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은 끝났다 - 어느 명문 로스쿨 교수의 양심선언
브라이언 타마나하 지음, 김상우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3년 4월
구판절판


로스쿨 기준에 관한 1921년 회의에서 시카고의 변호사였던 에드워드 리(Edward Lee)는 "오늘날 절정에 이른 (로스쿨 간의) 경쟁은 로스쿨협회를 구성하고 있는 미국의 명문 로스쿨들이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다른 모든 로스쿨들을 배척해 그들을 법학 교육계에서 추방하려는 계획적인 노력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직장인들을 위한 도시 지역의 야간 로스쿨들이 분명한 타깃이었다. 그는 새로운 기준이 "대도시 이민자들의 언어와 독특한 관습을 잘 이해하고 있는 법률가 수를 줄임으로써 상당수가 외국 출신인 대도시 사람들은 법에 호소하고 법률 조력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게 될 것"이라면서 변호사협회의 인가 기준에 반대했다. 1921년 회의에 참석했던 또 다른 반대자는 인가 기준은 하층민의 아메리칸드림 실현을 더 어렵게 만드는 '반동적인'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52쪽

로스쿨 교육이 실무 법률가를 양성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고 교수들의 학술논문이 현실과 유리되었다는 주장에서 옳은 것 하나는 과거 법학계의 논문들은 주로 법을 해석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교수들은 법 분야들을 종합하고 변호사나 판사와 긴밀한 대화를 함으로써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법률 문제에 관한 논문을 쓸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논문은 더 이상 학술 연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법 해석 논문들은 유명 저널에 게재되지 않는 경향이 있고, 따라서 학문적 명성을 쌓아 명문 로스쿨로 옮기려는 교수들은 법 해석 논문을 쓰지 않는다. 이론만이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지금 특히 인기를 끄는 것은 법에 대한 학제 간 연구와 경험적 연구다. 헌법 해석 이론들, 법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규범적 주장들, 법철학, 비판적 인종 이론(critical race theory), 법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 법 역사, 법에 대한 경제적 분석, 판결에 대한 계량적 연구 등이 법학계를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연구들은 보다 일반적인 견지에서 법체계에 직간접적인 혜택을 줄지는 몰라도 대부분은 판사와 변호사의 일상 업무와 별 관련이 없다.-96쪽

다른 많은 로스쿨도 '교수단 확대, 더 많은 학생(JD과정, 전학생, LLM과정), 등록금 인상'이라는 똑같은 선택을 했다. 규모가 큰 교수단을 가진 로스쿨들은 학생들을 대량 생산해내고 있다. 2010년 조지타운 대학교 로스쿨(Georgetown University Law Center)은 644명의 JD를 졸업시켰고, 허버드는 577명, 조지워싱턴은 513명, 뉴욕 대학교 로스쿨은 483명, 포드햄은 479명, 컬림비아는 433명의 JD를 배출했다.-105쪽

1년 과정인 LLM과정도 새로운 학생 충원 영역으로 부상했다. LLM과정이 있은 지는 100년이나 되었지만, 그동안 매우 작은 규모였다. LLM과정 학생들은 이미 개설된 JD과정 수업을 듣기 때문에, 로스쿨 입장에서 LLM과정 학생들은 공짜 돈이나 다름없다. 돈을 내고 JD과정 강의실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존재인 것이다. 지금은 300개에 가까운 LLM과정이 존재한다. 주로 외국 유학생들이 LLM과정의 기초 과목을 수강한다(일부 주는 LLM과정을 마친 외국 유학생들에게 변호사시험 자격을 주기도 한다). LLM과정에 등록한 미국인 JD들 중에는 학벌을 쌓을 목적으로 상위권 로스쿨 LLM과정에 진학한 하위권 로스쿨 출신들이 제법 있고, 이들은 세법, 지적재산권, 은행법, 파산법, 환경법 같은 전문 분야를 주로 공부한다. 사실 대부분의 로스쿨 졸업생(JD)들은 LLM과정을 지원하지 않는다.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JD과정에서도 모든 LLM 과목을 이수할 수 있다. 2010년 뉴욕 대학교 로스쿨에는 552명의 LLM 학생이 있었고, 조지타운 대학교 로스쿨에는 394명의 LLM 학생이 있었다. 두 로스쿨은 JD와 LLM을 합쳐 한 해 총 1천 명 이상의 학생을 졸업시키고 있다.-106쪽

진보세력은 항상 사회 정의를 부르짖는다. 그리고 사회 정의의 핵심은 평등한 기회와 법에 대한 평등한 접근이다. 예일을 포함한 대부분의 명문 로스쿨 교수들은 진보적이다. 그런데 명문 로스쿨과 '그를 따르는 다른 모든 로스쿨'이 거리낌 없이 등록금을 올린 것은 법조계 진입을 가로막는 거대한 경제적 장벽을 쌓는, 따라서 사회 정의를 거스르는 행동을 한 것이다.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부채의 망령에 겁을 낼 수밖에 없는 중산층과 저소득층 학생들은 갈수록 로스쿨 진학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는 많은 로스쿨 졸업생들은 부채만 없었으면 가지 않았을지도 모를 기업 로펌으로만 몰리고 있다. 현재의 등록금과 장학금 메커니즘은 명문 로스쿨을 포함한 미국 사회의 최상위 법학계와 법조계에 대한 부유층의 지배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2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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