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 빈곤 - 이기주의는 자본주의의 필요악인가
찰스 핸디 지음, 노혜숙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7월
품절


나는 우리가 창조한 서구 사회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염려스러워 한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가 우리의 복지 증진에 기여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빈부 격차와 기진맥진한 근로자들을 보면 우리가 보다 만족스러운 세상을 향해 가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나로서는 자본주의보다 더 나은 경제체제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우리 자신의 삶까지 하나의 사업으로 바꾸어버리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방식이 정답처럼 보이지는 않는다.-6-7쪽

우리가 누릴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은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것이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 또한 만일 ILO(국제노동기구)의 조사 결과처럼 세계 노동자의 3분의 1이 현재 실직자이거나 불완전 취업자라면, 그러한 부를 창조하기 위해 필요한 효율성이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그리고 그러한 성장에 대한 열정은 어디에서 끝날 것인가? 만일 현재와 같은 속도로 성장을 계속한다면 100년 후에는 모든 것을 16배로 소비하게 될 것이다. 지구의 환경이 그 짐을 견딜 수 있다 하더라도 그 모든 것을 다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재 70여 개의 회사가 다수의 소국가보다 규모 면에서 상위로 평가되고 있는데, 그 규모는 계속해서 더욱 성장하게 될까? 그리고 그것은 정말 중요한 일일까?-7쪽

문제점은 변화와 시대에 따라 불가피하게 생겨나기 마련이고, 기술과 경제의 성장으로 대부분 해결될 것이라는 가설에 나는 실망할 수밖에 없다. 풍족한 사회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가난에 허덕이며 삶을 탕진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화가 난다. 삶과 삶의 목적에 대한 보다 선험적인 성찰의 부재, 그리고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왜곡시키는 경제의 통념이 나는 걱정스럽다. 돈은 삶의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우리에게는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7-8쪽

우리는 과학, 경제 그리고 종교가 저마다 경쟁적으로 주장하는 그릇된 필연성Certainty에 현혹되어왔다. 과학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힘에 의해 사회가 발전하므로, 우리는 뒷전에서 그것을 즐기기나 하라고 넌지시 제안하고 있다. 경제는 물질적인 번영을 인류의 유일한 목표로 제시하는데, 만일 우리가 그러한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시장의 법칙과 효율성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다른 모든 문제점들을 감수해야 한다. 종교 역시, 만일 우리가 그들의 교리를 지키고 어떤 초월적 힘을 믿는다면 이승이 아닌 어떤 상상 속의 저승에서라도 잘살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그들 나름의 궤변을 펼친다. 이성적으로 보면 그런 이론들 중에 일부는 옳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우리의 목적이 이러저러하게 예정되어 있다는 견해에 반감을 가지게 된다.-8쪽

자본주의는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는 대신 경제적 의무를 강조함으로써 우리를 노예로 만들지도 모른다.-9쪽

믿음이란 사실을 밝힐 수 없는 시점에서 출발한다. 그러므로 아무도 자신의 믿음이 옳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만족스럽게 증명해줄 수는 없다. 그러나 진리에 대해 다른 사람과 이해를 같이 한다면 강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10쪽

나는 아일랜드인이며 다른 사람들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러나 나의 삶은 나로부터 출발한다. 나는 그것을 '올바른 이기주의Proper Selfshness'라고 부른다. 역설적으로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우리 자신을 가장 잘 알게 된다. 올바른 이기주의는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을 넘어서는 보다 큰 목적을 발견하는 것이 결국 우리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에피쿠로스 학파의 연설처럼, 사람은 자기 자신 너머를 바라볼 때 자신에게 가장 만족할 수 있다.-14쪽

만일 우리가 만든 체제가 사람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원칙을 근거로 하고 있다면 그들은 구태여 신뢰를 받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능하며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들은 종종 우리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다.
낙관론은 항상 실망으로 변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희망이 없는 삶은 우울하다.-15쪽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미 오래전에 주장했다. "부는 분명 우리가 추구하는 선이 아니다. 왜냐하면 부가 이바지하는 유일한 목적은 무언가 다른 것을 얻기 위한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가 이미 언급한 목적(즐거움, 미덕 그리고 명예)들은 선으로 고려될 만한 더 나은 자격을 갖추고 있다. 왜냐하면 그런 것들은 그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이다."-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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