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외지사 1 - 우리 시대 삶의 고수들
조용헌 지음, 김홍희 사진 / 정신세계원 / 2005년 1월
절판


한국사회는 그 동안 과도하게 방내에만 집중되는 삶을 고집해 왔다. 그러다보니 모든 분야에서 한 줄로만 서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줄로 늘어선 단조로운 사회라서 재미도 없고 탈출구도 없다. 한국사회의 문제는 너무 방내 지향적인 가치에 우리 모두가 매몰되어 있다는 점이다. 인생에는 한 길만이 아니고 여러 길이 있다. 좀 더 나가면 자기가 가는 길이 곧 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가는 길이 곧 나의 길이요. 나의 운명이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머리말쪽

젊었을 때부터 세속이 맞지 않았고, 성품은 본래 산을 좋아하였다.
잘못돼서 풍진 세상으로 떨어져, 일거에 삼십 년의 세월이 가버렸다.
새장 속의 새는 숲을 그리워하고, 연못의 물고기는 원래 놀던 깊은 못을 생각한다.
남쪽의 황무지를 일구며, 소박함을 지키기 위해 전원으로 돌아왔다.
집은 십여 이랑에, 초옥은 팔구 칸이다.
느릅나무 버드나무는 뒤편 처마를 덮었고, 복숭아 오얏나무는 집 앞에 무성하다.
마을은 멀리 어슴푸레하게 보이고, 굴뚝마다 연기는 솔솔 피어오른다.
동네 어귀에서는 개 짖는 소리가, 뽕나무 위에서는 닭 우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집 안에는 번잡한 일 없고, 빈 방에는 한가함만 있도다.
오랜 세월 새장 속에 있다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왔구나.

- 도연명, 귀전원거 --19쪽

이런 맥락에서 행복의 조건을 추적해 들어가면 돈과 시간으로 압축된다. 이념, 가치와 같은 형이상은 빼고, 눈에 보이는 형이하만 따져보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죽느냐 사느냐가 문제가 아니고 돈과 시간, 이것이 문제이다. 한국 사회를 둘러보면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그걸 유지하고 확장하느라고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린다. 사간과 일의 노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들 보기에는 성공한 인생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도대체 여유가 없다.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20쪽

평소 나하고 같이 귀거래사를 하겠다고 약속한 동료와 후배들이 몇 명 있었지만, 막상 20년이 되었어도 사표를 내지 않았다. 지금도 여전히 근무하고 있다. 실행에 옮긴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다. 직장 그만두는 일을 엄청난 공포로 여긴 것 같다. 굶어죽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백이면 백 명 모두 말렸다. 나도 약간 두려움은 있었다. 하지만 그만두고 나니까 새로운 차원의 삶이 열렸다. 그 새로운 차원의 생활이란 시야가 넓어짐을 의미한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 만나는 사람의 계층이 달라진다. 조직에 있을 때는 그 세계가 전부인줄 아는데, 나와 보면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다. 결단이 중요하다.-37쪽

우리사회에서 성공했다는 사람들, 그러니까 각종 단체장, 검판사, 병원장 같은 사람들이 와서 하는 한결같은 이야기가 "내가 이렇게 살고 싶었는데, 시원 선생이 살고 있구먼!"이다. 너나할 것 없이 모두들 전원생활을 동경한다. 그러면 나는 그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 열심히 벌었으니까 돈 벌 생각하지 말라. 이제부터는 평상시에 하고 싶었던 일을 하시라. 그게 성공하던 못 하던 간에. 그 과정을 즐기면 되지 않느냐."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어도 실천하는 사람을 별로 보지 못하였다. 한 발만 옆으로 물러나도 실상이 바라보일 텐데 한 발도 물러나지 못한다. 인간은 타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인 것 같다.-41쪽

이미 젖은 돌은 더 이상 젖지 않는다.-55쪽

지리산에 오면 뭐 해먹고 사는가? 보통 사람들이 제일 첫 번째로 던지는 질문이다. 다른 사람 이야기할 필요 없이 내가 수시로 자문자답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한국 사람들은 먹고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자유로운 삶을 위해 뭔가 하려고 하면 그 다음에 꼭 따라붙는 질문이 "뭐 해 먹고 살지?"다. 뭐 해 먹고 살지에 걸리면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못한다. 거기서 만사 스톱이다. 한국인은 분명 생존에 대한 지나친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62쪽

반드시 땀을 흘리는 일이 중요하다. 노동을 해서 땀을 흘릴 때 우리 몸에 있는 수억 개의 세포가 열린다. 세포가 열려야만 자연과 세계와 교감을 할 수 있다. 머리로만 알면 모든 것이 명사지만, 몸과 가슴으로 알 때 동사로 다가온다. 나는 요즘에야 문법시간에 배웠던 명사와 동사의 차이를 깨우치고 있다. -96쪽

편안함과 무료함 사이. 그 사이가 도(道)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무료하면 문제가 생긴다. 그렇지만 심심한 시간이 아름다운 시간이기도 하다. 처음에 시골에 왔을 때는 멍하게 앉아 있는 시간을 아깝게 생각했다. 책을 읽거나 무엇인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였지만 사실은 이 시간이 자기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무료하면 사람이 늘어지게 된다. 자기 의자가 자기를 컨트롤하는 게 아니라, 무너져 버린다. 자기가 무너지면 혼자 살지 못한다. 불교 승려들이 조석예불에 참석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정한 리듬 속에 자기를 집어넣음으로써 자기를 유지하는 것이다.-97쪽

20대까지 팔자라는 것에 관심이 없었고, 30대에슨 사주팔자가 있는 것이구나 하고 어렴풋하게 느꼈다. 40대에 들어서니까 팔자가 50%를 차지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50대가 되니까 75%가 팔자이고, 나머지는 노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60대가 되니까 95%가 팔자이고 나머지 5%가 후천적인 노력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지는 타고난 자기의 소질과 적성 그리고 장단점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생은 타고난 대로 사는 것이다.-235-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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