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선라이즈 (1disc) - [할인행사]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 에단 호크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9월
품절


- 기차를 타고 가다 생각한 건데... 좋아, 말해줄게. 넌 환생을 믿어?
- 응, 흥미롭잖아.
-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삶 같은 걸 얘기하고 있어, 알지? 어떤 정해진 방식으론 환생을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영혼이 불멸하다는 건 인식하고 있다고, 맞지?
- 그래, 맞아.
- 내 생각은 이래, 5만 년 전엔 인구가 백만도 안 됐어. 만 년 전엔 지구에 2백만 명이 살고 있었지. 그런데 지금은 5십에서 6십억 사이야.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개별적인 영혼을 가지고 있다면... 그 영혼은 다 어디서 온 걸까? 현대의 영혼은 기존에 존재하던 영혼의 일부분일 뿐인 걸까? 만약 그렇다면 지구 시간으로 찰라에 지나지 않는 지난 5만 년간... 하나의 영혼에서 5천 개의 육신이 파생된 셈이야. 기껏해야 우린 걸어다니고 있는 사람들의... 일부일 뿐이라고. 그래서 우린 산재돼 있는 거야? 그래서 우린 한정돼 있는 거야?
- 잠깐만, 모르겠어, 난...
- 그래, 생각이 완전히 산재돼 있다는 거 알아. 바로 그래서 말이 되는 거라고.
- 그래, 동감이야.

- 최근 들어 이런 의문이 생겨. 행복하게 사는 커플 본 적 있어?
- 그럼, 나 그런 커플들 알아. 내 생각에 그 커플들은 서로를 속이는 것 같아.
- 맞아. 사람은 인생을 거짓으로 살 수 있어.

- 뭐가 화나는지 알아?
- 뭔데?
- 사람들은 항상 테크놀러지가 위대하네, 덕붕에 시간이 절약됐네 하잖아. 그런데 쓰지도 않을 시간 절약해서 뭐 한대? 일만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야.
- 맞아
- 이런 얘기하는 사람 아무도 없잖아. "워드 프로세스 덕에 시간이 절약됐군. 절에 가서 수행을 해야겠어." 이러는 사람 없다고.

- 난 사랑이라는 건... 혼자가 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탈출구라 생각해.

- 누군가에게 차였을 때 제일 못견디는 게 뭔지 알아? 내가 찬 여자들을 생각 안하듯 날 찬 여자도 날 생각 안할거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야. 날 찬 여자도 슬퍼할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 하지만 현실은 안그래. "아, 차고 나니 속 시원하네." 이런다고.

- 이 세상에 신이 있다면 그 신은 너와 나, 우리 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이에 존재한다고 믿어. 이 세상에 마술이 있다면... 그건 상대를 이해하고 함께 나누려는 시도 안에 존재할 거야. 그 시도가 성공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 모든 것에는 끝이 있잖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 시간과 어떤 특정한 순간이 중요하단 생각 안들어?

- 네가 아까 커플이 몇 년 동안 같이 살게 되면... 상대의 반응을 예측할 수 있고... 또 상대의 습관에 싫증을 느끼게 돼 서로를 싫어하게 된다고 했잖아. 난 정반대일 것 같아. 난 상대에 대해 완전히 알게 될 때 정말 사랑에 빠질 것 같거든. 가리마를 어떻게 타는지, 이런 날은 어떤 셔츠를 입는지, 이런 상황에선 정확히 어떤 얘기를 할지 알게 되면... 난 그때야 비로소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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