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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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내가 그것을 원해서 했어."라는 말이 중요한 것은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에겐 복종만이 남기 때문입니다. 니체는 복종하는 자는 결코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해야만 했다."라는 말 아래 외부의 명령에 따라서만 행동하면 우리는 많은 것을 잃게 됩니다. 시키는 대로 하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신에게 무슨 능력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아예 잊어버리고 살게 되기도 합니다. 그건 자긍심을 갖고 한 인간으로 사는 것, 한 인간으로 기쁘게 사는 것과 가장 멀어지는 길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살다 보면 자신이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는 기회조차 없어져 버립니다.-51-52쪽

능력은 천부적 자질이나 고난도의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을 잊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려는 데서 나옵니다.-52쪽

어떤 분야에 정말 능력이 있는 사람이 제일 먼저 알게 되는 것은 자신에게 뭐가 부족한가 하는 점입니다. 넘쳐 나는 재능 때문에 계속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기 때문에 계속합니다. 들라크루아라는 화가는 천재적인 인간을 만드는 것은 새로운 생각이 아니라 그를 사로잡고 놓지 않는 생각, 즉 지금까지 말해진 것이 아직 충분히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말해지지 않았다는 생각이라고 했습니다.-59쪽

진짜 잠재력은 다른 사람이 될 가능성입니다. 다른 존재가 되려면 질문이 필요합니다.-116쪽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모두가 괴로움에 다 같이 시달린다는 사실을 깨닫게만 된다면" 구원은 오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은 우리 영혼을 통해 꿈을 꾸는 존재입니다. 책은 누군가 미래를 위해, 다가올 세대를 위해, 한마디 남겨 놓은 흔적들입니다.-123쪽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 세계에 살면서도 우리에겐 뭔가 남과 진정으로 공유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괴로움이 있습니다. 우린 공감이 중요하다는 말을 합니다. 그건 상대방이 달라도 그냥 너그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상대방이 달라 보여도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142쪽

우린 죽음이란 운명을 의식하고 그것을 받아들입니다. 아킬레우스는 분명히 새로운 명예를 얻었어요. 그것은 동료 인간에게 보여 준 관용에서 나온 겁니다. 동료 인간에 대한 존중과 동정심에서 나온 거에요. 이렇게 해서 아킬레우스는 인간의 운명과 더불어 인간의 성장 가능성, 거기서 비롯되는 위대함을 보여줬어요. 우린 죽기 때문에 신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거에요. 죽음이란 얼마나 소중한지, 사랑이나 용기도 우리가 죽기 때문에 나옵니다. 죽을 수밖에 없아는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것이 우리에게 신적인 위치를 부여하는 일이에요.-176-177쪽

<인간의 대지>에서 '나'는 길을 잃기 전날 밤새도록 지도를 탐독합니다. 하지만 아무 소용 없는 일이었습니다.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모르면 지도도 쓸모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나'는 그럼에도 '종교 시설', '마르지 않는 우물'처럼 인간의 존재를 드러내는 모든 기호들 위로 몸을 숙여 들여다봅니다. 제겐 아마 책 읽기도 비슷할 겁니다. 책이 당장 직접적인 도움은 주지 못할 수 있어도 그래도 인간의 흔적을 들여다보고 거기서 길을 찾으려 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라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192쪽

조르바의 세계에선 푸짐한 밥상, 오렌지 꽃향기, 따뜻한 화덕 같은 사소한 육신의 즐거움이 엄청난 정신의 즐거움으로 변합니다. 조르바는 여자, 먹을 것, 마시는 것, 춤추고 노래하는 것에서 결코 관심을 끊은 적이 없습니다. 책 속에서 '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주위 세계에 함몰된 그 소박하고 단순한 모습, 모든 것(여자, 빵, 물, 고기, 잠)이 유쾌하게 육화하여 조르바가 된 데 탄복했다."-216쪽

끝까지 잊지 말아야 할 건 우리에겐 선택권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쿠빌라이 칸은 여행자 마르코 폴로와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칸은 폴로에게 유토피아, 태양의 땅 같은 약속의 땅에 대해 묻습니다. 폴로는 그러한 항구들로 가는 길을 지도 위에 그릴 수 없다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칸은 최후의 상륙지가 야후의 나라, 바빌로니아 같은 지옥의 도시들일 수밖에 없다면 우리의 여행이란 부질없는 게 아니냐고 말합니다. -232쪽

여기서 폴로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살아 있는 사람들의 지옥은 미래의 어떤 것이 아니라 이미 이곳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지옥에서 살고 있고 함께 지옥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지옥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옥을 받아들이고 그 지옥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것의 일부분이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위험하고 주의를 기울이며 계속 배워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즉 지옥의 한가운데서 지옥 속에 살지 않는 사람과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내려 하고 그것을 구별해 내어 지속시키고 그것들에게 공간을 부여하는 것입니다.-232-233쪽

우리 앞길에도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쉬운 길과 어려운 길입니다. 쉬운 길은 다수가 택하는 것을 다수가 택한다는 이유만으로 택해 그 사회의 일부가 되는 겁니다. 나중엔 그것이 지옥 같은 것이란 것도 알아채지 못하게 되지만 그래도 그것은 선택하기 훨씬 쉽습니다. 어려운 길은 지옥 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마치 지옥이 아닌 것처럼 살고 있는 사람을 찾아내 그 사람들이 살도록 자리를 넓혀 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어려운 것은 그런 사람이 드물어서가 아닙니다. 분명히 주위에 있습니다. 그것이 어려운 것은 그걸 지키기 위해선 나도 지옥과 싸워야만 하기 때문입니다.-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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