지 허상, 즉 변호사가 되려면 상당한 재정적 희생(투자)을 해야 한다는 것과 로스쿨 교수가 된다는 것은 일종의 공익활동을 하는 것이라는 허상이 여지없이 깨져버린다는 것이다. 로스쿨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청렴`의 모델이 된다는 로스쿨협회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우리가 받는 보수는 상당하고, 업무 스트레스는 낮다. 우리는 자유롭게 시간을 쓰고 있으며, 귀찮게 구는 보스도 없다. 더욱이 우리의 고용 보장은 거의 난공불락이다. 우리 연봉은 다른 학과 교수들보다 훨씬 많고, 강의시간은 그들 대부분보다 적다. 우리의 삶의 질은 변호사들보다 훨씬 좋고, 그들 대부분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 - 91쪽
로스쿨 교수들은 `법학과`가 아니라 `로스쿨`에서 가르친다. 바로 이 때문에 교수단의 지나친 학문 지향에 계속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로스쿨 교수들(그리고 로스쿨 교수단의 다른 박사학위 소지자들)은 그들이 법학과 교수일 때 받을 수 있었던 보수보다 훨씬 많은 보수를 받고 있다. 로스쿨 학생들은 현업 법률가가 되기 위해 로스쿨에 들어오며, 로스쿨에서 법률가로 성공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고 능력을 쌓기를 웒나다. 그런데 현업 경험이 거의, 혹은 전혀 없는 교수들이 이런 학생들을 교육해 현업 법률가로 배출한다는 게 과연 이상적인지는 의문이다. - 99쪽
LLM과정 학생들은 이미 개설된 JD과정 수업을 듣기 때문에, 로스쿨 입장에서 LLM과정 학생들은 공짜 돈이나 다름없다. 돈을 내고 JD과정 강의실 빈자리를 메워주는 존재인 것이다. - 106쪽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우리가 잘못된 길에 들어섰다고 해도 우리에게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가 잘못된 길에 들어선 것이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며, 대놓고 거짓말을 해대는 소수의 사기꾼들 말고는 개인적으로 아무 잘못이 없다고 하는 것은 너무 자기편의적인 주장이다. 사실 우리 로스쿨 교수들은 모든 선택 단계에서 지금 이 길로 오게 된 선택을 했다. 어떤 로스쿨 운영자도 그리고 어떤 로스쿨 교수도 자리에서 일어나 "당장 그만둬라. 그런 일이 규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닐지 몰라도 분명 옳지 않은 일이다"라고 외친 사람은 없었다. - 134쪽
전액 장학금을 받고 듀크로 갈지, 아니면 전액 장학금을 못 받아도 하버드나 컬럼비아 등 최고 명문으로 갈지의 문제가 그다지 심각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잇따. 듀크도 좋은 학벌이기 때문이다. 그렇긴 하지만, 문제가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법조계는 매우 엘리트주의적이며 학벌을 중시하는 곳이다. 이는 미국 대법원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대법원 판사 중 하버드 출신은 17명, 예일 출신은 10명, 컬럼비아 출신은 7명에 이른다. 그 외 로스쿨 중 대법원 판사를 3명 이상 배출한 곳은 전혀 없다. 듀크는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5대 명문 로스쿨을 나와야 명문 로펌과 법무부에 취직하거나 로스쿨 교수가 되기에 훨씬 쉽다. 듀크 졸업장이 많은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엘리트 자격증이긴 하지만 하버드, 예일, 스탠퍼드, 혹은 컬럼비아 졸업생과의 차이는 결코 적지 않다. - 157, 158쪽
부의 효과는 학부 대학들에서도 발견된다. 로스쿨과 학부 대학들에서 나타나는 이런 부의 효과는 미국에서 악화되고 있는 양극화와 중산층 붕괴 현상을 그대로 반영한다. 로스쿨의 경우, 특별한 문제는 부의 효과 현상 그 자체보다 그로 인해 더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요컨대, 법이 갖아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미국 사회에서 부유층 출신의 명문 로스쿨 졸업생들이 법조계 최고위직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 160쪽
