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 김영사 / 2012년 7월
장바구니담기


- 저는 지금까지 인생의 큰 전환기마다 '내가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에 얼마나 보탬이 될 수 있을까'를 판단 기준으로 삼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런 맥락에서 정치에 직접 뛰어들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든, 혹은 직접 나서지 않아도 기성 정치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든, 국민의 열망을 대변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책임감을 느꼈어요. 제가 정치에 참여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제 욕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30쪽

- '주어지는 것'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 정치하는 분들은 나라를 어떻게 만들겠다는 뜻을 세우고 세상에 밝힌 다음에 그를 토대로 지지를 얻고 추진력을 받게 되지 않습니까? 그게 정상적인 과정이겠죠. 그런데 제 경우는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레 사람들의 기대를 받게 된 것이죠. 이런 상태의 지지율을 온전히 저에 대한 지지라고 생각하면 교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스스로 정치 참여를 선언한 뒤 이 정도의 지지율이 나왔다면 물론 더욱 열심히 해야겠죠. 그러나 지금 저에 대한 지지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만의 표현, 저에 대한 적극적 지지와 소극적 지지 등 여러 가지가 섞여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 시민들의 열망을 무시할 수도 없지만 이를 온전히 정치하라는 뜻으로 착각해도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만약에 제가 정치를 하게 된다면 과연 그 기대와 열망에 어긋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이 도리라고 봅니다. 그리고 지지하시는 분들의 뜻을 정확히 파악해야 저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30-31쪽

저는 민주사회에서 정치적 리더십은 국민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라고 봅니다. 20세기까지의 리더십은 수직적인 리더십이었습니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돈과 인사권을 갖고 고급 정보를 독점한 상황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권력을 휘두르지 않았습니까? 리더가 '나를 따르라' 하면 힘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요. 그러나 21세기에는 탈권위주의가 진행되고 위아래의 벽이 붕괴되면서 수평적인 구조가 가능한 세상이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리더십이라는 게 리더가 스스로 주장한다고 생기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쳐다보면서 따라갈 만하다고 판단하면 그 사람을 따르는 것이죠. 영어로는 '팔로워디(follow-worthy)', 즉 따라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리더로 인정하고, 그런 사람에게 대중이 선물로 주는 것이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리더십은 자연스럽게 수평적인 리더십, 소통과 공감의 리더십이 되죠.-40-41쪽

저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게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득의 과정, 공감의 과정이 핵심이죠. 그래서 민주주의가 전제군주제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결국은 장기적으로 더 큰 힘을 발휘하지 않습니까. 소셜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마침 때를 맞춰 확산되면서 이런 민주주의의 요소들을 강화시키고 있고요.-41쪽

그리고 리더십의 바탕은 진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내 개인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진심이 있어야 해요. 그래야 사람들이 믿고 따라옵니다. '많은 사람들을 짧은 순간 속일 수 있고, 소수의 사람을 오랫동안 속일 수는 있지만 많은 사람들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말이 있죠. 결국 진심은 전달이 된다고 믿습니다.-41-42쪽

지금은 회사 사정이 좀 어려워지긴 했습니다만, 일본의 닌텐도가 성공했던 이유를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다양한 게임소프트웨어가 돌아갈 수 있는 게임기를 개발한 것이지요. 즉, 플랫폼을 장악한 것입니다. 둘째, 소프트산업 발전이 토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는 소프트웨어 산업일 발전하다 보니 다양한 회사들이 존재하고 우수한 프로그래머들이 양산돼 좋은 게임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소프트산업 환경이 열악해서 PC 또는 게임기 기반의 게임 산업이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불법복제 환경이 소프트웨어 산업을 어렵게 만들고,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죠.-138-139쪽

셋째, 닌텐도가 게임기의 소프트웨어를 자신들만 독점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했다는 점입니다. 파트너 회사들에게 독점권을 강요하지 않았고요. 우리나라 대기업이었다면 당연히 '우리 소프트웨어만 만들라'고 강요했겠지요.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닌텐도 같은 회사가 나오지 않는다고 탓하기 이전에, 산업구조를 먼저 살펴보고 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하고 공정한 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139쪽

"강물이 얼마나 세게 흐르는지 알려면 강둑에 앉아 바라만 봐서는 안 된다. 양말 벗고, 신발 벗고 들어가봐야 한다. 물살의 세기는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 방법이다. 성공이든 실패든 그 경험은 반드시 나중에 도움이 된다."-24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