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꼼수다 뒷담화
김용민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1년 10월
절판


'나는 꼼수다'의 승승장구 요인을 분석하라면 아마도 '속살 노출'에 있지 않을까. 홍보전략이 주효했다느니, 탄탄한 제작 구성의 개가라느니 하는 건 'X도' 없다. 욕설을 하건, 비아냥대건, 귀에 거슬리는 너털웃음을 폭발하건 속에 있는 말을 모두 하자는 주의다. 편집 없이 그대로 내되 그 평가를 온전히 청취자에게 맡기자는 것이다.
이런 주의에는 '청취자는 똑똑하다'는 가치가 내재돼 있다. 이는 대중은 아둔하기에 그들을 선동하는 대신 계몽해야 한다는 수구적 사고로부터 탈피인 셈이다. 주요 방송 매체를 장악해 여론을 호도해도 낡은 정치를 하나하나 청산하는 대중을 어찌 공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스마트폰을 통한 청취자는 '스마트하다'는 믿음, 성문화되지 않았으나 이 프로그램의 제작 정신 1호다.
-22-23쪽

"좆까!"
내 의견을 김어준 총수는 이렇게 일축했다. 그러고는 "아, 다음 주면 감옥에 갈 정봉주 의원 나오셨네요. 들어가면 사식 넣어줄게!"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후에 김어준 총수의 말에 나는 무릎을 쳤다. "만약 우리가 슬프게 나가면 청취자는 같이 슬퍼하는 게 아니라 공포에 절게 될 거야. 생각해봐. '이명박에게 덤볐더니 결국 좆된다'는 공식만 확인해주는 꼴 아니야?" 어떤가. 그래서 앞으로는 다음주에 정봉주 의원이 사형집행을 당하더라도 깔깔대고 웃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저들의 권력은 공포 조장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어떤 겁박에도 굴하지 않고 웃으며 대응하는 상대는 결코 이길 수 없는 법이다. 개념인들은 이제 승리의 비법을 알아차렸다. 웃는 것, 즐기는 것, 아파하지 않는 것, 쫄지 않는 것이다. <닥치고 정치>라는 제목의 책을 낸 김어준 총수는 '쫄지마!'라는 문구를 사인으로 대신한다. 그 사인 옆에다 사인해 달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각하는 쫄아도 돼요!'라고 쓴다.-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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