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인간
이석원 지음 / 달 / 2013년 8월
절판


언제 자건 일찍 일어나는 습성을 가졌으므로,
나는 늘 맨정신으로 밀려드는 햇살을 온전히 감당해야 했다. 매일 잠에서 깨어 의식이 드는 순간, 시계를 보지 않아도 시간을 알 수 있었고 오늘도 너무 일찍 일어났다는 것을 알았다.-12쪽

"고통을 견디는 법은 한 가지밖에 없어. 그저 견디는 거야. 단, 지금 아무리 괴로워죽을 것 같아도 언젠가 이 모든 게 지나가고 다시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이 오리라는 믿음. 그거만 저버리지 않으면 돼. 어쩌면 그게 사랑보다 더 중요할지도 몰라."
그 말을 들은 나는 그만 아득해져버렸다.
"내가 그런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아저씨."
"믿어. 믿으면 아무도 널 어쩌지 못해."-64쪽

'그래서, 사람의 일생이란 어린 시절의 상처를 평생 동안 치유해가는 과정이라고 하는지도 모르죠.' -137쪽

"용우야."
"네."
"넌 진심이 뭐라고 생각하니?" 루카도 아닌 곳에서, 그가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니 난 오랜만에 용휘의 제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글쎄요. 뭐 거짓 없는 솔직한 마음?"
"그래. 그러면 그 진심은 어떻게 알 수 있지?"
"글쎄요. 어떻게 알지? 허허...... 믿으면 되나."
"맞아. 믿지 않으면 진심도 진실도 없어. 결국 진심이란 건 증명해 보이는 게 아니라 믿어주는 거라고."-208쪽

"하지만 내가 정말로 행복했던 시절은 내 책이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사라질 줄 모르던 지난 육 년간이 아니라, 내 책들 자체가 서점에 아예 없어 아무런 불안감 없이 이곳을 찾던 날들이었어. 목표가 생기면서 인생이 불행해진 거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용휘는 내게 말했다. "근데 그 목표라는 게 말이야...... 목표가 없는 내가 불행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생긴 거거든? 그러니 참 인생이란게......" 용휘는 자기도 모르게 주머니에서 몇 번이나 담배를 빼물려다가 도로 집어넣길 반복하며 짧은 한숨을 쉬었다.-228-229쪽

사랑했던 사람의 냄새를 영원히 기억하고 싶었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인생에는 간직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다는걸.-254쪽

한 인간이, 자신이 믿는 대로 자신만의 탑을 높이높이 쌓아가다, 마침내 다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오르게 되면 그는 그 위에서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266쪽

"정말 사랑했던 사람하고는 영원히 못 헤어져, 용우씨. 누굴 만나든 그저 무덤 위에 또 무덤을 쌓는 것뿐이지."-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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