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테이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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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갑갑했다. 집이 좁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기만 하는 삶에 갇혀버렸다는 자각이 점점 커졌기 때문이었다.-14쪽

사람들은 흔히 성공하면 삶이 편해질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성공하면 삶은 어쩔 수 없이 더 복잡해진다. 아니, 더욱 복잡해지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더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한 갈증에 자극을 받으며 더욱 매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바라던 걸 성취하면 또 다른 바람이 홀연히 나타난다. 그 바람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우리 또 다시 결핍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다시 완벽한 만족감을 얻기 위해 모든 걸 걸고 달려든다. 그때껏 이룬 것들을 모두 뒤엎더라도 새로운 성취와 변화를 찾아 매진한다.
새로운 성취를 이루면 또 다른 의문이 고개를 쳐든다.
이 모든 걸 그대로 지켜낼 수 있을까? 모래처럼 손아귀에서 슬며시 빠져 나가는 건 아닐까? 아니, 더 나쁜 경우는 그 모든 것에 질려 버려 사실은 이전에 이루었던 게 진정 원하던 게 아니었을지 자못 후회하게 되는 것이다.-121쪽

"그럴 리가요? 하지만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텅 빈 하루를 마주할 경우 누구나 자존심 한 숟가락을 먹어야 기분이 좋아지지 않나요?"-150쪽

"파졸리니는 테크놀로지가 개입되기 전 단계의 순수한 형태로 파시즘을 보여 주고 있어요.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부정하고, 인간을 지배하는 게 바로 파시즘이죠. 파시즘은 인간의 개성을 말살하고, 인간을 기능적인 대상으로 취급하죠. 이를테면 인간이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하면 가차 없이 없애버리는 거죠. 이제 영화 속의 귀족은 정부 혹은 기업 같은 권력으로 바뀌었어요. 하지만 다른 인간을 지배하려는 욕구가 인간 행동의 가장 큰 동기라는 점은 변함이 없어요. 누구나 자기 세계관을 앞세우죠. 다른 사람에게 자기 세계관을 강요하려고 하죠. 아닌가요?"-202-203쪽

"아니죠. 댁이 스스로 초래한 일이죠. 댁이 샐리 버밍엄을 택해 가정을 버렸어요. 댁이 내 초대를 받아들였어요. 댁이 내 제안을 받아들여 이백오십만 달러에 시나리오를 쓰겠다고 했어요. 댁이 맥콜을 향해 날카로운 칼을 뽑아들었어요. 댁이 내 아내한테 빠지기까지 했죠. 그 모두가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일입니다. 모두 댁이 스스로 내린 결정이에요. 나는 아무런 장난도 치지 않았어요. 댁이 스스로 선택한 일에 희생된 거에요. 인생은 그런 겁니다. 누구나 선택을 하죠. 자신의 선택에 따라 상황이 바뀌고요. 그게 바로 '인과율'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내린 결정 때문에 나쁜 일이 생기면 늘 남 탓을 하는 버릇이 있어요. 상황이 안 좋았다거나 사악한 사람 때문에 일을 그르쳤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근본적으로 조목조목 따져보면 진정 탓할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라는 걸 알게 되죠."-426쪽

작가로서의 내 명예는 회복했지만 이제 나는 성공의 본질을 더 없이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의 성공은 다음 번 성공으로 이어질 때까지만 유효하다. 그러므로 지금의 성공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궁극적으로 다다를 곳은 어디일까? 그것이 가장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우리는 '그 어디'에 다다르기 위해 몇 년 동안 애쓸 수도 있다. 그러나 마침내 그곳에 다다랐을 때, 모든 게 발아래에 있고 자신이 그토록 간절히 바라마지 않던 것을 손에 넣었을 때 불현듯 낯선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정말 내가 어디에 다다르긴 한 것일까? 아니, 그저 중간 지점에 다다른 게 아닐까? 더 바랄 게 없을 만큼 성공했다고 생각한 순간 다시 저 멀리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목적지를 향해 계속 나아가고 또 나아갈 수밖에 없는 건 아닐까?
종착지가 존재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종착지에 다다를 수 있겠나?
그런 생각들 속에서 내가 얻은 깨달음은 하나였다.
'우리 모두가 필사적으로 추구하는 건 자기 존재에 대한 확인이다. 그러나 그 확인은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다.'-446쪽

우리는 위기를 통해 믿게 된다.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는 걸 믿게 되고, 모든 게 그저 순간에 불과한 거라 믿게 되고, 자신이 하찮은 존재에서 벗어나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믿게 된다. 무엇보다 우리는 위기를 통해 깨닫게 된다. 싫든 좋든 우리는 누구나 나쁜 늑대의 그림자 아래에 있음을,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는 위험 아래에 있음을, 우리 스스로가 자신에게 행하는 위험 아래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451쪽

그런 불가능한 질문들은 아예 생각하지도 말자. 모든 게 헛되다는 생각도 잊자.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하고 상상하지도 말자. 과거를 짊어지자. 달리 어쩌겠는가? 치료약은 하나뿐이다. 다시 일에 열중하자.-4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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