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몽구, 사람을 향하다 - 소통과 공감으로 읽는 우리 시대
미디어몽구(김정환) 지음, 이건범 인터뷰 / 상상너머 / 2012년 8월
품절


모든 것을 알고 가야 한다, 혹은 기사는 이렇게 써야 한다는 야전 교범이 몸에 배어 있지 않기에 미디어몽구는 자기 나름의 원칙을 매우 동물적으로 발견해낸 것 같다. 그는 사건 자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의 시선을 대변한다. 미디어몽구의 기사는 보는 이가 마치 현장에 가서 직접 자신의 눈으로 보며 탐색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의 기사가 주는 감동은 일차적으로 '시선의 일치'에서 온다. 그리고 시선의 일치를 공감으로 바꾸어내는 힘은 그의 취재원칙에서 비롯한다.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을 부탁하고 그렇게 글을 쓴다는 그의 취재원칙은 기성 언론에서 찾아보기 힘든 일종의 민주주의 정신다. '초등학생 눈높이'야말로 미디어 몽구의 가장 커다란 취재원칙이자, 그를 하나의 대안적 미디어로 키운 힘 같다.-48쪽

현장에 있을 때 미디어몽구의 가슴은 뛴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찍은 것만을 기사로 만들어내는 그의 취재원칙은 속보 경쟁에 시달리며 한 줄짜리 기사나 낚시성 제목을 남발하는 기성 언론의 기자들에게는 확실히 부러운 원칙일 수도 있다. 누구는 미디어몽구의 이런 취재원칙을 매우 원시적이라고 비아냥거릴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원시성이 미디어몽구의 기사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건강함의 원천이 아닐까?-85쪽

조작하지 않는다, 다만 그 내용을 단순하게 전달하려 하지 않고 사람들 마음을 기사로 이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언론의 객관성이나 중립성이라는 말에 비춰볼 때 미디어몽구의 카메라 앵글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사람을 향해 찍고 현장과 사람을 이어주려 한다는 그의 말은 확실히 중립성이나 객관성이라는 말보다 더 멋있게 느껴지지만, 난해하기도 하다. 제3자적 입장에서 취재하는 태도는 넘어선 것 같다. 그의 이런 태도가 기성 언론인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126쪽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환경재앙이란 말은 저와는 거리가 멀었고, 관심조차 없었고, 당해본 적도 없고, 관광지에 가면 자연의 아름다움이 항상 펼쳐지니까. 뉴스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와도 그저 그곳에 살고 있지 않음을 감사하게 생각했죠.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지 하는 정도였어요.
그런데 킬리만자로에 직접 가보니까 정말 기후변화가 심각했어요. 옛날엔 만년설에 덮여 있었던 산이 마치 검은 바위에 하얀 점이 찍혀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눈이 거의 다 녹았더라구요. 책 표지 같은 데서 봤던 킬리만자로가 아니었어요. 병에 걸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환자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킬리만자로 정산은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스티커를 붙여놓고 낙서를 해놓아서 더 난리라고 하더군요.
이제껏 현실로 문제가 닥쳐와야 그 심각성을 깨닫고 뒤늦게 대비했잖아요. 4대강도 그렇고, 강정도 그렇고, 우리 땅이라고 마음대로 파고 부수는 건 문제가 많은 것 같아요.-285-286쪽

무언가를 위해 애쓰는 사람은 마땅히 박수를 받아야 하고, 밑바닥을 뒹구는 삶에도 희망의 빛은 있어야 하며, 약속한 것은 누가 되었던 지켜야 하고, 사람과 생명의 소중함은 지위 고하가 없으며, 서로에게 내미는 작은 손길은 언제나 따뜻하지 않을까? 그의 이런 믿음은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상식이다. 그러나 이 상식을 삶의 준칙으로 여기며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아니, 우리는 상식이 마비된 사회를 상식으로 받아들이며 무덤덤하게 살고 있다. 몽구의 평범함은 이 맹목의 세계에 도전장을 던진다. 그는 거대담론을 내세우지 않으며 정교한 논리로 승부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상식이 짓밟히는 인생들의 애잔한 눈물과 이를 마뜩찮게 짓누르는 힘을 고발한다. 그제서야 우리는 불쑥불쑥 상식이라는 눈으로 돌아가 분노하고 곧 부끄러워한다.-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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