진보세력은 항상 사회 정의를 부르짖는다. 그리고 사회 정의의 핵심은 평등한 기회와 법에 대한 평등한 접근이다. 예일을 포함한 대부분의 명문 로스쿨 교수들은 진보적이다. 그런데 명문 로스쿨과 `그를 따르는 다른 모든 로스쿨`이 거리낌 없이 등록금을 올린 것은 법조계 진입을 가로막는 거대한 경제적 장벽을 쌓는, 따라서 사회 정의를 거스르는 행동을 한 것이다.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부채의 망령에 겁을 낼 수밖에 없는 중산층과 저소득층 학생들은 갈수록 로스쿨 진학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는 많은 로스쿨 졸업생들은 부채만 없었으면 가지 않았을지도 모를 기업 로펌으로만 몰리고 있다. 현재의 등록금과 장학금 메커니즘은 명문 로스쿨을 포함한 미국 사회의 최상위 법학계와 법조계에 대한 부유층의 지배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 201쪽
학교의 평균 연봉과 페이스케일의 평균 연봉이 비슷한(1,000~2,000달러 정도 높거나 낮은) 로스쿨은 13개다. 따라서 페이스케일의 정보가 구조적으로 하향 편향된 자료일 수는 있지만, 적어도 13개 로스쿨의 경우에는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하향 편향이 없었다. 전국에 있는 이 13개 로스쿨은 샌프란시스코 대학교, 드폴, 노스웨스턴, 유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뉴멕시코, 캔자스, 오클라호마, 마케트, 오리곤, 루이빌,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 버펄로 로스쿨 등이다. 공립 로스쿨이 많다는 점을 제외하고, 이들의 공통점은 학교가 발표한 평균 연봉이 5만 달러에서 7만 5,000달러 정도로 그렇게 터무니 없이 높은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 226쪽
나는 2009년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3개 목록을 작성해 비교했다. 첫째는 졸업생 평균 부채가 가장 많은(10만~13만 2,000달러 사이) 70개 로스쿨이고, 둘째는 `JD학위 필수` 직에 취업한 비율이 가장 낮은(26~62%) 70개 로스쿨이며, 셋째는 민간업체 정규직 연봉 보고 비율이 가장 낮은(5~50%) 70개 로스쿨이다. 이 목록은 해당 범주마다 전체 로스쿨의 약 3분의 1(70개)을 `가장 문제가 있는 로스쿨`로 자의적으로 규정해 추린 결과다. (...) 이 3개 목록에 포함된 로스쿨 중 처음 2개 목록에 함께 오른 로스쿨은 27개다. 그리고 이 27개 중 세 번째 목록에도 오른 3관왕 로스쿨은 15개다. 이 27개 로스쿨을 졸업생 평균 부채가 많은 순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별표는 3관왕 로스쿨들이다). 토머스제퍼슨*, 뉴욕 로스쿨*, 아메리칸 대학교, 존마셜(시카고)*, 버몬트*, 로저윌리엄스*, 골든게이트*, 스테트슨*, 뉴햄프셔, 찰스턴*, 애틀랜타 존마셜*, 가톨릭, 샌프란시스코*, 노바 사우스이스턴, 플로리다코스탈*, 리젠트, 서퍽, 채프먼*, 팬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발파라이소*, 배리, 뉴잉글랜드, 드폴, 덴버, 산타클라라*, 오클라호마시티, 와이드너* - 228, 229쪽
만약 주요 법률시장에 있는 기업 로펌에 취직하는 게 목표라면 로스쿨 순위가 중요하다. 이럴 경우 상위권 로스쿨 진학이 필수다. 그러나 그런 목표가 아니라면, 로스쿨 순위는 덜 중요하다. 로스쿨 지망새은, 훨씬 많은 돈이 들더라도, 예컨대 80위 로스쿨보다 50위 로스쿨로 가는 게 당연히 더 낫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순위가 높다고 반드시 취업 전망이 좋은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지역에서 일하고 싶은지, 그리고 해당 로스쿨이 그 지역에서 취업률이 높은지 하는 것이다. - 234쪽
그러나 각 주에는 2만 달러 미만의 저렴한 등록금을 부과하고 있는 훌륭한 공립 로스쿨들이 아직 많다. 노스캐롤라이나, 앨라배마, 조지아, 조지아 주립대학교, 위스콘신, 유타, 플로리다,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테네시, 템플, 켄터키 대학교, 오클라호마, 캔자스, 뉴멕시코,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 버펄로, 네브라스카, 하와이, 웨스트버지니아, 루이빌, 미주리 등이 바로 그런 로스쿨들이다. 이들은 각 주의 대표 로스쿨이란 확고한 지위를 바탕으로 지역 법률시장의 강자로 군림하면서 <US 뉴스>의 순위 경쟁 압력을 버텨왔다. 이들은 고액 연봉을 주는 상위권 로스쿨들에게 좋은 학자들을 주기적으로 빼앗기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학교 운영이나 지위에 별문제가 없다. - 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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